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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풍경 '즐거운 상상'
김도형의 풍경 '즐거운 상상'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09.30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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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신안 전남, 2018' (유튜브: 김도형의 풍경,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신안 전남, 2018'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을 전공하던 대학시절 교내 기타 동아리 활동에 열심이었던 한 친구가 전공수업이 있던 강의실에 기타를 가지고 들어왔을 때 교수님이 그 친구를 보고 "너는 학교를 놀러다니는 거냐? 공부를 하러 다니는 거냐?" 라고 묻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기타만큼 선입견이 뚜렷한 악기는 없다.

학창시절 기타를 다루다가 그것을 못마땅히 생각한 아버지가 기타를 부숴버렸다는 친구가 한 둘이 아니다.

전혀 나하고 어울리지 않을 듯 보였던 기타를 내가 접한 것이 4년 쯤 된다.

그 동안 연습을 하다 말다 하다가 지난 1년 정도 차에 기타를 싣고 다니면서 까지 틈 나는 대로 가까이 했더니 이제 내 스스로 생각 하기에도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주에는 위에 얘기한 대학때 기타치던 친구와 만날 일이 있어 식사를 하고 커피를 한 잔 하면서 문득 기타 생각이 나 차에 있던 기타를 꺼내 연주를 해 보였는데 뜻밖에 자기보다 실력이 더 낫다는 평가를 했다.

그 평가는 단지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말이겠거니 생각했다.

지난 토요일에는 미루던 기타줄 교체를 위해 버스를 이용해 낙원동에 갔다.

지게를 졌으면 어울릴 만한 마을 이장처럼 생긴 사람이 기타를 짊어졌으니 조금 머쓱하기도 했다.

기타를 구입한 가게에 도착해 수리를 맡기고 진열되어 있던 기타 중에 몸통이 원목으로만 만들어진 고가의 기타를 만져보았다.

내 기타는 베니어로 만들어진 20만원 가량의 기타인데 이제 조금 연주에 자신이 붙으니 더 좋은 기타에 욕심이 났다.

그러나 백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 부담되어서 당분간 지금의 기타로 더 연습하기로 했다.

세상의 모든 물건이 그렇듯이 품질은 돈대로 간다고 원목으로 만들어진 그 기타 소리의 울림은 내 기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깊었다.

재야의 실력파 기타리스트인 가게 사장님은 열심히 줄교체를 하고 있었고 나는 악보 없이 연주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곡 중에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을 연주하며 노래를 했다.

노래 일 절이 끝나고 이 절은 아르페지오로 연주해 보려고 줄을 고르고 있는데 사장님이 지난 번 줄갈러 왔을 때 보다 실력이 엄청 많이 늘었다고 했다.

기타도 기타지만 노래가 예사롭지 않다고 하시며 당장 미사리에 가서 라이브를 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듯 하다고 까지 했다.

지난 번 내 친구와 마찬가지로 가게 사장님도 격려 차원에서 칭찬한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기분은 좋았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현장에서 고독한 시간을 견디는 것처럼 기타도 외로운 연습의 시간을 거쳐야 실력이 는다.

뭐든 진득하게 하는 법이 없었는데 그나마 기타를 벗삼아 여기까지 왔으니 스스로가 대견하다.

나중에 은퇴하면 묵혀놓은 남도의 시골집을 카페로 꾸며서 벽은 내 사진으로 장식하고 손님들께 노래를 들려줘도 좋겠다.

서향집 창 너머로 노을이 타면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들이 음악에 이끌려 술익는 내 집을 찾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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