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20:50 (목)
 실시간뉴스
김도형의 풍경 '잊혀진 계절'
김도형의 풍경 '잊혀진 계절'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10.01 0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대마리 철원, 2018'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대마리 철원, 2018' (인스타그램: photoly7)

 

'Queen' 은 이번 10월호에 가수 이용씨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은퇴해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선배가 쓰고 사진은 내가 찍었다.

이용씨는 수많은 히트곡을 가졌지만 그 중에 뭐니 뭐니 해도 '잊혀진 계절'이 단연 으뜸이다.

내게는 그 '잊혀진 계절' 과 관련있는 풋풋한 추억 한 토막이 있다.

내가 다니던 부산의 대학은 광안리가 보이는 황령산 언덕에 있었다.

졸업과 동시에 취직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서관에 지정석을 잡고 공부에 매진했다.

공부를 하러 왔는지 연애를 하러 왔는지 도통 모를 커플들이 더러 도서관에 나타나서 부러운 마음이 잠시 일기도 했지만 우선순위는 취직이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산 국방색 잠바가 교복이었고, 점심때 마다 자취집에서 밥만 담아온 노란색 양은 도시락을 신문지에라도 싸지 않고 덜렁덜렁 손에 들고 운동장을 가로 질러 식당으로 가서 250원 하던 소고기 국에 밥을 말아 깍두기와 함께 먹고 자판기 커피 한 잔 뽑아 마시는 가난한 학생이었던 내게 연애는 딴나라의 얘기였다.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학생회관으로 가는데 외부 강사가 토플 강의를 한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등록을 했다.

하루는 상과대 건물에서 토플강의를 듣고 도서관으로 돌아오는데 역시 그 강의를 듣고 도서관으로 오던 한 여학생과 나란히 걷게 되어 몇 마디 말을 나누었다.

나는 "취직공부를 하나 보죠?" 라고 물었고 그녀는 대학원 진학을 위해 공부를 한다고 했다.

어느 새 아는 사이가 된 우리는 가끔 마주칠때 공부는 잘되어 가냐는 등의 인사를 주고 받았다.

입사를 목표로 하던 언론사의 시험일정이 속속 나오던 무렵의 어느 날 그 여학생이 내자리로 오더니 집에서 김장을 했는데 점심때 맛이나 보라면서 소담히 포장된 그릇을 내밀었다.

숱하게 먹어 질렸던 소고기 국밥도 깍두기가 아닌 갓담은 김장김치와 먹으니 맛이 일품이었다.

맛있는 김치를 얻어 먹었으니 내가 커피를 한 잔 사겠다고 하고 우리는 학교를 벗어나 커피숍을 찾아 걸었다.

시월의 햇살은 투명했고 바람도 상쾌했다.

얘기를 하며 걷다보니 광안리까지 가게 되었다.

커피를 마시고 바다에 땅거미가 질 무렵 해변으로 나가보려고 계산을 하는데 계산대 뒤에 있던 달력을 보니 그날이 10월 31일 이었다.

김치를 얻어 먹고 커피 한 잔 산 것 밖에 없는데 우리는 제법 연인같은 분위기로 백사장을 걸었다.

그 때, 숫기라고는 지금의 백분의 일도 없던 내가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노래했다.

시월의 마지막 날 밤에 광안리 바닷가를 걸으며 내가 그 노래를 그녀에게 들려주었다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그 당시의 내가 그리 맹탕의 촌놈은 아니었다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진다.

풋풋한 광안리 데이트 이후 나는 취직이 되어 서울로 왔고 그녀도 대학원에 진학했다.

시월의 마지막날 광안리 밤하늘에 내 노래 '잊혀진 계절'이 울려퍼진 날로부터 무려 30년이 지났다.

또 가을이 왔고 철새들도 날아온다.

기타 악보사이트에서 '잊혀진 계절'을 다운받아야 겠다.


[#주말에가볼만한곳,#강원도가볼만한곳,#강원도주말나들이,#주말여행,#가볼만한곳,#철원주말여행,#주말나들이,#철원가볼한한곳#사진찍기좋은곳,#사진명소,#사진작가,#사진전,#사진전시,#갤러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