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건설현장을 떠돌면서 일을 하는 사람과 어쩌다 인연이 되어 만나 몇 번 같이 술을 마셔본 적이 있다.
세살 아이에게도 배울것이 있다고 했는데 그 사람의 여러 모습 중에 인상 깊었던 한가지는 노동일을 하는 사람이 술자리에 앉으면 막걸리 딱 한 병만 마시고 더 이상 마시지 않는 것이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자꾸 마시려고 하는 버릇을 뜻하는 '인음증' 에 시달리던 나로서는 그 사람의 술 습관이 몹시 부러웠다.
그 후 나도 술자리에 가더라도 막걸리 딱 한 병만 마셔보려고 애를 썼으나 술 한잔이 입에 들어가면 여지없이 만취상태가 돼야 그날의 술자리를 끝내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몇 달 전, 술로 인해 저지르는 크고 작은 실수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어서 애연가가 담배를 끊듯이 독한 마음을 먹고 단주를 선언했다.
호기롭게 시작한 금주가 얼마나 가겠나 하고 내심 불안했지만 놀랍게도 한 달 가까이 술을 입에 대지 않은 기적(?)이 일어났다.
이제는 어쩔수 없이 술자리에 참석해도 그 자리가 파하고 나서는 더이상 마시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어디에서나 술을 너무 쉽게 사서 마실 수 있다.
나는 항상 집앞의 편의점이 문제였다.
이미 취해서 집에 도착했는데 술이 부족하다는 착각을 하고 오징어 숏다리 안주에 캔 맥주 두 어개를 더 마시고서야 집에 들어갔다.
만취한 뒷날 숙취의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그런 날은 여지없이 앞으로 술은 절대 입에 대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 다시 반복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그 끈질긴 '인음증'의 고통에서 벗어난 것이다.
요즘은 술을 마시더라도 막걸리를 한 병 이내에서 즐긴다.
막걸리 얘기가 나왔으니 다음엔 '가려리 옛집의 막걸리' 라는 제목의 글을 써 볼까 한다.
다음편을 기대하시길...
[글, 사진: 사진작가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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