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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 KERIS 원장 “부모 역할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
박혜자 KERIS 원장 “부모 역할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9.10.24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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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열린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 시대’라는 말도 어느덧 진부해졌을 정도다. 공교육도 큰 변혁기를 맞고 있는데…. EDS, NEIS, 에듀파인 등 국가 단위의 방대한 교육 데이터를 전적으로 관리, 운영하고 있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박혜자 원장은 “이제 부모도 시대 흐름에 맞게 자녀 교육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이 말하는 핵심은 디지털 교육에 있었다.

“우리나라 교육은 줄 세우기에 치중해 왔지요.”

박혜자 KERIS 원장이 국내 교육 체제에서 느끼는 염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존과 완전히 다른 교육 방식이 필요하다. 어른이 아이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게 교육이라면, 앞으로 고기 잡는 법이 다양해져야 한다는 게 박 원장의 이야기다.

“다행히 교육이 ‘가르친다’는 시각에서, ‘배우다’라는 시각으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어요. 예전 교육이 선생의 입장에서 이뤄졌다면, 이제 학생 중심이라는 뜻이지요. 학생이 무엇인가를 익히는 행위는 학교라는 공간, 교과서라는 수단을 넘어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KERIS에서는 서체형 교과서를 디지털 교과서로 개발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에는 서체 교과서에 있는 텍스트는 기본, 수업 내용과 연관된 동영상 등 링크를 비롯해 AI와 VR 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기능이 내재돼 있다. 디지털 교과서만 있으면 학생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 가령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할 때 예전에 교실에서 선생을 따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원어민과 직접 연결, 학습할 수 있는 식이다.

KERIS의 미래교육 체험관에서는 휴대폰으로 나비 사진만 찍으면 바로 나비와 관련된 학습 영상이 재생된다고 박 원장은 설명했다. 현재 일부 학교에 디지털 교과서가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전 학교에 보급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공교육에 변혁기가 찾아왔어요. 새로운 패러다임이지요. 부모 역할도 많이 달라져야 할 거예요.”
 

자녀 스마트폰 중독?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해볼 것

부모가 먼저 디지털 학습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는 박혜자 원장. 대개 부모들은 자녀가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는 데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아무래도 게임 중독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일 터. 그러나 이제 디지털 기기가 학습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부모도 인정할 때가 됐다고 박 원장은 강조했다.

“오히려 부모든 아이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지 못하면 현대판 문맹이 될지도 몰라요. 요즘은 어른들도 운동할 때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운동법을 처방받는걸요. 부모가 아이들 교육이 이뤄지는 곳도 학교 교실, 학원 등 그동안의 틀을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것부터 인식해야 합니다.”

이어 박 원장은 아이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기보다 난중일기, 임진왜란 등 역사를 VR 기능이 탑재된 디지털 게임으로 학습해보도록 유인할 것을 권했다.

“어린이 동화책도 스마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읽어주면 금상첨화입니다.”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가 곧 경쟁력
 
더 나아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가 아이들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박 원장은 내다봤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미디어 활용 능력뿐 아니라 그 안에서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를 판별할 줄 아는 능력까지 아우른다. 세상에 정보는 넘쳐흐른다. 그 정보를 가지고 자기 나름대로 재가공하거나 융합해 문제를 풀어나갈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디지털 교육의 핵심이라고 박 원장은 설명했다.

더 이상 세상이 디지털화 되는 것을 거스를 수 없다. 미래 교육은 어디까지 바라보고 있을까?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가 다양한 역량 함양 중심의 능동적 교육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KERIS는 교육 분야 정보화 전담기관으로서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KERIS는 정보화를 통해 교육과 학술, 정보원 등 세 가지 키워드 교육을 하고 있다.

그간 미래는 과거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을 학습,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발전시키며 달라져 왔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과 교육의 융합. 그 예로 박혜자 원장은 AI를 활용한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학습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래엔 AI가 해당 학생에게 필요한 학습이 무엇인지 진단해 개별 맞춤형 교육에 들어간다는 것. AI가 일종의 개인별 러닝맵(Learning Map)을 그려주는 것과 같다.

“학생에 대한 데이터를 가진 인공지능이 자료 분석 후 이러한 제안을 하게 될 겁니다. ‘너는 지금 뭐가 취약하고, 뭐는 잘해’, ‘학습태도는 이렇고, 너의 몰입도에 따라 하루 공부시간은 이렇게 정하자’, ‘이번엔 이것에 대해 배워보는 게 어때? 가령 공부가 잘 되게 기분까지 맞춰주는 정서적인 지원도 할 거예요.”

이 서비스가 잘 개발돼 보편화된다면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된 사교육 빈부격차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박 원장은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 선생은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들이 AI 학습을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견인자, 촉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날로그 교육과 디지털 교육이 만나면

무엇보다 인공지능 시대 교육에서도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이 상당하다. 특히 인성은 디지털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다. 이에 박혜자 원장은 사이버 상의 태도와 매너를 갖추는 이른바 디지털 시민성 교육도 굉장히 주효하다고 덧붙였다. 창의력, 리더십, 이타적인 마음은 인공지능의 한계다. 반대로 이는 인간만이 능히 지닌 능력으로, 이러한 감정을 더욱 살려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주어진 틀 밖에서 생각을 못해요. 사람은 창의력을 가지고 지식을 활용할 수 있고, 융합도 곧잘 하며,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알지요. 인공지능에게 없는 리더십, 창의력, 이타심을 가진 인재가 더욱 절실해질 겁니다.”

이러한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듯, 미래에도 역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지식의 연결과 융합, 창조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독서다.

“독서는 자기가 가진 지식과 새로운 텍스트를 상호작용해 그 의미를 해석, 자기만의 프레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에요. 이때 앞서 말한 정보 홍수 속에서 가짜 정보와 진짜 정보를 가려내는 비판적인 사고가 길러집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인 셈이지요. 디지털 교육은 미래 지향적이지만 독서라는 아날로그 교육을 만나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낸답니다. 다만 독서를 위한 책이 꼭 종이책일 필요는 없어요. 전자책, 오디오북 등을 활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잖아요.”
 

도서관은 러닝 커먼스, 메이커 스페이스

여기에 발맞춰 전국의 도서관도 창의 인재를 양성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는 박혜자 원장. 박 원장은 젊은 시절 미국으로 교환교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교환교수들이 이구동성 좋다고 말하는 게 바로 대학 도서관이었다고 한다.
“아침 일찍 커피 한잔과 샌드위치를 들고 도서관에 가면 하루 종일 지낼 수 있었어요.”

단순히 조용하게 책을 읽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보다 미국에서는 어느 대학 도서관을 가든 방대한 자료에 접속할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고 박 원장은 회상했다.

“그간 볼 수 없었던 귀한 자료를 찾아 복사하느라 바빴어요. 이때 획득한 자료로 논문 서너 편은 쓴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더군다나 미국 도서관은 러닝 커먼스(Learning Commons)라고 많은 사람들이 만나 정보과 지식, 기술을 교류하는 곳이에요.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지요. 도서관이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 공간도 제공해줍니다. 그곳에서 모바일로 코딩도 하고, 3D 프린트로 창조물을 만들어내요. 미국 지역사회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게 도서관이었어요. 도서관이 결국 지역의 혁신을 리딩 한다는 의미도 컸고요. 실제로 다양한 학생, 연구자들이 러닝 커먼스에서 만나 스타트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답니다.”

한국의 도서관도 이러한 러닝 커먼스, 메이커 스페이스 기능을 하는 곳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게 박 원장의 뜻이다. 이를 위해 KERIS는 매년 대학 도서관을 평가해 상을 주며 격려하는 전국대학도서관대회를 열고 있다. 올해 도서관대회는 전국 대학 도서관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도서관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하는 뜻 깊은 장이었다.

“아무쪼록 우리나라 도서관도 사람과 기술이 만나는 ‘광장’ 같은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것 또한 디지털 시대 교육 패러다임에 일조하는 것이겠지요.”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촬영 협조 아델라베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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