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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 알츠하이머로 기억 잃어...여배우와 피아니스트로 만난 운명 같은 결혼 스토리
윤정희, 알츠하이머로 기억 잃어...여배우와 피아니스트로 만난 운명 같은 결혼 스토리
  • 박소이 기자
  • 승인 2019.11.10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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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 알츠하이머로 기억 잃어...여배우와 피아니스트로 백건우와 운명 같은 결혼 스토리. 사진=Queen DB
윤정희, 알츠하이머로 기억 잃어...여배우와 피아니스트 백건우 만남, 운명 같은 결혼 스토리. 사진=Queen DB

배우 윤정희(75)가 알츠하이머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윤정희의 남편 백건우의 내한공연 담당 공연기획사 빈체로에 따르면, 윤정희는 10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를 앓기 시작했다.

윤정희의 증상은 차츰 악화되어 최근에는 밥 먹고 나면 다시 밥 먹자고 하는 정도까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영화의 황금기로 불리는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연 그는 문희·남정임과 함께 당대 국민여배우로 사랑을 받았다.

윤정희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로 지금까지 330여 편에 출연했다. 그동안 대종상 여우주연상 등 24차례에 걸쳐 각종 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여배우로서, 음악가의 아내로서 조용하고 행복한 삶을 일궈온 윤정희는 60-70년대 국민 여배우였으며,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의 교과서 같은 모델이기도 했다.
 

Queen 2010년 5월호 15년 만의 복귀 인터뷰.
Queen 2010년 5월호 15년 만의 복귀 인터뷰.

“시간이 갈수록 영화가 좋아져… 세월이 흐를수록 멋져지는 여배우의 모습 보여주고 싶다”
-Queen 2010년 5월호 15년 만의 복귀 인터뷰 中


여배우와 피아니스트로 만난 세기의 결혼 스토리

지난 1976년 백건우·윤정희 부부의 결혼은 손꼽히는 피아니스트와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의 만남으로 당시 장안의 화제를 불러모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두 사람은 서로의 인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동반자로 행복한 삶을 살아오고 있다.

파리에서의 신혼생활은 무척이나 소박하게 시작됐다. 사치를 싫어하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사는 것을 좋아하고, 심지어 음식 취향까지도 비슷한 부부는 파리의 골목길을 손잡고 다니는 ‘낭만부부’다.

“남편은 자신의 음악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예민할 수가 없어요. 연주를 준비하며 음악을 해석할 때는 극도로 예민해지죠.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너무 낙천적이에요. 전혀 날카롭지도 않고 편안하죠. 다른 사람들 이해도 굉장히 잘해주고요. 하도 다른 사람들 변호를 하니까 제가 별명을 ‘변호사’로 지어줬다니까요(웃음).”

손재주 좋은 남편 백건우의 취미는 가구 만들기. 워낙 섬세한 손을 갖고 있어 책장을 비롯해 집안의 웬만한 가구는 모두 백건우의 작품일 정도라고. 미끈한 생선의 생김새가 꼭 뱀을 떠올리게 해서 도저히 고등어에는 손도 못 대는 아내 윤정희를 위해 고등어 손질도 손수 해줄 정도로 자상한 남편이기도 하다.

“우리 생활이 무척 심플해요. 너무나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우리는 항상 부자라고 생각해요. 좋은 친구들이 있고,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세계 각지로 여행도 많이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살죠. 더 이상 우리에게 부족할 것이 뭐가 있겠어요.”

윤정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가장 큰 팬이다. 음악을 대하는 남편의 순수한 열정과 몰입을 곁에서 지켜보며 누구보다도 큰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의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할 때든 연습이 끝난 후에는 단원들이 일제히 남편에게 박수를 치며 ‘브라보’라고 환호해요. 음악인들에게 굉장히 존경을 받죠. 그런 음악인이 그리 많지 않아요. 옆에서 바라보는 남편은 정말로 아무런 잡념 없이 음악에 빠져 있는 사람이에요. 연습과 연주에만 순수하게 몰입하고, 주변에서 어떤 유혹이 와도 넘어가지 않죠. 오직 음악에만 집중하고, 이번 연주가 끝나면 다음에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며 연습하고요. 연주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많으니까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음악인으로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고, 저는 열렬한 팬이죠(웃음).”

요즘도 연주회가 끝나면 예술가들과 함께 모여 음악과 삶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부부의 행복이다. 인생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이자, 서로의 예술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팬이기도 한 부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지금도 남편은 유럽에서 연주하느라 바쁘거든요. 그런데 저는 여기에서 4개월을 매일같이 영화를 촬영하고, 인터뷰도 하고 제 마음대로 하고 있는 걸요. 우리는 서로가 제한을 안 둬요. 그리고 남편은 제가 영화 촬영하는 것을 저보다도 더 기뻐해요. 워낙 남편도 영화를 좋아하니까. 우리는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는 철학을 갖고 있고 살아갑니다.”
 

배우 윤정희. Queen 1990년 11월호 인터뷰.
배우 윤정희. Queen 1990년 11월호 인터뷰.

윤정희·백건우 부부는 1976년 3월 프랑스 파리 고암 이응로 화백(1904~1989)의 집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주례는 이 화백이 했고 조각가 문신은 윤씨의 아버지를 대신해 윤씨의 손을 잡고 신랑 백건우 씨에게 인도했다.

문신은 윤정희 부부가 결혼하는 데 산파역을 했을 뿐 아니라 두 사람이 이국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 아버지와 같은 병풍이 돼주었다.

“남편을 처음 만난 것은 1972년 독일 뮌헨올림픽 때였지만 2년 뒤 우연히 파리 레스토랑에서 만났을 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어요. 아마 운명이었나 봐요.”
-Queen 2006년 9월호 인터뷰 中

알츠하이머를 10년째 앓고 있는 여배우 윤정희. 그녀는 이렇게 운명처럼 만난 남편 백건우의 사랑 안에서 기억 저편의 행복을 가슴에 묻어둔 채 살아가고 있다.

[Queen 박소이기자] 사진 Que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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