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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아들 잃은 아내를 금지옥엽 딸처럼…아산 오목리 김재옥·성사보 부부 이야기
‘인간극장’ 아들 잃은 아내를 금지옥엽 딸처럼…아산 오목리 김재옥·성사보 부부 이야기
  • 이주영 기자
  • 승인 2019.11.25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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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인간극장 ‘내 아내, 성사보’
KBS 인간극장 ‘내 아내, 성사보’

이번주(11월25일~29일) KBS 1TV 휴먼다큐 미니시리즈 <인간극장> 5부작은 ‘내 아내, 성사보’ 편이 방송된다.

가을이 무르 익어가는 충남 아산의 그림같은 집. 김재옥(77), 성사보(72) 부부의 소중한 보금자리다. 사실, 이 집은 남편 재옥 씨가 사보 씨를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꾸민 곳.

마당에서 아내의 사진을 찍어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재옥 씨. 아내 사보 씨는 그런 남편의 카메라를 보며 밝게 웃어 보인다.
늘 아내를 금지옥엽 딸처럼 아낀다는 재옥씨. 사실, 재옥 씨가 아내를 이토록 아끼고 위하는 것에는 아픈 사연이 있다는데….

KBS 인간극장 ‘내 아내, 성사보’
KBS 인간극장 ‘내 아내, 성사보’

# 오목리 애처가의 아내를 위한 집

충청남도 아산시 신창면 오목리. 사과밭 옆 그림 같은 집엔 아내에게서 한 시도 눈을 떼지 않는 애처가 남편 김재옥 씨와 그의 아내 성사보 씨가 산다. 소담한 돌길을 지나면 나타나는 집은 재옥 씨가 아내를 위해 손수 꾸민 사랑의 공간. 마당엔 연못을 만들고 그 옆에 아내가 좋아하는 보리수나무를 심었다.

장독대 옆에 높이 솟은 정자 ’고안정(高安亭) 역시 ‘높은 곳에서 경치를 보고 싶다’는 사보 씨의 한 마디에 재옥 씨가 손수 지은 것. 집 안에는 벽마다 사보 씨가 쓴 시(詩)와 재옥 씨가 직접 찍은 아내의 사진이 걸려있다. 거실 한 켠엔 사보 씨를 위해 칵테일 코너를 마련해두었고 커피를 즐기는 아내를 위해 언제든 커피를 내릴 수 있는 기구도 갖춰놓았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주기 위해 재옥 씬 평생교육원에서 바리스타 공부까지 했다.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는 아내를 위해 소형화물차를 개조해서 캠핑카도 만들었다. 그 차에 아내를 태우고 캠핑을 떠나 카메라로 풍경도 찍고, 아내의 모습도 담는 재옥 씨. 아내 사보 씨는 남편이 틀어 준 팝송을 들으며 책을 읽고, 글도 쓴다. 가끔 마음이 동할 때면, 손녀가 쓰던 멜로디언으로 연주도 선보이는데. 겉보기엔 내내 행복하게만 살았을 것 같은 이 부부. 사실 이들에겐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KBS 인간극장 ‘내 아내, 성사보’
KBS 인간극장 ‘내 아내, 성사보’

# 아들의 죽음, 그리고 말문을 닫아버린 아내...

재옥 씨와 사보 씨는 중매로 결혼했다. 재옥 씨가 27살, 사보 씨는 22살 때였다. 가난한 홀어머니 밑에서 두 오빠와 어렵게 자란 사보 씨는  ‘독신으로 살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자선 사업가가 되리라’ 결심하고 실제로 결혼 전엔 보육원을 찾아가 교사로 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여자가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건 쉽지 않던 시절. 사보 씨는 집안 어른들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가난한 집안의 장남 재옥 씨와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다. 생활기반도, 손 벌릴 데도 없던 부부는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했다. 사보 씨는 새댁 때부터 리어카를 끌며 행상을 다녔고 재옥 씨가 돼지 농장, 소 젖 짜기, 가스배달을 할 때는 남편에게 힘을 보탰다.

이후에도 우동집, 회사 매점, 우체부 등 안 해 본 일이 없는 부부, 그렇게 치열하게 일한 덕에 셋방살이를 청산하고 내 집 마련을 했고 사과 500수, 배 20수에 달하는 큰 과수원과 1,400평의 논도 일구었다. 두 아들도 잘 자라 가정을 꾸리고 예쁜 손주들도 안겨줬다. 이제 부부에겐 행복한 여생만 남은 줄 알았는데….

사보 씨의 환갑잔치를 앞둔 어느 날,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졌다. 둘째 아들이 ‘뇌출혈’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 하루 아침에 자식을 잃은 사보 씨는 그 날로 말문을 닫고, 대문도 닫아걸었다. 두문불출(杜門不出)하며 그 누구도 만나려 하지 않았다.  불행은 어깨동무를 하고 온다고 했던가. 두 달 후, 재옥 씨마저 대장암 선고를 받았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빠진 아내가 또다시 충격을 받을까봐 재옥 씨는 아내에게 암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홀로 수술대에 올랐다. 생과 사의 고비에서 재옥 씨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얼마가 남았든 여생은 아내를 위해 헌신하리라….’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평생 고생만 아내가 자식을 먼저 보낸 아픔을 잊고 밝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KBS 인간극장 ‘내 아내, 성사보’
KBS 인간극장 ‘내 아내, 성사보’

#아내가 미소를 되찾을 때까지...

부부의 집에선 죽은 아들이 근무하던 공장이 보인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12년이 지났지만, 사보 씨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지금도 문득문득 마음이 헛헛하고 견딜 수 없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전보다 말수도 늘었고, 웃는 날도 많아졌다. 다 아내를 챙기는 남편, 재옥 씨의 덕분이다.

늘 사보 씨를 살피며 아내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는 재옥 씨. 사보 씨도 자신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려는 남편의 마음을 알기에 재옥 씨의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는 건네곤 한다. 오직 아내만을 위해 여생을 바치겠노라 다짐한 애처가 남편과 그로 인해 마음의 상처와 슬픔을 지워가고 있는 아내. 이들 부부의 일상을 지켜보며 자식을 잃은 아픔마저도 치유하는 소박하지만 위대한 사랑의 힘에 대해 생각해본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내 아내, 성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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