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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몇번에 뚫린 '수능 성적표' … 검·경 수사 불가피
클릭 몇번에 뚫린 '수능 성적표' … 검·경 수사 불가피
  • 김정현 기자
  • 승인 2019.12.02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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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공유된 올해 수능 성적표 사전 확인 방법(수험생 커뮤니티 캡처)
한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공유된 올해 수능 성적표 사전 확인 방법(수험생 커뮤니티 캡처)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300여명의 수험생이 미리 확인하는 사태가 벌어진 건 수능 출제·관리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허술한 홈페이지 관리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웹브라우저에서 몇 번의 클릭과 조작만으로도 수능 성적을 사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취약했다.

2일 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을 치른 졸업생 312명이 전날(1일) 오후 9시56분부터 이날(2일) 오전 1시32분사이 평가원 홈페이지 내 수능 성적증명서 발급서비스의 취약점을 이용해 올해 수능 성적을 미리 확인했다. 해당 서비스는 2019학년도까지의 수능 성적증명서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며 평가원은 현재 2020학년도 수능 성적자료를 서비스에 탑재해 검증하고 있었다.

성적 사전 확인 방법은 간단했다. 수험생이 공인인증서로 본인 인증 후 웹브라우저 개발자 도구를 활용해 소스코드에 접속, 수능 응시 연도로 추정되는 파라미터값 '2019'를 '2020'로만 변경하면 사전 조회나 출력도 할 수 있었다. 다만 수능 응시 경험이 있어 성적 이력이 남아 있는 졸업생들만 조회·출력이 가능했고 재학생들은 불가능했다.

이런 식으로 수능 성적을 확인한 수험생들은 서로 표준점수와 등급을 공유해 '공식 등급 커트라인'을 유추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공식적인 등급별 커트라인은 수능 성적 발표 때 공개된다. 평가원은 "성적 제공일 이전에는 졸업생의 수능 성적증명서 조회 시 시스템에 조회 시작일자가 설정돼야 했고 성적 조회도 이뤄지지 않아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상당수 수험생들과 네티즌들은 이런 평가원의 설명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일부 수험생들은 수능 성적 사전 확인 시점을 문제 삼고 있다. 특정 수험생의 수능 성적 사전 조회 최초 시점에 대해 언론 등을 통한 구체적인 공개 과정 없이 덜렁 '1일 오후 9시56분'이라고만 밝히고 쉬쉬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수능 성적증명서 발급서비스 검증 작업도 조회 시점이 주말(12월1일)인 점을 감안하면 그 이전부터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하며 일부 수험생 혜택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에는 서울대를 비롯해 고려대와 연세대, 건국대와 경희대, 동국대, 한국외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이 면접고사를, 아주대와 인하대는 논술고사를 치렀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먼저 확인하거나 자신의 성적이 생각보다 높았다면 대학별 고사에 참여하지 않고 정시로 더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며 '수시 납치'를 피할 수 있었다. 수능 성적 사전 확인 사태로 수시·정시 모두 변수가 생길 수 있어 수험생 혼란과 피해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한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진다면 교육부 감사나 검·경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평가원장 사퇴로도 이어질 수 있다. 평가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수능 성적증명서 발급서비스 검증작업이 일부 수험생의 성적 사전 조회 시점인 것은 맞는다"면서도 "수능 성적 사전 조회 최초 시점 등은 교육부 감사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명백히 드러나기 때문에 '팩트'만 전달했다는 점을 거듭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앞으로 수능 정보시스템 서비스 문제의 취약점 등을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추가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평가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번 수능 성적 사전조회와 관련해 수험생 및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야기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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