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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제주 금능 상군해녀 시어머니와 애기해녀 며느리 비양도 물질 꿈
‘인간극장’ 제주 금능 상군해녀 시어머니와 애기해녀 며느리 비양도 물질 꿈
  • 이주영 기자
  • 승인 2019.12.09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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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인간극장 ‘상군 시어머니와 애기 해녀’
KBS 인간극장 ‘상군 시어머니와 애기 해녀’

이번주(12월9일~13일) KBS 1TV 휴먼다큐 미니시리즈 <인간극장> 5부작은 ‘상군 시어머니와 애기 해녀’ 편이 방송된다.

제주도의 서쪽 , 에메랄드 빛 바다가 펼쳐진 금능. 그 푸른 바다로 뛰어드는 70여명 해녀들의 평균은 30년 이상. 이들 해녀들 사이의 4년차 초보해녀 은옥 씨(41)는 고된 물질을 마치고 나온다.

시아버지와  남편과 소라를 선별하고 있으니 잠시후 바다경험이 풍부한 상군 해녀들이 귀환한다. 그 중엔 55년 경력의 시어머니 김선열 씨(71)도 있다. 다음 날도 계속된 물질. 날씨가 좋지않아 파도가 거센데 상군해녀들은 수심이 깊은 비양도로 향한다.

이번 <인간극장>은 상군해녀와 막내해녀, 그러면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인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KBS 인간극장 ‘상군 시어머니와 애기 해녀’
KBS 인간극장 ‘상군 시어머니와 애기 해녀’

# 제주 서쪽, 금능 애기 해녀의 꿈

비양도가 훤히 보이는 제주 서쪽 금능 해변. 에메랄드 빛 바다를 향해 용감하게 뛰어드는 수 십명의 해녀들, 해녀 사이엔 계급이 있다. 경험이 풍부한 수십 년 경력의 상군해녀부터, 중군, 하군, 그리고 애기 해녀.

은옥 씨(41)는 금능 해녀 사이에서 오랜만에 들어온 4년차 신입 회원이다. 한 살 차이의 성방 씨(42)와 이른 나이에 부부의 연을 맺고, 두 아들을 둔 은옥 씨. 정신없이 두 아이 키우며 직장 다니는 동안 시부모님 그늘 아래서 살림도 배우고, 아이들도 이제는 대학생과 중학생, 다 키우고 나니 뭔가 새로운 자신만의 일을 해보고 싶었다.

은옥 씨 곁에는,  물때만 좋으면 물에 나가고, 나가면 망사리 가득 소라며 전복, 문어까지 당신의 몸집보다 더 큰 망사리를 지고 오는 상군 해녀 시어머니가 있었다.

“해녀가 되고싶어요.” 가족들의 반대는 당연했고, 가장 심하게 반대했던 이는 50년 넘게 바다에서 살아온 해녀 시어머니였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나도록 설득을 했고, 시어머니는 여름이 되어서야 바닷물이 들어온 원담에서 물질연습을 허락하셨다. “빨간 것 따와라”, “파란 것 따와라”하면, 며느리는 호맹이 하나들고 물에 들어가 물질을 했다.

애기 해녀는 올 봄, 떡볶이 가게까지 차렸다. 몇 년 전엔  작은 펜션까지 짓고, 해녀가 돼 물질도 하더니, 부녀회 일도 하고, 떡볶이까지 만든다는데…. 좋은 말로 하면 추진력. 일 벌이는 아내 곁에는 착한 남편 성방 씨(42)가 있다. 환경미화원으로 14년을 성실하게 일하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그야말로 휴일도 없는 은옥 씨 평생의 보조다.

KBS 인간극장 ‘상군 시어머니와 애기 해녀’
KBS 인간극장 ‘상군 시어머니와 애기 해녀’

# 55년 경력의 베테랑 상군 해녀, 스승이 되다

“나가서  고생이다' 하고 생각 하면 서럽죠. 그런 생각을 말고 '아 나는 이거 하니까 이만이라도, 살아가는구나' 생각하면은 아 이것도 괜찮다 그렇게 생각 들죠. (중략) 한평생  이렇게 살아왔으니까요" -제주 어멍, 해녀 김선열 씨(71)

제주도 금능에서 나고 자란 상군해녀 선열 씨(71). 8년 전 위암 수술을 하고 10kg이나 빠진 몸이 호리하다. 체력은 전과 같지 않지만, 강단있는 상군 해녀. 선열 씨의 물질경력은 장장 55년이다.

해녀였던 어머니가 그랬듯 ‘해녀’란 직업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동생들을 돌보며 물질해 번 돈으로 살림을 보탠 선열 씨. 결혼 후에도 육지로 원정 물질을 다니며 4남매를 키우고 살림을 불렸다. “저승에서 벌어 이승의 자식을 먹여 살린다”는 말처럼 고된 해녀의 삶. 하지만 물질을 하니까 이만큼이라도 살아가는구나! 싶은 생각에 선열 씨는 오히려 바다가 고맙단다.

날이 좋으면,  양식장 공동작업도 함께 가는 며느리와 시어머니. 물질 가르쳐주고, 물질 나가는 잠수복 손질도 해주고 허리에 차는 납추(연철) 무게도 늘려주고 그러면서도 물가에 내놓은 아기마냥 며느리를 살뜰히 챙겨주는 해녀 시어머니다. 물론,  물질 나갔다 들어오면 며느리 망사리에 소라를 넣어주는 건 해녀 시어머니만의 사랑이다.

KBS 인간극장 ‘상군 시어머니와 애기 해녀’
KBS 인간극장 ‘상군 시어머니와 애기 해녀’

# 어린 아들 부부를 품고 산 50년 부부지정

"애들 용돈 주면  남는 게 없는데? 허허,  애들 용돈 안 주면 가게에서 사먹을 때 자긴 쳐다만 보거든. 난 그렇게 하고 싶진 않어. 다른애들 사 먹으면 사 먹어야지…." - 해녀 김선열 씨 남편 고창수(76) 씨.

부부의 연을 맺은 지도 50년째. 선열 씨(71)는 스물 한 살 무렵, 5살 위인 순박하고 착한 창수 씨(76)와 결혼했다. 바다에서 나올 시간이면 밭일을 하다가도 아내 선열 씨를 데리러 오고
커피 반 스푼, 설탕 한 스푼 거기에 뜨겁지 말라고 찬물까지 살짝 부어주는 다정한 남편이다. 그가 곁에 있기에 그 고된 물질도 견딜 수 있었다.

4남매 키우기 위해 열심히 삶을 일궈온 부부. 해녀 아내는 열심히 차가운 백령도, 충청도, 강원도 바다에서 물질을 가고, 남편은 제주도에서  살림하며 아이들을 키워냈다. 남편은 애쓰는 아내를 생각하며 농사 짓고 아이들을 키웠다. 아이들을 돌보고 살림을 하며 아내가 물질로 벌어온 귀한 돈을 차곡차곡 모아 밭 사고 집 사는데 밑천을 만들었다.

귤이 귀하던 시절, 남의 밭 귤 서리를 하던 철부지 막내아들을 보자남편 창수(76) 씨와 선열 씨는 아예 귤밭을 사서 귤 농사를 지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농부 남편은 밭에서, 해녀 아내는 바다에서 일하는 현역.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내줄 것만 생각하는 부모님이다.

일흔여섯의 살림꾼 아버지는 지금도 해녀 아내를 마중가고 밥을 차려주고 장에 가면 옷 한 벌을 사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아낌없이 사랑만 주는 나무 같은 아버지요, 남편이다. 위암을 이겨내고 물질하는 아내를 말없이 아끼고 챙겨 준다. 그런 남편이 가장 고맙다는 아내, 50년 부부의 정이 바다처럼 깊다.

KBS 인간극장 ‘상군 시어머니와 애기 해녀’
KBS 인간극장 ‘상군 시어머니와 애기 해녀’

# 상군 시어머니와 애기해녀의 푸른바다

아직도 파도가 거세면 겁을 내는 초보 해녀 은옥 씨는 해녀 선배들의 응원에 힘입어 새로운 꿈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비양도 물질’! 금능에서 배로 10분이면 닿는 섬이지만 수심이 깊어 노련한  해녀들만 가는 곳이다.

드디어 상군 해녀들의 배에 오르는 애기 해녀, 은옥 씨. 처음 도전하는 깊은 바다, 긴장돼서 전날 밤엔 잠 한숨 못 자고, 멀미약을 한 병이나 마셨지만 배가 떠나기 시작하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리고 마는데…. 노련한 선배 상군 해녀들은 긴장하는 애기 해녀가 마냥 귀여워 웃는다. 드디어 깊고 푸른 겨울 바다, 비양도 깊은 바다가 펼쳐지고, 과연 애기해녀의 비양도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엄마를 닮아 물질을 잘한다”는 소리가 가장 듣기 좋고 며느리가 대견하다는 물질 스승 시어머니와 “어머니 같은 상군 해녀가 되고 싶다”는 애기해녀 은옥 씨, 깊고 푸른 바다에서 강인한 해녀의 삶은 유유히 이어지고 있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상군 시어머니와 애기 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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