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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분조위 "은해, 키코 피해 기업에 손실액 15~41% 배상"
금감원 분조위 "은해, 키코 피해 기업에 손실액 15~41% 배상"
  • 류정현 기자
  • 승인 2019.12.13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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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연맹과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등 8개 단체는 지난 2017년 12월21일 오후 2시쯤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키코 사태에 대한 재조사에 나설 것을 금융위원회에 촉구했다

지난 2008년 키코(통화옵션계약) 사태 발생 이후 11년 만에 은행들이 키코로 피해를 본 기업들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결정이 나왔다. 이는 지난 2013년 대법원 판례상 인정된 불완전판매책임을 은행들에게 물은 것으로, 실제 조정이 성립하려면 은행들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금감원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분조위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분쟁조정은 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등 4개 피해기업과 이들에 키코를 판매한 신한·KDB산업·우리·씨티·KEB하나·대구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분쟁조정 등 키코 피해기업 지원방안을 마련해 안내했고, 4개 기업이 같은 해 7월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들은 약 1500억원 수준의 피해를 봤으며, 모두 사법적 판단을 받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키코 계약이 불공정행위 등으로 무효·사기라는 기업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으며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분조위는 대법원 판례에서 부인된 계약자체의 불공정성과 사기성 여부는 다루지 않고 사례별로 인정된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만 심의했다.

키코는 기업과 은행이 환율 상·하한선을 정해 놓고 그 범위 내에서 지정된 환율로 외화를 거래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기업은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미리 정한 환율과 실제 환율 간 차액의 2배를 은행에 물어줘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건이라도 당사자의 임의변제가 가능하므로 소비자보호 등을 위해 조정결정을 권고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불완전판매가 있었던 유사한 피해기업 구제 등 고객보호 의무를 다하는데 미흡해 지금까지 분쟁이 지속됐다"고 했다. 이어 "양 당사자가 예상하지 못한 환율급등으로 손실이 발생한 만큼 불완전판매가 인정된다면 계약을 권유한 은행도 손실 일부를 부담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설명했다.

분조위는 판매은행들이 4개 기업과 키코계약 체결 시 예상 외화유입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다른 은행 환헤지 계약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규모의 환헤지를 권유·체결(적합성 원칙 위반)했다고 봤다. 또 이에 따른 오버헤지로 환율상승 시 무제한 손실 가능성 등 위험성을 기업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던 점(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에 기본배상비율을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적용되는 30%로 하고, 키코 사건 관련 판례상 적용된 과실상계 사유 등 당사자나 계약의 개별 사정을 고려해 최종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주거래은행으로서 외환 유입규모 등을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경우 책임을 가중하고, 기업의 규모가 크거나 파생상품 거래경험이 많은 경우 경감했다.

기업별 배상비율은 △A기업(102억, 손실액) 41% △B기업(32억원) 20% △C기업(435억원) 15% △D기업 921억원(15%) 등으로 결정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은행들은 A기업의 경우 수출실적이 급감해 무역금융과 수입신용장 한도는 줄이면서도, 추가 환헤지 계약을 구속력이 없는 협약서상 주문예정수량을 근거로 체결했다. B기업은 기업의 외화유출입 규모를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는 주거래은행이 헤지대상으로 설정한 외화 순유입액을 크게 초과하는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은행이 이미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사건의 분조위 배상결정을 받아들인다면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소멸시효 완성채권에 대한 배상금 지급은 법적 의무가 없는 재산 출연 행위로서 배임소지가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과거 키코 불완전판매에 따라 지급해야 했던 배상금을 뒤늦게 지급하는 것을 배임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은행이 배상금 지급 여부에 따른 이해득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종국적으로 은행에 이익이 된다는 경영진 판단 아래 지급을 결정한다면 고의적인 배임의사가 있다고 볼 수 없음으로 민·형사상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기업과 은행들에 조정 결정 내용을 통지하고 수락을 권고할 예정이다. 당사자들이 조정안을 접수하고 20일 이내에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한다(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 조정이 성립되면 나머지 키코피해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과 협의해 피해배상 대상 기업 범위를 확정한 후 자율조정(합의권고)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Queen 류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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