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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풍경 '올뉴모닝 69거 0561'
김도형의 풍경 '올뉴모닝 69거 0561'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12.16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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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대마리 철원, 2019'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대마리 철원, 2019' (인스타그램: photoly7)

 

올뉴모닝 69거 0561, 네가 내게 온지 이제 이 년이 넘어가는구나.

비좁은 서울에서 편하게 타자고 배기량 1000cc인 너를 선택했지.

그런데 네가 내게 온 직후 내 머리에 무슨 계시같은 것이 번개처럼 번쩍여서 미친듯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

바탕이 사진하던 사람인데 다른 업무를 맡아 너무 오랫동안 사진과 멀어져 있어서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거야.

그제서야 좀 더 큰 차를 살걸 하고 후회했지.

오늘 계기판을 보니 십일만킬로가 표시되어 있더구나. 그러니까 이 년이 좀 넘는 시간 십일만킬로나 달렸다는 것인데 얼마전 카센터에 갔더니 무슨 직업을 가졌길래 차를 이렇게 많이 굴리세요 하더군.

하기사 너를 몰고 동서남북 안간데가 없지.

재작년 겨울인가 철원 한탄강 촬영을 갔을 때 너를 강가에 세워두고 촬영을 하는데 눈이 왔지. 생각지도 않은 눈이 와서 좋은사진을 찍고 돌아왔는데 우리가 올라가야할 오르막 길에도 눈이 쌓여 있어서 안전하게 보험을 부를까 했지만 너를 믿고 정면돌파 했다.

1단 기어를 넣고 힘껏 엑셀을 밟았는데 처음에는 바퀴가 공회전만 해서 등에 식은땀이 흘렀어. 만약 거기서 뒤로 썰매처럼 미끄러져 내렸다면 너와 나는 한탄강 얼음물에 풍덩 빠지고 말았을 텐데 넌 대견하게도 그것을 해내더군.

이것 외에도 우리에게는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지.

넌 덩치도 작은데 트렁크에는 모노포드, 트라이포드, 장화가 실려있고 뒷좌석엔 기타와 엠프까지 놓여있지.

나와 그것들을 싣고 돌아다니느라 너 애 많이 썼다.

지난해 부터 일반인도 LPG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해서 LPG 큰차를 사려고 잠깐 생각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차와도 정이 든다는 말이 있듯이 너와 함게 해온 2년의 추억은 단번에 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

국내의 웬만한 곳은 가봤고 어디를 언제 가야 좋은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요령도 생겼으니 이제부터는 좀 덜 다녀도 되겠다.

이만하면 어디에 내놔도 욕먹지 않을 사진들도 많이 모였고.

올뉴모닝 69거 0561,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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