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3:20 (금)
 실시간뉴스
분위기가 달라졌다 감미로운 보이스, 진화하는 가수 이정의 매력
분위기가 달라졌다 감미로운 보이스, 진화하는 가수 이정의 매력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1.11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래로 인정받는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저 자신과 싸워 이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지금이 제 음악 인생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데뷔 초 이정은 꽃미남이라거나 혹은 비주얼 좋은 가수로 부각되지는 않았다. 요즘같이 ‘노래만 좋아서는 안 되는’ 가요시장에서 그러한 점은 적지 않은 핸디캡으로 작용하기 마련. 그러나 그는 남다른 예능감과 엉뚱함이 서려 있는 표정, 장난기 넘치는 말투로 조금씩 사람들의 관심을 자신에게 향하게 했고 독특한 느낌의 보이스를 내세워 노래를 부를 때면 전혀 상반된 감성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나갔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지난 2008년 가을, 그의 갑작스러운 군 입대 소식은 약간 의외였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홀로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것. 대개의 연예인들이 군에 입대한다고 해도 연예사병으로 가는 경우가 보통인데 연예인이라는 일말의 혜택도 없이, 그야말로 인간 대 인간 그 자체로 부딪히고 극복해야만 하는 해병대에 입대한 그의 선택은 단연 신선한 뉴스로 전해졌다.
예상은 했지만 이후 그에게는 사회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규율과 절제가 요구됐다.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노래를 부르고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사는 가수에게 결코 짧다고 느껴질 수 없는 그 시간을 이정은 의연히 감내했다. 잘 연마된 쇠붙이가 독특한 광택을 자랑하듯, 그 기간을 담담히 스쳐 보낸 이정에게서 또 다른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것은 당연했다. 이전에는 잘 몰랐던 남자의 당당함. 변화는 그뿐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은은한 여운이 남는 향수와 같이 군대라는 조직에서 억눌러야 했던 끼와 음악적 감성은 더욱 깊어진 보이스와 매력으로 진화하며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3개월 남짓, 변화를 확인하는 시간
한 사람의 인생에서 커다란 변곡선을 그리는 시기가 몇 차례 오기 마련이고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군 생활이란 그 첫 번째 변곡선의 가파름을 경험하는 때라 할 수 있다. 이정 역시 그 시기에 자신의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경험한 듯했다. 이제 제대 3개월 남짓, 어찌 보면 입대 전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이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일단 주위 반응이에요. 사실 저는 크게 바뀐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소중한 시간이 있었고 기억에 남았다는 것 정도였거든요. 굳이 바뀐 것이 있다면 예전에 저는 노력을 않는 타입이었다고 할까요. 연습을 많이 안 했어요(웃음). 몇 번 해보고 외웠다 싶으면 바로 무대에 올라가곤 했죠. 그런데 군대에 갔다와서는 그게 달라진 것 같아요. 저 스스로도 생각해보니까 그러네요. 사람들에게 변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요즘에는 연습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해서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만큼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지니까 언제 어디서 노래를 하든지 똑같은 수준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예전에는 사실 어디서는 잘 불렀는데 어디서는 들쭉날쭉해서 망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이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더 노력하게 되네요(웃음).”
군대에서 억눌렀던 노래의 열정을 터뜨리기라도 하듯 이정은 지난 10월 제대 후 첫 싱글인 ‘헤어지는 일’을 발표하며 변화된 모습을 선보였다. 예능 컴백도 ‘천하무적 야구단’ 후속으로 신설되는 봉사 버라이어티 ‘명 받았습니다’를 통해 예고하고 있다. 모든 멤버가 ‘군필돌’이라 불리는 예비역 스타들로 구성된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이어서 조만간 다시 보게 될 그의 엉뚱한 예능감이 사뭇 기대된다. 끼를 숨기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 타고났다고 해야 할까.
“제가 엉뚱한 점이 좀 많긴 하죠(웃음). 생각이나 행동이 지극히 평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음악을 하다 보니 그렇겠죠. 창작하는 사람들은 다 독특함이 조금씩 있는 것 같아요. 똑같은 생각을 하다 보면 창작이 될 수 없으니까요.”
가수로서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일 미니앨범 작업에도 여념이 없다. 녹록지 않은 스케줄에 피곤할 법도 하건만 “아직 시차적응이 안 돼 아침이 편하다”며 웃음 짓는다.
“2년을 그렇게 살았으니 아직까지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보다 밤새 작업하는 게 더 힘들어요. 보통 곡을 만들면 한밤중이나 새벽에 작업하는데, 저는 아예 아침에 작업해서 저녁에 가지고 와요. 이번 미니앨범은 이제까지 제 노래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를 거예요. 솔직히 요즘 많이 나오는 스타일의 음악은 아니거든요.”

해병, 그 소중하고도 무거운 이름
해병대 출신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로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얼마 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한 후라 해병대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때로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여론의 조명을 받기도 해 더욱 그렇다. “단지 나라가 불렀고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겸손함을 보이는 그도 ‘해병’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끈끈함을 이야기할 때는 은연중에 진지한 표정이 묻어나온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듣던 중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제대 당일 “노래를 부르고 싶어 죽겠다”고 말할 정도였던 그가 왜 하필 ‘노래를 부를 수 없는’ 해병대를 선택했을까.  
“해병대에만 연예병사가 없거든요. 이왕 군대에 가는 것 가수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남자로서 군 생활을 해보고 싶었어요. 제대할 때 노래하고 싶었다는 그 마음을 느꼈다는 것이 저한테는 참 소중해요. 물론 홍보단 같은 곳을 갔으면 노래는 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제가 부르고 싶을 때 부르는 노래가 아니잖아요. 가수 생활을 하면서도 원하는 무대에만 설 수는 없지만, 그래도 군 생활을 그렇게 보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왕 군대에 갈 거라면 정말 군인의 생활을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단단히 마음먹고 간 군대였지만 역시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에서 그 역시도 후회 아닌 후회를 한 순간도 있었다. 군대를 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입소식이 끝난 후 가족과 이별하는 순간의 그 막막함. 비로소 훈련병들만 남았을 때, 공기조차 정지하는 듯한 느낌을 접했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저는 진짜 가기 싫었어요(웃음). 포항에 도착해서까지는 ‘그냥 가는 거지 뭐’ 하고 무덤덤했는데 막상 훈련소를 들어가려고 하니까 갑갑해지는 거예요. 아니나 다를까,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딱 돌아서서 강당으로 들어가는 순간 엄청 후회가 되더라고요. ‘이건 아닌데, 어차피 안 알리고 왔으니 그냥 지금이라도 나갈까’ 별의별 생각을 다 했어요(웃음). 근데 그 순간뿐이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저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 됐죠.”
훈련소에 입소했을 당시의 기분은 시작에 불과했다.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었든 혹은 어떤 일을 했든 간에 훈련소에서는 누구나 단 한 명의 훈련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유독 그만큼은 유명인이라는 꼬리표에서 오는 고정관념이 더욱 혹독한 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교관님들 입장에서는 ‘도대체 이 녀석은 왜 여길 온 거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겠죠. 나중에 알고 보니 역시나 그 생각이 맞더라고요. 그런 생각들을 제가 하루하루 행동으로 보여드리면서 깨나갔어요. 다른 수가 없었죠. 훈련병 신분에서 교관들에게 설명할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분들도 확인할 길이 없으니 어디까지 하나 보자는 식으로 그냥 굴린 거죠. 저도 똑같은 마음이었고요(웃음).”
신병 훈련이 모두 끝나고 각자의 부대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