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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서 우유 훔친 ‘부자’에 전국에서 온정 이어져
배고파서 우유 훔친 ‘부자’에 전국에서 온정 이어져
  • 김정현 기자
  • 승인 2019.12.17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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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아버지와 10대 아들이 마트에서 우유 등을 훔치다가 적발돼 용서를 구하고 있다. (CCTV 화면 캡처)
30대 아버지와 10대 아들이 마트에서 우유 등을 훔치다가 적발돼 용서를 구하고 있다. (CCTV 화면 캡처)

 

배가 고파서 마트에서 우유와 사과를 훔친 ‘현대판 장발장’ 30대 아버지와 10대 아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 부자를 돕겠다는 온정이 전국에서 답지하고 있다.

17일 인천 중구 영종동 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7시 기준 1200만원의 성금이 기탁됐다. 또 쌀은 100㎏을 넘어섰고 우유·라면 등 식료품은 수북이 쌓였으며 방한복·점퍼 등 의류도 들어왔다. 한 할머니는 “뉴스를 보고 찾아왔다”며 직접 담근 김치를 놓고 갔고 “돼지 한 마리를 보내고 싶다”는 주민도 있었다.

아버지 A씨(34)와 아들 B군(12)은 지난 10일 오후 4시께 영종도의 한 마트에서 우유, 사과 등을 훔치다 CCTV를 보고 있던 마트 직원에게 발각됐다. 마트 직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사연을 들어보니 부자는 그날 아침, 점심을 굶었다. “너무 배가 고파서 해선 안될 일을 했다”며 용서를 구하는 A씨는 몸을 벌벌 떨었고 옆에 있던 B군은 고개를 떨군 채 울었다.

택시 기사를 하던 A씨는 당뇨와 갑상선 질병으로 6개월 동안 일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있었지만 홀어머니, 둘째 아들(7) 등 네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기는 힘든 상태였다.

딱한 사연에 마트 측은 부자를 선처했고 경찰은 부자를 돌려보내기 전 식당으로 데려가 따뜻한 국밥을 시켜줬다. 마트 인근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한 주민은 현금 20만원을 찾아와 부자에게 주고 곧바로 사라졌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은 마트, 식당에 설치된 CCTV에 고스란히 담겼고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온정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직원들은 기부물품을 부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한편 분류하는 작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주민들의 따뜻함에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영종동 행정복지센터 담당자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직접 방문하는 주민도 많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그러나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이재익 경위(인천 중부서)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 도중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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