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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1월호 -PEOPLE/김병호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1월호 -PEOPLE/김병호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0.01.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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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월호

중국교포 한약상에 매일 도시락 1백50개 선물한 김병호

"우리네 인심은 배고픈 사람 그냥 못보는 것이지요"

찬바람이 이는 12월의 시청앞 지하철역 구내와 덕수궁 앞 거리. 졸지에 한약재 노점상 신세가 된 중국교포들은 따뜻한 도시락을 나눠주는 노인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중국교포 노점상들에게 매일 도시락 1백50개씩을 내놓아 화제가 된 주인공은 65세의 일식집 주인 김병호씨(65세). 그의 가슴 훈훈한 '동포사랑'이야기-.

1991년 1월호 -PEOPLE/김병호
1991년 1월호 -PEOPLE/김병호

 

"제가 싸다 준 도시락을 받고 눈물을 글썽이는 중국교포들을 보니 그처럼 마음이 흐뭇할 수가 없더군요. 그 도시락으로 그들이 조국땅에서 받은 냉대를 잊고, 따뜻한 동포애를 조금이라도 느끼게 된다면 더이상 보람이 없습니다"

소공동에서 일식집 '송원'을 경영하는 김병호씨는 이번 겨울 만큼 따뜻한 겨울을 지내보지 못했다. 

젊은시절 이국땅인 일본에서 숱한 고생을 겪어본 김씨는, 추운 겨울거리에서 좌판을 벌이고 한약을 파는 중국교포들의 고생이 전혀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다고 한다. 

"망향의 한을 풀기 위해 온 사람들 아닙니까, 빚을 얻어가며 가까스로 처음 모국을 찾았는데, 여기 와서 그런 고통을 겪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직접 보니 마치 전쟁통의 피난민 행색과 흡사하더군요"

식당에서 4천원에 내놓는 김씨의 도시락은 매일 라면이나 호빵조각으로 허기를 때우던 교포들에게 진수성찬이나 다름없었다. 하얗게 김이 오르는 쌀밥에 고추조림, 연근조림, 생선전, 그리고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삼치 한토막···.

김병호씨가 이들의 실상을 안것은 우연치 않게 일본 위성방송을 보면서 였다. 

일본방송에는 서울의 중심인 시청 주변에 '노점시장'을 벌인 중국교포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비쳐지고 있었다. 김씨는 방송을 보고 중국 교포 한약상 문제가 이미 국제여론화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것이 일제치하 만행의 유산임을 깨닫치 못하고 그저 한국인들의 냉대로만 보도하는 일본방송의 태도에 몹시 분개했다. '징용과 징병으로 만주벌판에 끌고가 같은 동포를 이렇게 갈라놓은 장본인이 누구냐'고 그는 묻는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더욱 국내여론은 '가짜약'문제로 국민들의 냉대를 부추기고 있어 김씨는 마음이 아팠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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