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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1월호 -PEOPLE/김제현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1월호 -PEOPLE/김제현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0.01.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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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월호

90년 '중앙시조문학대상' 수상한 중견 시조시인

김제현

"세 아들 위해 손수 도시락 싸는 아버지의 사랑으로 쓰는 시"

현재 경기대 교수이면서 중견 시조시인인 김제현씨(51세)가 지난 연말 '중앙시조문학대상'을 수상했다. 30년 작가생활을 통해 우리 전통 정서를 현대 감각에 맞게 노래한 시조시인인 그는 또한 눈물겨운 부성애로 문단에 널리 알려져 있다. 5년전 아내와 사별한 뒤 세 아들의 도시락을 손수 싸줘가며 흔들리지 않는 가정을 지키려 애써온 그의 삶, 그의 시를 만나본다.

1991년 1월호 -PEOPLE/김제현
1991년 1월호 -PEOPLE/김제현

 

늙은 어부가 혼자 앉아 그물을 깁고 있다. 그가 끌어올리는 것은 파도소리와 달빛 뿐이지만 그는 내일의 투망을 위해 부지런히 그물코를 깁고만 있다. 

그 어부는 누구인가? 그는 바로 우리보다 앞서 세상을 등진 우리의 선조일 수도 있고 허망함에 다름아닌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심연을 자맥 질해온 그 늙은 어부는 바로 이 시를 쓴 시조시인 김제현씨의 모습이다. 

대학교 1학년 때 시조작가로 문단에 데뷔, 꼭 30년 동안을 한눈 팔지않고 우리 시조문학의 전통을 지켜온 그가 지난해 12월 '중앙시조문학대상'을 수상했다. 수상 작품은 늙은 어부의 삶을 통해 인간 삶의 한 부분을 조망해보고자 한 '그물'이란 시조.

"80년대 들어서 저는 가장 사랑하는 두사람을 잃었습니다. 한사람은 아버님이며 또 한사람은 제 아내입니다"

'불혹'이라 불리는 나이 40대, 남자로서 한창 왕성한 활력을 자랑할 나이에 함께 살던 두사람을 가슴속에 묻어야 했던 슬픔. 그것은 시인으로 하여금 현실속에선 강한 '부정'으로, 시속에선 '존재에 대한 의식'으로 자신을 바꾸도록 했다. 

병원에서 어떻게 손을 대볼 수 조차 없는 '췌장암'이란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 그가 남기고 간 것은 막 고3이 되었던 큰아들을 필두로 중학생까지 걸쳐있던 세명의 아들, 그리고 '아내' 혹은 '엄마'없는 텅 빈 자리였다.

자신의 상실감과 아픔을 위로 받기에 앞서 그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아하던 술자리도 끊고 저녁시간의 모든 모임은 거의 불참하다시피 했다.

아내가 떠난 후 지금까지도 거의 통금시간은 저녁7시. 아무도 없는 불꺼진 아파트를 들어서야 할 때의 고적함, 그 허기와도 같은 상실감을 아들들에게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역할은 아버지인 자신이 도맡았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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