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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정 변호사에게 듣는다 '미혼부 자녀출생 신고 난관, 아동 인권 침해 우려까지'
전현정 변호사에게 듣는다 '미혼부 자녀출생 신고 난관, 아동 인권 침해 우려까지'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9.12.30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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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3년간 판사로 일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2016년 법원을 떠났다. 현재는 법무법인 KCL 고문변호사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전현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3년간 판사로 일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2016년 법원을 떠났다. 현재는 법무법인 KCL 고문변호사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 미혼부 자녀출생 신고 문제가 큰 이슈다. 혼외자의 출생신고가 오롯이 엄마의 몫이었던 과거와 달리 ‘사랑이법’으로 아버지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다. 미혼부들은 자녀 출생신고를 위해 소송을 거쳐야 하고, 걸리는 시간도 빨라야 2~3개월, 늦으면 1~2년 이상 걸린다는데….

미혼부 자녀출생 신고가 어려운 이유와 아이 인권 침해 우려까지 불러일으킨 이 법을 어떻게 개정해나가야 할지 전현정 법무법인 케이씨엘 고문변호사에게 들었다. 다음은 전현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2015년 11월 19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법률’(일명 사랑이법) 시행으로, 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미혼부의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개선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랑이법의 취지가 무엇인가요?

A. 사람이 태어나면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어머니나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해야 합니다. 부부가 자녀를 출산해 혼인신고를 한 경우 이 기한을 지키기만 하면 되는데요.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낳은 아이, 즉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는 좀 복잡합니다. 혼외자는 어머니가 신고를 해야 하는데,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 아버지가 신고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모자관계는 ‘출산’이라는 자연적인 사실로 확인할 수 있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와 혼인관계가 없으므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던 겁니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던 것이 사랑이법입니다. 사랑이법에서는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아버지가 친생자출생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Q. 그런데 여전히 미혼부들의 출생신고가 쉽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A.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문제가 됐습니다. 법원에서 대체로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를 ‘모두’ 알 수 없는 경우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의 등록기준지나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는 있겠지만, 모의 성명까지 모르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드물 겁니다. 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를 ‘모두’ 알 수 없을 때만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 보면,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법원이 위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해 허가해주지 않으면, 미혼부는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후견인 지정 신청, 자의 성본 창설허가, 가족관계등록부 창설허가, 인지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런 절차를 밟는 기간은 보통 1∼2년이 걸립니다.

Q. 아이의 생모 이름도 몰라야 미혼부 자녀출생신고가 가능하다는 것은 어떤 뜻에서인가요?

A. 민법 제844조 제1항에서는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혼인 중인 여자가 남편이 아닌 남자와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그 자녀는 남편의 친생자녀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친생자로 추정되는 자녀에 대해 친생부인 판결로 남편과 아이 사이에 부자관계 없음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아이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법률상 남편으로 추정되고 가족관계부에도 그렇게 기재됩니다. 아이의 생모 이름도 몰라야 미혼부 자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이유는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의 생부가 아닌 다른 남자와 혼인관계에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Q.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아이들의 몫일 듯합니다. 미혼부 아이들에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나요?

A. 아동은 출생신고를 해야만 국가와 사회가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게 됩니다. 의료와 교육에 관한 방임상태에 있게 됩니다. 의료보장, 의무교육 등 사회복지를 제공받을 권리에서 배제됩니다.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고 취학 연령에 이르러도 학교에 다니지 못합니다. 아동학대를 발견하기도 어렵습니다.

Q. 이에 미혼부 자녀출생신고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출생신고는 아동의 기본적 권리보장을 위한 절차입니다. 모든 아동이 출생신고 없이 살아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출생신고 제도는 아동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출생신고는 출생과 동시에, 그리고 쉽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보편적 출생신고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2011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에 모든 아동이 차별 없이 출생등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을 권고했습니다.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도 2017년 이와 동일한 권고를 합니다. 미혼부가 자녀에 대한 출생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해 혼인하지 않은 모가 출생신고에 협력하지 않는 경우 모의 인적 사항 중 일부를 알더라도 미혼부의 출생신고를 허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미혼모뿐 아니라 미혼부를 위한 사회제도도 필요해 보입니다. 무엇이 가장 절실하고, 무엇이 제일 현실적으로 도움을 주는 제도가 될까요?

A. 출생신고 전이라도 자녀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방접종이나 아픈 자녀를 위해 이런 서비스를 실제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또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미혼부의 자녀는 사회계층 특별보호자로서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제도들을 쉽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양육 문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미혼모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지만, 미혼부는 특히 양육방법을 잘 몰라서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아의 구체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지원제도나 서비스도 있었으면 합니다.

Q. 외국의 경우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우리가 참고할만한 부분은 없나요?

A. 외국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보편적 출생등록제도가 도입된 나라에서는 미혼부 출생신고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독일에서는 아동이 출생하면 부모의 국적, 주소를 불문하고 1주일 내에 출생신고가 이뤄집니다. 부모와 의료기관 모두 출생신고의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병원 등의 시설에 출생신고의무까지는 아니더라도 출생사실을 통보하는 방법을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정리 [Queen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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