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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2일 정계 복귀 선언...“내가 독일에서 달리면서 배운 것”
안철수, 2일 정계 복귀 선언...“내가 독일에서 달리면서 배운 것”
  • 송혜란 기자
  • 승인 2020.01.02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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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2일 정계 복귀 선언...“내가 독일에서 달리면서 배운 것”
안철수, 2일 정계 복귀 선언...“내가 독일에서 달리면서 배운 것”


안철수 전 의원이 국내 정계 복귀를 2일 선언했다. 안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드리겠다"고 전했다. 1년여간의 해외 체류 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하는 안 전의원의 복귀 신호탄이 쏘아올려짐에 따라, 분당 사태를 맞은 바른미래당의 진로와 당권구도, 그리고 중도와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움직임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퀸 11월호에 소개된 안 전의원의 기사 “나는 달린다...정계 떠나 1년, 내가 독일에서 달리면서 배운 것”을 옮긴다.(편집자 주)
 

“저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습니다.” 2018년 4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갔다가 고배를 마신 안철수 전 국회의원. 그는 지난해 7월 기자회견 후 돌연 독일로 떠났다. 그곳에서 안 전 의원은 달리기를 하며 상처투성인 마음을 치유한 것으로 보인다.

곧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러너(Runner)로 거듭난 그는 마라톤을 하며 배운 것이 참 많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출판된 그의 저서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에서 정계를 떠난 지 1년간 그의 근황을 엿볼 수 있었다.

의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벤처기업 CEO, 대학교수 그리고 정치인까지. 지금의 그를 설명해주는 수식어는 참 많다. 늘 우리 사회의 중요한 분야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 온 안철수 전 의원. 그만큼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개발 등 그가 남긴 업적도 수두룩하다. 사회적으로 꽤 성공한 위인이다. 이에 수많은 국민들로부터 ‘국민 멘토’라는 애칭을 얻으며 그들의 염원대로 정치 생활까지 시작한 그다.

그러나 그의 정치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서울 노원구 병에서 제19대, 20대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국민의당 창당 및 19대 대선후보로 나섰으나 낙선했다. 그는 2018년 4월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낙선하면서 그해 7월 독일로 떠났다.


다 부족한 내 탓, 아내에게 미안해

책 곳곳엔 당시 그가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었는지 잘 나타나 있다.

“지난 6년의 시간 동안 내가 해온 정치의 결과, 그 모든 것은 바로 내 책임이다.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 내 뜻을 지지해준 많은 사람이 큰 상처를 받았다. 나는 그 모든 상처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남을 탓하기보다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성격이어서 마음이 더 괴로웠다.”

특히 그는 아내를 향한 미안한 마음이 매우 커 보였다. 그는 책에 ‘아내의 마음이 괴로운 이유는 모두 나 때문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했던 가장 현실적인 정책 제안과 입법 등의 의정 활동, 그리고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3김을 포함한 5명만이 해냈던 창당 후 교섭단체를 만든 뚝심과 돌파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오히려 약한 이미지로 평가받을 때면 마음이 아팠던 것도 사실이다’, ‘아내는 왜곡된 사실들에 더 큰 상처를 받은 것 같다’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이러한 안 전 의원 부부의 마음속 상처를 아물도록 해준 것은 의외로 ‘달리기’였다.

“달리기를 하면 괴로움을 잊을 수 있고,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는 것 같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마음으로 만들어준다고 해야 하나.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지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이어 그는 만일 자신이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면 이 시간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적었다.
 

"무엇보다 달리기는 상처가 생긴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사람은 때에 따라 차분히 이성적으로 꼼꼼하게 생각해야하는 경우도 있지만 늘 논리적인 건 아니다. 감정적인 부분은 그것을 풀 수 있는 시간과 기제가 필요한데 달리기가 그 역할을 해준다. (…) ‘무아지경’에 빠진다고 할까? 지나간 일들, 고통스러운 기억, 상처로 얼룩진 마음이 달리기를 통해 순화된다."-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프롤로그 中
"무엇보다 달리기는 상처가 생긴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사람은 때에 따라 차분히 이성적으로 꼼꼼하게 생각해야하는 경우도 있지만 늘 논리적인 건 아니다. 감정적인 부분은 그것을 풀 수 있는 시간과 기제가 필요한데 달리기가 그 역할을 해준다. (…) ‘무아지경’에 빠진다고 할까? 지나간 일들, 고통스러운 기억, 상처로 얼룩진 마음이 달리기를 통해 순화된다."-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프롤로그 中

 

교육 프로그램 개발, 미세먼지 해결할 것

방문 학자로서 여러 연구를 하기 위해 독일 뮌헨에 간 안철수 전 의원. 사회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다는 그는 스스로 정치를 사회적 봉사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치에는 손을 뗐으나 그는 뮌헨에서 언젠가 모두를 위해 귀하게 쓰일 일을 찾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러닝 5.0’이 그의 주요 업무다.

“지금의 아이들 교육은 다음의 세 가지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첫째는 앞으로 피하기 힘든 인공지능과 친숙해지는 것, 둘째는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창의성을 키우는 것, 마지막 셋째는 세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로벌 시민의식이다.”

바로 그가 바이로이트 대학과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소화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것. 인공지능을 다루는 교육, 예술에 대한 이해를 키워주는 교육, 한국과 독일, 에티오피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번역을 통해 서로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일차 목표다. 이미 파일럿 스터디의 중간 세미나까지 개최한 후 독일 언론에 소개됐고, 이 책이 출간된 시점에서 파일럿 스터디의 최종 발표회가 이뤄질 예정이다.

또한 그는 미국의 엑스프라이즈 재단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클린 에어 프로젝트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엑스프라이즈는 현재 인류 문제를 푸는 이에게 큰 상금을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다.

“미세먼지는 특히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중대한 문제이며,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한 문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전문가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과학자와 발명가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바람은 그로 하여금 엑스프라이즈와 협업하게 이끌었다.


달리기의 세계로

동시에 러너의 삶도 병행하고 있다는 안 전 의원. 그는 일주일 평균 50킬로미터, 한 달 평균 200킬로미터를 달리고 있다. 하프 마라톤에 이어 42.195킬로미터 풀코스 마라톤도 완주했다고 그는 자랑했다. 숲길이 나 있고 나무가 울창하며 호수와 풀밭도 잘 정비된 아름다운 풍경의 독일 집 앞 베스트 파크 덕분이란다.

함께 팀이 되어 달려준 아내의 힘도 컸을 것이다. 달리기는 삶의 습관까지 바꾸기에 가족이 이해해주고 격려해주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딸 설희 때문이었다. 워낙 어릴 때부터 마라톤을 즐겼던 딸이 2016년 무더운 여름, 더운 날씨 때문에 새벽에 달리겠다고 하자 내심 걱정된 부부가 딸을 따라나선 게 계기가 되었다.

처음이라 여러 번 도중에 쉬었다 뛰기를 반복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돌아왔을 때 무척 힘들지만 개운한 느낌, 복잡한 생각이 말끔히 사라지는 기분을 그는 아직도 잊지 못하는 듯했다. ‘조금 더 빨리 시작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지만 인생에 늦은 때란 없다는 것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체력 또한 타고난 그였다.

“먹고 싶은 음식 마음껏 먹어도 살이 빠지고 피부도 좋아지고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삶을 만들어주는 달리기를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고 싶다.”

그가 7년 만의 저서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을 펴낸 이유다.

1 코스 중간에서 주최 측의 공식 사진사가 기다리고 있다가 참가자들을 찍은 사진. 이때 그는 완전히 지친 상태였는데, 힘을 내서 활짝 웃었다고 한다. 산 위에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보인다. 2 퓌센 마라톤 결승선 통과 직전의 모습. 그가 아내와 한국인으로서 참가하는 데 의미를 둬 번호표에 태극기 스티커를 붙였다.3 비엔나 시티 마라톤. 그와 아내의 21.0975킬로미터 첫 하프 마라톤이었다. 4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마라톤에서 결승 지점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질주하는 순간.
1 코스 중간에서 주최 측의 공식 사진사가 기다리고 있다가 참가자들을 찍은 사진. 이때 그는 완전히 지친 상태였는데, 힘을 내서 활짝 웃었다고 한다. 산 위에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보인다. 2 퓌센 마라톤 결승선 통과 직전의 모습. 그가 아내와 한국인으로서 참가하는 데 의미를 둬 번호표에 태극기 스티커를 붙였다.3 비엔나 시티 마라톤. 그와 아내의 21.0975킬로미터 첫 하프 마라톤이었다. 4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마라톤에서 결승 지점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질주하는 순간.

 

진정한 러너

그가 직접 경험한 달리기의 효능은 꽤 좋았다. 몸의 건강뿐 아니라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해소 등 정신 건강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선물은 인생에 대한 숱한 깨달음이었다. 어쩌면 앞서 언급한 일들도 달리기와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는데…. 지금 그의 눈앞에 닥친 일, 자신이 직접 움직여야 진행되는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란다.

“달리기는 내가 발걸음을 내딛어야만 앞으로 나아가지 않던가. 한발 한발 떼는 걸음에 집중을 해야 완주가 가능하지 않던가. 나도 내 눈앞에 닥친 많은 일을 열심히 달리는 마음으로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더욱이 어떻게 달리기의 결말을 예상하고 출발선에 설 수 있을까? 그는 그저 겸손한 마음으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가장 확실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자신이 지금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는 설령 실패하더라도 시도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고백했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우거나 경험할 수 없으며 아무것도 바꾸거나 이룰 수 없으니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어떤 결말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당장 1킬로미터 뒤의 상황을 알 수 없는 마라톤에 계속 도전하는 것처럼,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도전이지만 매 순간 충실한 인생을 사는 게 참 닮은꼴 같다.”

특히 그가 찾은 달리기의 본질은 ‘견디는 것, 참는 것’이었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당연하다. 그때마다 그가 견디는 노하우는 발 바로 앞을 보는 것이다. 멀리 있는 반환점을 보면 쉽게 지치는 까닭에서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발만 보고 달리면 어느 순간 반환점에 다다르고 출발 지점까지 돌아올 수 있는데 우리 인생에도 이런 전략이 꼭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주변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에 고조된 오버 페이스를 주의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달리기는 삶의 깨달음을 얻어가는 수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생각해 보았다.

달리기를 하며 몸과 마음, 정신력이 한층 단단해지고, 그 성취의 결실들이 만들어준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안 전 의원. 이제는 달리기가 그의 소중한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한국에 돌아간 뒤에도 아무리 힘들도 바쁘더라도 달리기 생활을 꼭 유지하고 싶다고 그는 전했다.

“나는 내일도 다시 출발선에 설 것이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서울신문 참고 도서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자료 사진 21세기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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