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8:55 (토)
 실시간뉴스
역사소설 <금지된 정원> 프랑스어 출간한 김다은 소설가
역사소설 <금지된 정원> 프랑스어 출간한 김다은 소설가
  • 박소이 기자
  • 승인 2020.01.10 0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제강점기 배경… 금지된 정원은 청와대 땅을 의미”
역사소설 <금지된 정원> 프랑스어 출간한 김다은 소설가

 

소설가 김다은의 역사소설「금지된 정원」이 출판사 아뜨리에 데 까이에(Atelier des Cahiers)에 의해 프랑스어로 출간되었다. “청와대 풍수와 역대 대통령들의 불운한 담론이 과연 연관성이 있는지 문학적으로 찾아보고 싶었다”는 김다은 작가. 김 작가는 “역사적 상처로 인한 나쁜 기억의 땅에서 벗어나서 미래의 좋은 땅으로 이동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인터뷰 기사는 「금지된 정원」의 프랑스어 출간을 기념해 출판사의 렐리아 살리가리(L lia Saligari)씨가 프랑스어권 독자를 위해 작가 인터뷰한 내용을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금지된 정원」의 번역은 Jean-Charles Jambon, 고광단이 맡았다.

Q 어떻게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했습니까?

제가 처음 글을 쓴 것이 프랑스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불문학 박사학위를 마치고 1994년에 귀국했는데, 학교 강의를 나가기까지 공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에 몇 년 있는 동안 사용한 적 없는 ‘한약방’ 등 한국어 단어들이 얼른 머리에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국말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한국어 사전을 가져다 놓고 프랑스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의 삶과 고통을 쓰기 시작했는데, 걷잡을 수 없는 많은 분량의 글을 낳고 말았습니다. 그것이 저의 첫 번째 장편소설 『당신을 닮은 나라』였고, 그 작품이 큰 제3회 국민문학상을 타게 되면서 소설가가 되었습니다.

Q 이번에 프랑스어로 출간된 『금지된 정원』을 쓴 목적은 무엇입니까?

제가 항상 의문을 품고 있던 한 담론이 있었습니다. 청와대는 청기와지붕을 가진 집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의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곳인데, 이곳에 대한 불행한 담론을 수십 년 동안 계속 말하는 것을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청와대를 거쳐 간 대통령들의 말년이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역대의 많은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는 동안 혹은 청와대를 떠난 후에, 타살 혹은 자살 혹은 감옥행의 끔찍한 말년을 보낸 것은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그 원인을 풍수 때문이라고 한결같이 말하곤 했습니다. 청와대의 땅이 좋지 않거나 건물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청와대의 땅은 매우 좋은 땅으로 여겼기에, 저는 풍수와 불운한 담론이 잘 연결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우리 대통령들이 결국 불행해지고 말 것이라는 지속적인 담론은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저주와 다름없는 것입니다. 이 표현이 어디서 연유했는지 문학적으로 찾아보고 싶었고 가능한 이 땅에서 이 표현을 제거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금지된 정원」은 2013년에 한국에서 출간된 역사소설로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Q ‘역사소설’에서 ‘역사’는 어떤 의미인가요?

현 청와대의 땅은 일제 강점기에 조선 총독의 관저가 세워졌던 곳이었고, 독립 후에 대한민국이 수립되면서 대통령들이 사용하게 된 곳입니다. 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했습니다. 과거 조선 총독의 관저는 이제 흔적 (‘구 본관 터’라는 글자)로만 남아 있었습니다. 이처럼 역사소설에서 ‘역사’라는 표현은 현재에서 볼 수 있는 과거의 흔적을 의미합니다. 현재에서 과거의 흔적을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하는 것이 역사소설입니다.

Q 「금지된 정원」의 내용을 요약해주세요.

이 소설은 일본이 조선을 강제병합한 후, 조선 총독이 자신의 집을 짓기 위해 조선에서 가장 좋은 땅을 찾으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임무를 맡은 조선 지관들은 직업적 윤리를 위해서는 가장 좋은 땅을 찾아야 하지만, 조선의 백성으로서는 가장 나쁜 땅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 극렬한 내적 및 외적 갈등을 통해, 그들이 마침내 찾아낸 땅이 ‘금지된 정원’입니다. 이 땅이 총독의 생명의 집이 되느냐 무덤이 되느냐가 소설의 중요한 줄거리입니다.

Q 역사소설을 쓸 때 역사자료를 조사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역사적 자료는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제가 소설을 통해 던진 질문을 바탕으로 자료를 좁히거나 추려서 읽어나갔습니다.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치 못한 장소나 자료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풍수처럼 관련 책이나 자료가 있다 해도 저의 이해의 폭은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소설은 꼭 체험하고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어야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료가 부족하고 현장체험이 불가능할 때, 작가의 상상력이 더 도발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Q 소설 내용 중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알고 싶습니다.

‘금지된 정원’의 땅은 고려시대에는 남경(南京)의 이궁(離宮)이 섰던 곳이고, 조선 시대에는 경복궁의 후원으로 왕의 정원이었습니다. 왕이 백성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농사를 짓거나 특히 인재를 뽑을 때 이곳을 예외적으로 개방했습니다. 왕의 정원이었기에 일반 사람들에게 금지된 정원이었고, 특히 이 소설에서는 조선을 강제 병합한 일본의 발길을 금한다는 의미의 ‘금지된’ 땅입니다.

그리고 소설 속에 나오는 경복궁 앞에 조선총독부 건물이 세워진 것이나, 전국 명당에 묻어 두었던 왕실의 태항아리들을 일본이 수거하고 태실비만 일(日)자 안에 모아놓거나, 기생 명월의 실종과 절단된 자궁 등은 역사적 자료들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조선 총독은 특정 인물이라기보다 일본을 상징하는 대표 인물이고, 김 지관은 조선을 대표하는 지관이며, 미국 선교사나 식당 주인 등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로 저의 ‘상상의 정원’에서 재구성한 인물들입니다.
 

 

Q 「금지된 정원」에서 ‘풍수’의 비밀을 좀 설명해주실까요?

전문 풍수사가 아닌 저로서는 불운한 담론이 가지고 있는 논리의 허점을 찾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여겨졌습니다. 예를 들어, 거주하는 집에서 나쁜 일들이 생기면 이사 가라고 흔히들 말합니다. 그 땅을 떠나면 됩니다. 그런데 청와대에 대한 끔찍한 담론은 이미 청와대를 떠난 대통령의 말년까지 풍수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제가 소설에서 풍수를 다루지만 땅의 물과 바람의 길을 통해 좋은 땅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글쓰기의 풍수를 통해 역사적 상처 때문에 나쁜 기억의 땅에서 벗어나서 미래의 좋은 땅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저는 글쓰기의 풍수사 역할을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Q 소설 속 ‘작가의 말’에서 던진 질문의 대답을 찾으셨나요?

물론 소설적 대답을 찾았습니다. 우리나라 왕의 정원에 조선 총독이 자신의 집을 지었습니다. 이를 본 조선 백성들의 조선 총독에게 대한 악감정은 매우 컸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 이런 말들을 하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 집에 살면 앞으로 잘 되나 두고 보자.’ ‘그곳에 살면 말년이 좋지 않을 거야.’ 다시 말해 조선 총독이 그 장소에서 빨리 떠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선 백성들이 시작한 표현으로 여겨집니다. 나라가 빨리 일본으로부터 독립하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계속 이 표현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라가 독립한 후에도 그 표현은 계속 남아서 돌아다니게 된 것 같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들을 향해 오랫동안 그렇게 그 끔찍한 표현을 여과 없이 사용한 것은 과거의 고통이 언어적인 습성으로 굳어져 내려왔기 때문이었다고 여겨집니다. 저는 이 표현이 일제강점기인 굴절된 우리 역사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고, 실제 땅의 독립뿐만 아니라 포스트콜로니즘(후기 식민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이 표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자신만의 특별한 주제나 문체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한 인물의 시점에서 기술하지 않고 등장인물 각자의 시점에서 기술하는 것이 제 역사소설의 특징입니다. 「금지된 정원」에서도 김 지관, 조선총독, 하루키, 세린, 안 사장 등 모든 등장인물들의 시점에서 돌아가면서 쓰여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에 그 빈틈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고 증폭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역사소설에서도 왕이나 가장 신분이 낮은 사람이나 시각의 동등한 자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건이란 한 사람의 눈으로 판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저의 생각을 반영한 글쓰기 방식입니다. 반면에 단편소설은 주로 현대 삶에 대한 것으로, 이때는 한 개인의 삶에 주목하는 편입니다.

Q 글을 쓸 때 영감은 어떻게 얻나요?

‘한 개인의 집에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표현을 왜 대통령의 집에 대해 지속적으로 말하는 것일까?’ 이런 식으로 문득 떠오르는 질문이 저의 영감의 원천입니다. 질문이 역사적일 수도 있고, 문학적일 수도 있고, 일상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냥 질문이 생기면 호기심과 지적 욕구 때문에 계속 대답을 찾아갑니다. 그것이 저의 삶의 기쁨이자 원동력입니다. 그 대답을 찾기 위해 하루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수년 걸리기도 합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 답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찾아낸 대답이 조금 특별하다고 여겨지거나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을 때 그때 글 쓸 의욕이 생깁니다.

Q 많은 소설 가운데 특히 「금지된 정원」의 번역을 원한 이유는요?

한국 역사와, 한 한국 여성 작가가 역사를 통해 무엇을 가장 고통스러워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등장인물이 남자들이 많아 보이지만, 실제 이 소설 전체에 흐르는 정서는 여성적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땅은 여성을 상징하기에 풍수에 근거한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여성적 특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령, 전국에 묻혀 있는 태항아리들이 왕실과 백성 사이를 태처럼 연결하는 것이나 절단된 여성의 자궁에 대한 소재는 여성 작가이기에 더 관심을 가졌을 것입니다.

Q 여성 작가로서 한국 사회에서 당신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보통 역사는 남성의 편입니다. 한국 역사에서 특히 권력은 남성의 편이었습니다. 과거에는 물론이고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여성은 다른 식의 힘을 길러왔던 것 같습니다. 가령, 제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했지만 권력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전혀 아닙니다. 권력이 만들어 놓은 굴절된 역사나 상처를 들여다보고 나왔고, 그것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제가 여성 작가로서 이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은,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속의 한 여성처럼,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다 눈을 감을 때도 눈을 뜨고 있고 싶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는 집단의 생각이 중요하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전염되지 않도록 깨어 있고 싶습니다. 타인의 생각을 내 생각인 양 내 입으로 말하지 않고, 타인이 본 것을 내가 본 것처럼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불행한 담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길이 옳다고 제가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길이 있으니 각자의 의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주고 싶습니다.

Q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말해주세요.

좋아하는 작가라기보다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한 작가의 작품은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사상이나 생각을 보여주기 때문에 항상 좋아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품은 주제 사라마구의 <Blindness>인데, 우리나라 번역으로는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작품입니다. 한 인간이 눈이 멀면 그것이 어떻게 맹목적으로 전염되고, 한 인간이 깨어 있으면 어떻게 주변 사람들도 깨어나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요즘 읽으려고 사다 놓은 책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입니다. 이 책은 작가가 그리스 역사와 실제 인물을 다룬 소설로, 책 속의 진리에 빠져 있던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기 시작하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라고 들어서 샀습니다.

Q 다음 소설 작품은 어떤 내용이며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1886년 한 미국 상선이 대동강에 와서 통상을 요구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제너럴 셔먼호입니다. 당시 조선은 ‘쇄국’을 하던 때라 입항을 허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평양성의 공식 의사를 무시하고 배는 대동강 쑥섬까지 들어왔고 조선 병사가 인질로 잡히거나 죽었습니다. 분노한 평양 시민들과 군사들이 썰물로 모래톱에 발이 묶여 있는 배를 공격했고, 승선자들은 모두 물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육지에도달하는 즉시 참형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빨간 표지의 책들을 한 아름 안고 내린 사람이 있었습니다. 책은 한문으로 되어있었으나 아무도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 ‘위험한’ 책이라 수거했습니다. 그런데 평양성의 한 관원이 그 책들을 자신의 집의 벽지로 사용하게 됩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그 책의 내용과 비밀이 차례차례 밝혀지고 이 나라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줍니다. 차기 작품은 현재 출판사와 교정 작업 중에 있습니다. 내년 초에 출간될 예정이니 관심있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금지된 정원' 표지 이미지(오른쪽이 프랑스어 출간 표지)
'금지된 정원' 표지 이미지(오른쪽이 프랑스어 출간 표지)

 

기사 출처 아뜨리에 데 까이에(Atelier des Cahiers)

김다은 …
장편소설 「당신을 닮은 나라」가 ‘1996년도 제3회 국민문학상’에 당선되어 소설가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바르샤바의 열한 번째 의자」 「금지된 정원」 「모반의 연애편지」 「훈민정음의 비밀」 「이상한 연애편지」, 창작집 「위험한 상상」 「쥐식인 블루스」 등 다수가 있다.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인터뷰 렐리아 살리가리 | 번역 Jean-Charles Jambon, 고광단 | 사진 Queen DB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