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때였지
학교에서 집에 와보니 마당에 작은 오토바이가 한 대 서있더군
아버지께 웬 오토바이냐고 물었더니 논에갈때 타려고 샀다 하셨지
그로부터 며칠 후 아버지는 그걸타고 논에 가다 넘어져 다리를 다쳤고 오토바이는 내차지가 되었어
그제서야 자세히 보니 당시 그 흔했던 스즈키나 가와사키도 아니고 심지어 메이커 라벨도 붙어있지 않은 낡디 낡은 50씨씨 오토바이였어
낡았어도 잘 달리긴 했어
그 무렵 우여곡절 끝에 구입한 SLR 카메라 삼성 미놀타 XD5에 시그마 80-200 망원렌즈를 끼우고 그 오토바이로 산과 들을 헤매며 많은 사진을 찍었지
이웃 동네로 시집간 누님의 아들, 그러니까 내 조카는 엄마보고 제발 외삼촌 그 오토바이 좀 타고 다니지 말라 해달라고 했다 하더군
친구들 보기 창피하다 그말씀이겠는데 무슨 소리, 그 오토바이 덕분에 내 촬영반경은 크게 넓어졌지
가다가 기름 떨어지면 아무 가게에서 라이터용 휘발유를 사서 넣어도 잘만 달렸던 그 오토바이와 작별한지 사십년 되어가네
그때 파인더에 담은 풍경들은 내 서랍에서 건강하게 숨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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