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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풍경 '알프레도와 토토'
김도형의 풍경 '알프레도와 토토'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1.15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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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대관령, 1992'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대관령, 1992' (인스타그램: photoly7)

 

그리하여 다시 나의 사진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해

영화 시네마 천국은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꼬마 토토가 나누는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아름답게 그렸지

나도 내가 꼬마때 내가 사는 마을에 벙어리 홀아비가 한 분 계셨어

나이는 내 아버지 또래였는데 나를 그렇게 귀여워 하셨지

나도 그 분을 내 아버지보다 더 따랐고 동네 어르신들은 그 분이 돌아가면 내가 상주노릇을 해야 한다고 말씀들을 하셨지

아직도 묵혀둔 내 시골집 창고 벽에는 그 분이 나를 위해 소나무를 짜서 만든 꼬마 지게가 걸려있어

내가 유년이 되어 사진에 막 취미를 붙일 무렵 180 정도 큰 키의 그 분은 내 전문 사진모델이셨지

하루는 먼동이 터기전에 우리집 소를 몰고 그 분과 함께 약 오리를 걸어 나즈막한 야산에 올랐어

산의 공제선에 소를 몰고가는 사람을 실루엣으로 촬영하는 것이 그 날의 컨셉이었지

당일 밤 사랑방에서 사진을 인화할 때 그 영상이 인화지에 떠오를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

컨셉을 잡고 촬영한 내 최초의 연출사진이었지

먼당(산마루)에 있던 우리집 밭에서 삯일을 할때 엄청나게 큰 콩단을 지고 좁은 산길을 잘도 내려오던 힘이 장사였던 그 분도 세월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지

내가 대학을 가면서 마을을 떠난 뒤에 어머니가 노쇠한 그 분의 빨래를 해드린다는 얘기가 들려왔는데 방학이 되어 집에 돌아가 보니 이미 그 분이 돌아가셔서 타지에 있던 조카들이 모시고 갔다고 했지

시네마 천국에는 로마로 가서 영화감독으로 성공한 토토가 알프레도의 부음을 듣고 고향을 찾아서 마을사람들과 함께 영화관이 있던 광장에서 알프레도를 추모하는 장면이 있는데 돌아가신 그 분은 흔적도 없었어

그 분이 살던 오막살이 마루에 앉아 지난일을 떠올리며 속으로 말했지

김남도씨 어딘지 모르지만 거기서 편안히 주무시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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