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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02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02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1.21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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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고성 경남, 1983'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고성 경남, 1983' (인스타그램: photoly7)

 

어제 사진으로 보여주었던 그 개천 말인데 사실 거기에 노다지가 묻혀있었어

우리가 수영만 하고 놀면서 그 기나긴 여름날을 보낸건 아냐

개천의 자갈 밑에는 우리가 태평조개라고 불렀던 손바닥만한 조개들이 박혀있었지

물론 손만 넣으면 건져올릴수 있을 만큼 많은 것은 아니었고

그 조개는 자갈틈에 보일락말락하게 입을 벌리고 있었는데 그 입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지

맑지 않은 물속에 숨어있는 입을 찾아 자갈을 헤집고 조개를 건져올렸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수 없었어

'심마니의 심봤다'에 견줄만 했지

왜 그 조개가 노다지였냐면 그 조개가 통영 자개장의 재료로 쓰였기 때문이야

내고향 고성은 통영과 지척이라 조개를 가공해 통영자개상에 납품하는 가공공장이 있었어

그러니까 개천에서 잡아온 조개를 그 공장에서 거두어 갔는데 손바닥만한 크기의 조개 하나에 약 백원돈 쳐줬지

그거 열개만 해도 천원이잖아 그래서 나는 눈에 불을켜고 조개를 잡았지

잡은 조개를 모았다가 팔때 흐뭇해 하시던 아버지의 표정이 생생하구먼

나는 그 조개 판 돈으로 절대 과자를 사먹지 않고 서점으로 갔어

서점에 가서 소년중앙 새소년 어깨동무 같은 어린이 잡지를 샀지

내가 그렇다고 그 잡지의 기사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냐

짐작하겠지만 뭐니뭐니해도 만화 때문이었지

아! 길창덕의 꺼벙이, 그리고 기타 등등의 만화들

그 연재만화들이 얼마나 감질맛나게 재미있던지

만화를 다 보고 나면 잡지 맨 뒷장쯤에 있던 펜팔난으로 눈이 갔지

파주였어 내 첫 펜팔 상대 소녀가 살던 곳

지금 살고 있는 서울에서 파주는 차로 금방 가지만 남쪽 끄트머리의 소년이었던 내게 파주란 저 미국의 뉴욕만큼이나 먼 이국과 같은 고장이었지

누구나 그랬듯이 이성에게 보내는 편지란 밤에 썼다가 다음날 아침에 읽어보면 유치해 찢어버리곤 했잖아

읽은만큼 쓴다고 하는데 뭐 읽은게 있어야 쓰지

앉은뱅이 책상머리에 앉아 밤새 끙끙 앓듯이 편지를 썼던 기억이 새롭네

그나저나 그때 나와 편지를 나누었던 파주의 소녀는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

개천의 조개와 소년잡지들이 나로 하여금 사진을 하게 만든 멤버들인데 그 얘기는 조만간 할테니 답답하더라도 조금 기다려 보시게

나는 원래 말할때 서론이 길어서 내가 뭔 얘기를 꺼내면 친구들은 모두 핸드폰을 들여다 봐

그래도 계속 지껄여

그게 바로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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