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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04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04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1.23 0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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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양평 2009'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양평 2009' (인스타그램: photoly7)

 

소년중앙 광고에 나온 망원경은 6800원짜리 크레이터 라는 이름의 망원경이었어

설명을 읽어보니 크레이터는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으로 인해 달에 파인 구덩이를 뜻한다고 하더군

나는 망원경의 이름 따위에는 관심 없었고 다만 그것이 브리앙이 뽑아들고 보던 망원경과 모양이 같아서 사기로 했지

1970년대 말경 6800원 이면 작은 돈 아니었지만 그정도 금액이면 조개를 팔아서 모아둔 돈으로 충당할 수 있었어

우체국에 가서 대금을 우편환으로 바꾸고 주문서를 보냈지

기다림은 멀기만 하였어

간절히 기다려본 사람은 알지
물리적 기다림 보다 정서적 기다림의 시간이 훨씬 더 길다는 것을

주문서를 서울로 보내고 삼일째 되는날 부터 나는 집배원 아저씨를 기다렸어

잠깐 말이 새는데
나는 그 때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전교 어린이 회장이었어

정확히 말하자면 회장을 맡았던 구민옥이가 육학년 초에 부산으로 전학을 가버려서 내가 후임이 된거야

그런데 내가 이대목에서 왜 이런 얘기를 꺼내냐 하면 운동장에 전교생이 모여 조회를 하던 어느 날 교장 선생님이 뜬금없이 민옥이에게 편지나 소포를 배달하는 사람을 뭐라고 부르냐고 물었지

그러자 민옥이는 잠시도 망설임 없이 집배원 이라고 대답하더군

우리는 보통 우체부나 배달부라 했지 집배원이라 불러보지 않았는데.....
교장 선생님이 칭찬한 것은 물론이고 교실에 돌아와서도 담임선생님은 입이 마르도록 창찬을 하셨지

여하간 우체부도 아니고 배달부도 아닌 그 집배원 아저씨를 나는 눈이 빠져라 기다리는 것이었지

그 당시 집배원 아저씨는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다니셨는데 우리 동네가 관할의 중간이어서 도시락을 우리 가게에서 드셨어

서울에 내가 보낸 주문서가 도착하고 우편환을 확인하고 망원경을 포장해 다시 보내서 내가 받기까지 시간이 일주일은 더 걸릴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삼일째 되는 날부터 안달을 한거지

평소에는 집배원 아저씨가 지나가든 말든 우리집에서 점심을 드시든 말든 아무 관심이 없었는데 그 놈의 망원경을 주문하고 부터는 집배원 아저씨가 그렇게 자세히 보일수가 없었어

하루는 식사를 하시는데 다가가서 도시락을 봤는데 온통 쌀밥이더군

그 당시는 정책적으로 보리혼식을 강제하여 학교에서 선생님이 도시락 검사까지 했잖아

식사를 하면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눌때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나

쌀밥만 먹어서 그런지 무릎이 아프다고 하셨지

어린 나는 왜 쌀밥을 먹으면 무릎이 아픈지는 전혀 관심없고 속으로 외쳤지

아저씨 빨리 망원경이나 가져 오시라구요

시간이 그렇게 늦장을 부리더니 드디어 소포가 도착했어

요즘 유튜브에 보면 언박싱이 유행이더군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받은 제품의 박스를 개봉하는 과정을 말하면서 방송하는 것인데 나는 과정이고 뭐고 누런 시멘트 포대 같은 포장지를 마구 뜯었어

아 망원경!

브리앙의 망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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