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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08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08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1.28 0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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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인스타그램-photoly7)

 

설연휴 마지막날 날씨가 비올듯 흐리네
바람도 가을의 어느날 처럼 소슬히 불고

사진은 역시 또 내 고향마을의 풍경이야

저 제방 왼쪽은 바다고 오른쪽은 지난번에 얘기했던 개천이지 조개를 잡던

제방을 쌓아서 바다와 격리해 농토를 만들었지

우리는 이 일대를 간사지라 불렀어

저 바다는 사실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크게 물리친 당항포야

나는 꼬마때 부터 저기서 문저리(망둥어) 낚시를 했지

내가 낚은 문저리 찌개 참 맛있었어

저 산 오른쪽 너머에 내가 다닌 초등학교가 있었지

사학년 이었을 때 담임선생님은 여자 선생님이셨어

어느날은 선생님이 첫수업을 하기 전에 풍금을 치셨어

음악책에 있는 곡은 아니었고 무언가 어두운 분위기의 곡이었지

어린 마음에도 선생님이 무슨 속상한 일이 있으신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연주를 끝내고 난데없이 '김도형 김영신 나빠' 라고 한마디 하시며 교무실로 가버리시더군

나는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하고 생각해봤어

영신이는 동갑이지만 한동네 살던 내 집안 조카인데 여자 애들 고무줄 끊어먹기로 유명한 악동이었지

영신이는 선생님의 말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어

도대체 왜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는데 한가지 짚이는게 있었어

그 며칠 전 선생님이 날짜를 알려주시며 우리 동네로 가정방문을 오신다는 통보를 하셨어

그런데 당일날 선생님은 결국 우리집에 안오셨어

나중에 듣기로 선생님이 동네를 돌고 계실때 나와 영신이가 집에 있지 않고 동구밖에서 놀고 있는 것을 선생님이 보셨다더군

그 날 분명히 나는 책을 읽으면서 집에 있었는데 다른 아이와 나를 착각하신건 아닌지 모르겠어

과거의 사람중에 딱 두사람만 만나 볼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순신 장군과 사학년때의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이순신 장군이야 내가 왜 만나보려 하는지는 말 안해도 잘 알테고 담임선생님과는 가정방문때 무슨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여쭤보고 싶은거지

급장이었던 나를 늘 자애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시던 선생님을 뵈면 맛난 식사 대접을 하고 싶네

바람이 더 많이 부네

바람결에 아득히 선생님 목소리 들려오는 듯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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