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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09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09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1.29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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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양평 2002'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양평 2002' (인스타그램: photoly7)

 

어제 얘기한 초등학교 사학년때 얘기를 좀 더 이어가려고 해

매주 목요일이면 학교 가기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어

왜냐하면 목요일이 산수 수업이 없던 날이기 때문이었지

초등학교 사학년 산수가 어려우면 얼마나 어렵겠어

그런데 나는 어릴적부터 산수에 마음을 닫았지

왜 마음을 닫았나 하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어

내가 이학년때인가 하루는 세째 누님이 나를 앉혀 놓고 오원 십원 백원짜리 잔돈으로 셈 공부를 시켰지

그런데 누님이 설명하는 것에 나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어

답답하다 못해 짜증이 난 누나는 언성이 높아지고 나는 그럴수록 더 배우려는 마음의 문을 닫았지

그 후로 산수와 만리장성을 쌓았던 것인데 그런 마음이 학교 산수 수업에까지 이어졌던 거야

산수에는 흥미가 없었지만 다른 과목은 펄펄 날았어

어느 날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는 학생 순서로 귀가 시켰을 때 내가 제일 먼저 교실문을 나섰지

산수를 못하면 못하는 대로 낮은 점수를 받으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다른데서 터졌어

어느 날 선생님이 급장이었던 내게 산수 부진아들의 방과후 보충수업을 하라고 하시는거야

내 산수 점수를 뻔히 아시면서 그런 조치를 내린것을 나는 굉장히 부끄러워 했어

산수에 관해서 나를 자극시키려고 그런것인지 어린 나는 혼란스럽기만 했지

참 우습기 짝이 없었어

내 자신이 산수 부진아인데 누가 누구를 가르치나

선생님이 시키니 할 수 없이 흉내는 냈지

그런데 참 희한한 일이 일어났어

그런 어색한 방과후 수업을 시작하고 이틀 정도가 지난 날이었지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려려는데 교실 뒤 학습 게시판에 눈이 갔어

게시판에는 산수 문제와 풀이가 있었어

스치듯 보았는데 순간적으로 뭔가 깨우쳐지는 것이 있는 거야

집에 가자마자 수학전과를 들여다 보았지
아니할 말로 진리를 깨달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문제가 술술 풀리는 것이었어

비로소 내가 산수에게 다가간 순간이었지

그 후로 매일매일 학교 가기가 즐거웠어

일이거나 공부거나 간에 그것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교훈을 깨달았던 좋은 계기였지

쓰고보니 재학기간 동안 학습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낀점을 기술하시오 라는 대입 자소서 1번문항에 대한 답을 쓴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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