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은 아니었어
도시락을 싸가지고 간 날이 아니었거든

아마 자연관찰 나들이쯤 됐음직한데 느닷없이 선생님은 우리를 인솔해 학교 단골 소풍장소 였던 우리동네 뒷산 언덕으로 갔지

뭘했는지 모르지만 아카시아 꽃 만발한 언덕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산아래서 아주머니 한 분이 올라오는 것이 보이길래 자세히 봤더니 내 어머니였어

어머니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을 뒷산에 모여 있다는 얘기를 듣고 도시락을 싸오신 거였지

가겟집이다 보니 소식이 빨라서 그런 준비가 가능했던 모양인데 나는 난데없는 어머니의 등장이 다른 아이들에게 창피했어

어머니가 학생들 틈에서 나를 찾아 도시락을 전달하려 했을 때 나는 "다른 아아들 엄마는 아무도 안왔는데 머하로 왔노" 했지

도시락을 안먹겠다고 해서 도로 가지고 갔는지 받았다가 혼자먹기 그래서 안먹고 집으로 가져갔는지 그것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

돌아보니 효자노릇도 못한 아들인데 왜 엄니는 어린 내게 그런 정성을 쏟으셨을꼬

좀 있으면 아카시아 꽃 필텐데

엄니 생각 대책없이 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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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