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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김광석 영정사진서 모티브…한석규·심은하 주연 [한국영화특선]
‘8월의 크리스마스’, 김광석 영정사진서 모티브…한석규·심은하 주연 [한국영화특선]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0.02.02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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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한국영화특선 ‘8월의 크리스마스’ 네이버 영화정보 포스터
EBS 한국영화특선 ‘8월의 크리스마스’ 네이버 영화정보 포스터

오늘(2일) 밤 EBS 1TV ‘한국영화특선’에서는 1998년 청룡영화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8월의 크리스마스>가 방송된다.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한석규(정원), 심은하(다림)가 주연 출연한 <8월의 크리스마스>는 1998년 개봉한 영화이며 2013년 재개봉했다. 상영시간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신구(정원 父), 오지혜(정원 여동생 정숙), 이한위(정원 친구 철구), 전미선(지원) 등이 조연으로 열연했다.

◆ 줄거리 : 서울의 변두리, 나이든 아버지(신구 분)로부터 물려받게 된 정원(한석규 분)의 작은 사진관에는 중학생 꼬마 녀석들이 여학교 단체 사진을 가져와 자기가 좋아하는 여학생을 확대해 달라며 아우성을 치는 소란스러움이, 머리 큰 여자의 에피소드가 주는 정겨움이, 젊은 시절 사진을 가지고 와 복원해가는 아주머니의 옛 시절에 대한 향수가, 죽음을 앞둔 할머니가 혼자 찾아와 영정 사진을 찍는 눈물나는 사연들이 있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정원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동안 정원은 많은 감정의 변화를 겪었고 이제 겨우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정원의 곁에는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역까지 맡아 반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와 이따금 집에 들리는 결혼한 여동생 정숙(오지혜 분)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림(심은하 분)이라는 아가씨가 나타나는데, 그녀는 정원의 사진관 근처 도로에서 주차 단속을 하는 아가씨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사진관 앞을 지나고, 단속한 차량의 사진을 맡기는 다림은 차츰 정원의 일상이 되어가는데….

어느날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에 실려가고, 이제는 살고 싶어지는 게 어떤 것인지 알기에 다림을 보는 게 두렵다. 정원의 상태를 모르는 다림은 문 닫힌 사진관 앞을 몇 번이고 서성인다. 기다리다 못한 다림은 편지를 써서 사진관의 닫힌 문 틈에 억지로 우겨 넣지만 사진관은 쉽게 문을 열지 않는다.

어느덧 다림도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가, 더 이상 사진관에 나타나지 않는다. 정원은 다림을 만나러 근무지로 가지만 까페에 앉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다림의 동선을 안타까운 듯 손가락으로 그리며 지켜보기만 하다 돌아온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정원은 자신의 영정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의 죽음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 다림이 사진관을 찾아온다. 사진관은 출장 중이라는 팻말과 함께 문이 닫혀있다. 사진관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다림의 시선이 한곳에 머무는데,

그의 죽음을 모르는 듯 얼굴에 함박 웃음이 가득하다. 미소를 머금은 채 떠나는 다림의 뒤로 사진관의 진열장엔 세상에서 가장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의 흑백 사진이 액자에 넣어져 걸려 있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 감상 포인트: 가수 김광석의 영정 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이 작품은 사형선고를 받은 한 남자의 따뜻한 유언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는 아름답고, 맑은 영화다. 고 유영길 촬영감독의 카메라가 오랫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어 놓는다. <접속>과 <편지>에 이은 멜로드라마의 연타석 홈런이라는 판정만으로는 아쉬운 작품.

단순한 멜로드라마의 관습을 넘어서 작가적 시선까지 유지하고 싶은 허진호 감독의 재능이 돋보인다. 신예 허진호 감독은 단순한 멜로드라마의 관습을 넘어서 작가적 시선까지 담아내려 내러티브와 영상에 은은한 개성의 색채를 씌웠다. 죽음을 선고받은 남자의 따뜻한 유언 같은 아름다운 영화다.

죽음을 눈앞에 둔 남자의 안타깝고 시린 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흥행과 비평 두마리 토끼를 잡은 드문 경우 중 하나다. 서울관객 44만 명을 모은 <8월의 크리스마스>는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선정돼 "죽음에 대한 동양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영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석규, 심은하 두 배우의 자연스런 연기와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의 미학이 조화를 이룬 작품. 허진호 감독은 자신이 존경하는 두 감독, 후샤오시엔과 오즈 야스지로의 스타일에 멜로적 감성이 스며들게 만들었다. 그는 가수 고 김광석의 영정을 보며 이 영화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죽음 앞에 미소짓고 떠나면서도 상처를 남기지 않으려는 마음의 풍경이 티없이 맑은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 허진호 감독: 1963년 전주에서 태어난 허진호 감독은 1989년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영화 아카데미 9기를 수료했다. 이때 졸업 작품이던 <고철을 위하여>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연출부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시나리오 작업 등을 거쳐 첫 장편 데뷔작인 <8월의 크리스마스>를 내놓았다. 일본에서도 개봉된 이 작품은 청룡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은 이영애, 유지태가 주연을 맡은 <봄날은 간다>이다. 사랑이 변한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자와 냉정히 돌아서는 여자의 모습을 그려낸 이 작품으로 허진호 감독은 다시 한 번 청룡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 후 <이공> 프로젝트와 다음 검색 필름 페스티발 등에 참여했으며 배용준과 손예진이 주연한 멜로영화 <외출>을 감독했다. 대표작으로 <행복>(2007), <호우시절>(2009), <위험한 관계>(2012), <덕혜옹주>(2016), <두 개의 빛: 릴루미노>(2017), <선물>(2019), <천문>(2019) 등이 있다. [※ 참고자료 : EBS 한국영화특선]

한국 영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나 볼 수 있는 프로그램 EBS ‘한국영화특선’은 매주 일요일 밤 11시 15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EBS 한국영화특선 ‘8월의 크리스마스’ 네이버 영화정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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