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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13
[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13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2.03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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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통영 2018'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통영 2018' (인스타그램: photoly7)

 

"나 오늘 술한잔 해야해
삼십년 세월 회한의 술
출근길 퇴근길 꿈만 같아라
정든 직장 떠나 간다네'

백영규의 '술한잔' 이라는 노래야

그래 맞아
슬픈계절에만나요 의 그 백영규

삼십년 다닌 직장에서 명퇴를 권유받고 사표를 쓴 날 와이프와 소주 한 잔 한다는 가사의 노래야

나는 음원 사이트 벅스를 이용하는데 재작년 쯤에 이 노래를 발견하고 내 노래함에 저장해 두었어

그런데 오늘 촬영을 다녀올 때 노래함의 노래가 랜덤으로 흐르면서 이 노래가 나온 거야

사실 나도 올해가 직장 생활한지 삼십년이 되는 해야

백영규의 '술한잔'을 들으며 밤길을 운전해 오는데 코끝이 저려오더군

삼십년이면 결코 짧은 세월 아니잖아

그 세월의 풍파를 타고 넘으며 여기까지 온 내 자신이 대견해서 나도 저녁먹으며 소주 한 잔 했어

오늘 여기에 이야기를 쓰라고 하늘이 멍석을 깔아주시더군

글이 길지만 인내심을 갖고 읽어보길 바래

나는 소주 따로 맥주 따로 안마셔
소주만 맥주만은 맛없어

소주잔을 두개 포개고 아랫잔의 윗부분 만큼 소주를 따르고 그것을 맥주잔에 부어

그리고 맥주를 맥주잔의 반만큼 부어 젓가락으로 탁탁치면 거품이 일지
 
말하자면 맥주 카푸치노 '맥푸치노'라 할 수 있는데 거품의 목넘김이 예술이야

아까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소주 하나 맥주 하나 달라고 했지

그랬더니 소주는 참이슬, 처음처럼 그리고 이즈백이 있다고 하더군

참이슬 처음처럼은 알겠는데 이즈백이 뭐냐고 물었더니 Jinro is back 이라 해서 그 예전의 진로 소주가 환생한 거라 하더군

아! 진로

시계를 삼십년 전으로 돌리면 나는 통영 인평리의 삼십만원짜리 사글세 방에서 백수의 신분으로 지내고 있었지

이 얘기는 순서상 사월이나 오월쯤에 나와야 될듯 한데 이미 말이 나와 버렸네

대학 재학중에 반드시 취직을 해야 되겠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결국 실패해서 고향마을 어르신들의 눈을 피해 공부한답시고 눌러 앉은 것이 통영 인평동이었지
 
아 그때의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

아침에 눈을뜨면 갈데가 없다는 것이 사람을 아주 비참하게 했지

그 당시 마음이 답답하면 가끔 찾았던 곳이 인평동 인근 산양면 연명리 였어

통영 연명리의 일몰은 대한민국 최고야

하루는 솔 담배 한 갑과 진로 소주 한 병을 사서 연명리 방파제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셔봤지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셔보면 취직못한 백수의 괴로움이 좀 덜할까 해서였어

그런데 술은 잘 넘어 가는데 담배는 영 맛이 없었어

지금 내가 술은 곧잘 마셔도 담배는 입에 대지 않는 것은 그때의 일 때문이야

삼십년 전의 그 암울했던 시절에 연명리 방파제에서 마셨던 진로소주를 오늘 다시 만난 거지

그야말로 '진로이즈백' 이라 할 수 있겠네
내 추억도 덩달아 소환됐으니

사진은 통영 연명리 바다의 새벽풍경이야

한 척의 고깃배가 궤적을 그리며 선창을 떠나고 있네

봄기운이 해풍을 타고 오는 삼월이 되면 연명리 방파제에서 소주나 한 잔 해야 쓰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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