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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잡지 ‘쿨투라’, 봉준호 감독·안희연 시인·조해진 소설가 ‘쿨투라 AWARDS' 선정
문화잡지 ‘쿨투라’, 봉준호 감독·안희연 시인·조해진 소설가 ‘쿨투라 AWARDS' 선정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0.02.05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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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전문지 '쿨투라' 표지

문화전문지 쿨투라를 발행하는 도서출판 작가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스무 살 성년이 된 것이다. 그동안 1,000여 종의 단행본과 정기간행물을 만들어왔지만 무엇보다 통권 68호까지 한 호의 결호도 없이 발간해온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도서출판 작가는 쿨투라와 함께 매년 설문을 통해 지난해의 좋은 작품을 선정하는 ‘<쿨투라 AWARDS>-『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소설, 영화』’ 시리즈를 기획·발간해왔다. 특히 2020년 올해에는 2013년 이후 중단되었던 오늘의 소설을 다시 발간하게 되어 무척 뜻깊다.

◆ 2월호 Theme는 ‘쿨투라 AWARDS

쿨투라 2월호 Theme는 ‘쿨투라 AWARDS’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 문화예술인 100명이 설문을 통해 선정한 ‘쿨투라 AWARDS’의 올해 수상자는 ‘202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이하 ‘2020 오늘의 영화)와 ‘202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이하 ‘2019 오늘의 시), ‘202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이하 ‘2020 오늘의 소설)의 최고작으로 선정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스페어」의 안희연 시인, 「완벽한 생애」의 조해진 소설가에게 돌아갔다.

# ‘2020 오늘의 영화’ - <기생충> 봉준호 감독 

‘쿨투라 AWARDS’ ‘2020 오늘의 영화’는 지난 한 해 가장 주목 받은 영화를 통해 동시대 문화의 중핵을 짚어보았다. 봉준호 감독 인터뷰(전찬일)와, 기획위원의 좌담 「<기생충>은 '월드 시네마'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유지나 전찬일 손정순)를 싣는다.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에서 피자상자를 접으며 이웃집 와이파이에 기생하며 근근이 살아오던 기택(송강호)의 가족이 박사장(이선균) 집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취업하면서 스릴러 퍼즐맞추기 같은 위장술이 생존술로 전개된다. 대저택 공간에서 주로 펼쳐지는 위장취업으로 시작된 서사에서 지배적인 강자의 악함을 고발하면서 지배받아온 약자의 선함을 해피엔딩 서사로 봉인해온 장르적 관습은 깨어져 나간다. <기생충>에서는 부자와 빈자, 세 가족의 공생과 갈등이 호화스러운 대저택이란 하나의 공간을 주 무대로 지배자와 피지배자, 숙주와 기생충의 역학관계를 세 가족 구성원의 상하동선이 부각되는 강렬한 시각적 미장센으로 재현된다. 이런 미장센은 피라미드식 계급 구조의 메타포이자 그 자체의 표상 기호로 작동(유지나)한다. 

영화 좌담에서 손정순 편집인은 “작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야말로 한국영화 100년의 쾌거로 한국영 화사에 새 흐름을 만드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하며, ‘2020 오늘의 영화’ 수상작으로 선정된 2019년 한국 영화 최고작,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자 유지나 평론가는 “<기생충>은 영화제를 통한 작품성 인정과 국내 및 해외상영에서 모두 성과를 이룬 2019년 한국과 세계의 대표적인 영화”이며 “봉준호의 블랙유머가 코미디보다 더 재밌는 풍자효과로 작동하는 길은 세계에서도 통하는 점을 목격하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기생충>이) “한국영화와 아시아 영화는 물론, 나아가 세계 영화사의 어떤 흐름을 뒤바꿀 역사적 쾌거!”이며 “가족 희비극을 넘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역대급 완성도의 문제적 걸작”이라고 평했다. 

설문에 참여한 추천위원들은 <기생충> 선정 이유에 대해 “계급에 대한 창의적 접근, 통념을 비웃는 위트와 파라독스!”(곽영진)라고 일축했으며, “세계 영화사의 만신전에 올라서야 할 한국 영화의 기념비적 영화”(김시균)이며, “불평등을 눈으로 직접 보”(진은경)고, “연출, 연기, 촬영, 편집, 조명, 음악 등 한국 영화 산업 최고가 만나 빚어낸 최고의 결과물”(라제기)이라 평했다. 또한 “<기생충>은 봉준호의 영화적 궤적이 변증법적으로 합일된 작품”(황진미)으로 “전원주택, 반지하, 그리고 지하실의 삼단 공간적 구조 속에서 펼쳐지는 계급간의 치열한 생존투쟁”(김시무)이며, “한국영화사의 이정표. 메타적인 구조 안에서 봉준호의 영화 세계가 집대성된 걸작”(한상훈)이라고 평했다.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저는 영화를 찍는 패턴이, 영화를 준비하는 패턴이 숙성 기간을 길게 갖는 편이죠. 〈기생충〉은 〈설국열차〉 후반 작업 때 이미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2013년에 구상을 하고, 2014년과 15년 〈옥자〉 프리프로덕션 전에 이미, 스토리라인을 20페이지쯤 써서 다른 제작사랑 이야기했거든요. 그래서 영화 준비 기간들이 다, 디졸브처럼 오버랩 되어 있어요. 그래서〈기생충〉개봉 전에,〈기생충〉이후의 둘 또는 세 가지 프로젝트가 이미 또 겹쳐져 있어요. 변함없이 지금도 그런 식으로 작업”하며 “최대한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현재 우리 영화산업이 “조금 더 미래적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020오늘의 영화’ 설문에 참여한 추천 위원으로는 강성률 강유정 곽영진 김남석 김서영 김시무 남완석 문학산 라제기 박유희 송경원 신귀백 양미경 윤성은 이태훈 정민아 조재영 정재형 한상훈 황진미 황영미 등 영화평론가와 문화예술인을 포함한 100명이다.

# ‘2020 오늘의 시’ - <스페어> 안희연 시인

‘쿨투라 AWARDS’ ‘2020 오늘의 시’에는 안희연 시인의 수상작 「스페어」와 안희연 시인 인터뷰(양경언), ‘오늘의 시’ 기획위원의 좌담(유성호 홍용희 함돈균)을 만날 수 있다. 

안희연의 시「스페어」는 ‘스페어’의 열린 존재성, 가능성, 필요성을 흥미롭게 개진하고 있다. ‘스페어’에 주목할수록 ‘진짜라는 말’의 허구 와 억압이 환기된다. ‘스페어’는 ‘숨겨놓은 조커일 수도’ ‘이미 잊혀진 카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것이 진짜일 수는 없다. 이점은 시적 화자 자신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모두가 진짜이고 모두가 가짜이다. 어차피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개성과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단 하나의 무언가’가 아닌 다양한 가치, ‘다른 세계로 향하는 계단’들이 다채롭게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가치의 다원화와 탈중심을 웅변처럼 내세운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유를 흥미롭게 개진하는 언어감각과 감성이 표나게 빛나는 작품”(홍용희)이라고 평했다.

또한 “눈으론 보이지 않는다 해도 감쪽같이 일어나는 마음의 일이 사람을 얼마나 다른 상태로 바꾸어낼 수 있는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며 “그런 당신과 함께 고민하는 자리에 안희연의 시”가 있으며 “그 ‘남겨진’ 무언가가 오늘의 일부가 되어 내일로 가는 길을 만들어 주기도 함을 일러주는 시”(양경언)라고 말한다. 

안희연 시인은 인터뷰에서 “작년 여름에 썼던 시인데요. 된장찌개를 끓이려고 감자를 다듬는데 싹이 난 부분이 많아서, 칼로 감자를 도려낸 경험에서 출발한 시였어요. 싹을 도려낸 감자를 가만 보고 있으니 구멍 숭숭 뚫린 치즈 같고 어쩐지 안쓰럽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도 사람 피부는 새 살이 돋기라도 하지 감자는 저렇게 구멍 뚫린 몸을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구나, 싶어서요. 보기 싫다고 도려내면 희고 깨끗하고 완벽해질 것 같지만 실은 그게 아니잖아요. 사정없이 도려내다 보면 오히려 더 흉물스럽게 보일 수도 있고요. 나의 못남, 나의 치졸함, 나의 우유부단, 나의 지리멸렬 등은 도려내고 싶다고 도려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 실패하고 남은 나머지의 나머지로서의 나를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담아 쓴 시”였다고 창작동기를 밝혔다. 

더불어 기획위원의 좌담  ‘2019년 한국 시의 미학’은, 오늘의 주목할 만한 시집과 시들의 성취는 물론 수상작 안희연 시인의 시 「스페어」에 대한 매혹적인 해석을 선사한다. 

# ‘2020 오늘의 소설’ - <완벽한 생애> 조해진 소설가

‘쿨투라 AWARDS’ ‘2020 오늘의 소설’에는 조해진 소설가의 수상작 「완벽한 생애」와 조해진 소설가 인터뷰(허희), ‘오늘의 소설’ 기획위원의 좌담(방민호 김민정 허희)을 만날 수 있다. 

소설 「완벽한 생애」(『자음과모음』, 2019 여름호)는 외따로 떨어져 있지 않은 두 세계의 신념,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윤주는 자기가 남긴 메모가 시징에게 어떤 파장을 끼칠지는 몰랐지만 결과적으로 시징의 삶은 그 메모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이처럼 홍콩에서 영등포로 온 시징과 영등포에서 제주로 떠나는 윤주의 편지(이메일과 메모)가 연결고리가 되는 “이 소설은 기존에 조해진 작가가 썼던 작품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부분”이 있고, ‘그것은 소설에서 결코 만나지 않는 두 사람-시징과 윤주의 삶이 연동한다는 점“이며 ”「완벽한 생애」를 통해 상호 영향의 관계성을 재정의해 보게 된다”(허희)는 것이다. 즉 “'완벽한 생애'라는 제목은 이 소설의 화룡점정”으로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 복잡한 선의 이면을 보여주는 좋은 작품”(김민정)이며, “유리조각들을 정교하게 짜맞춘 공예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며, “조해진 작가는 짧은 이야기 속에 가장 많은 이야기를 응축해 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 시대의 가장 우수한 단편작가 가운데 한 사람”(방민호)이라고 평했다.

조해진 작가는 인터뷰에서 “떨어져 있는 두 세계가 접점을 이루는 순간이 어쩐지 저는 좋더라고요."라고 말한다. 또한 작가는 “열정을 다쏟은 무대에서 내려온 뒤 분장을 지우는 배우의 얼굴을 상상하곤 한다. 하나의 무대는 끝냈지만 다음 무대가 있기에, 배우는 분장이 반쯤 지워진 거울 저편의 얼굴을 조금은 허무해하면서도 웃으며 마주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징과 은철, 윤주와 미정이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너의 잘못이 아니다"가 아닐까 싶다. 그 말을 하고듣는 한, 우리의 생애는 다음 무대를 준비할 수 있으리라. 비록 사랑이 끝난 자리엔 복원 불가능한 파편뿐이고 신념대로 살아온 대가가 때때로 우리의 의도를 배반할지라도. <완벽한 생애>는 이런 마음으로 쓴 작품”이라고 창작동기를 밝혔다. 

더불어 기획위원의 좌담 ‘2020년 한국 소설은 어디로 가는가’는, 선정된 오늘의 소설집 7편과 오늘의 소설들의 성취는 물론 수상작 조해진 작가의 소설「완벽한 생애」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읽기를 선사한다. 

한 해를 결산하는 작품들과 각 수상자의 다양한 빛깔을 담은 2020 오늘의 시, 소설, 영화 인터뷰와 기획위원의 심층 좌담은 오늘의 문학과 문화의 중핵을 짚어보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편 ‘쿨투라 AWARDS’ 시상식은 선정작을 모은 단행본 『202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소설, 영화』 출간 후, 오는 3월에 가질 예정이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쿨투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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