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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18
[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18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2.10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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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고성 경남 2020'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고성 경남 2020' (인스타그램: photoly7)

 

그 수많은 초등학교 때의 추억 중에서 오늘은 아직도 코끝에 감도는 듯한 내음과 향기에 대해서 말해보려 해

학교는 해발 500여 미터 꽤 큰 산의 기슭에 있었어

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면 봄이 멀지 않았지만 여전히 추웠지

그때를 아십니까 류의 글에서 많이 봤겠지만 우리의 교실에는 나무를 때는 난로가 있었어

난로가 지펴지면 그 위에 양은 도시락을 쌓아 두었는데 3교시가 지날 무렵 밥과 반찬이 조금씩 눌면서 그 냄새가 교실에 진동했지

그 시간쯤 되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점심시간 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억겁이었어

양은 도시락 속의 누른밥과 반찬의 맛이 무척 그립구먼

남쪽으로 난 학교로 불어오는 바람에 봄기운이 실리면 제일 먼저 매화꽃이 피었고 그 뒤를 목련 진달래 개나리가 따랐지

목련 진달래 개나리는 향기가 없었지만 학교 뒤 언덕에 지천으로 자란 쑥내음이 아련히 났었어

라일락 향이 나기 시작하면 봄은 끝나가고 있었지

누가 내게 자네는 이세상에서 무슨 냄새가 제일 좋은가 라고 물으면 나는 주저없이 보리가 익는 냄새라고 하겠네

보리는 절기상 망종무렵에 베지

벨무렵의 보리에 뜨거운 햇살이 닿으면 구수한 내음이 나는데 그 내음이 그렇게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없었어

에피소드가 한토막 있는데

어느 날 발심을 하고 낫과 라디오를 챙겨 뒷 산 꼭대기에 있던 우리 보리밭으로 갔어

이백평 정도 되는 밭의 보리를 라디오를 들으며 베려고 했지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날이 현충일 이었던 거야

유행가는 안나오고 죄다 '생사를 같이했던 전우야 정말 그립구나 그리워' 라는 류의 노래만 나왔어

그래도 땀 뻘뻘 흘리며 그 보리 다 벳지
아버지께 칭찬을 들은 것은 물론이야

지난해 강화도에 촬영을 갔을 때 요즘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보리밭이 있어서 냄새를 맡아 보았는데 기억은 순식간에 공간이동 하여 그 옛날 우리밭으로 날아 가더군

보리를 베고나면 그 자리에 물을 대고 모를 심었어

초여름 햇살로 논물이 뜨거워지면 논에서도 숭늉같은 냄새가 났지

장마가 지면 맛내가 났어
맛내란 장마냄새를 말하는데 수확 후 쌓아놓은 보릿단이 비에 젖으면 쿰쿰한 냄새가 났는데 그 냄새마저 그립네

지루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국화꽃에 벌들이 잉잉거렸지

교정에 가득한 국화향은 어린마음에도 뭔지 모를 애수를 불러 일으켰어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 라는 노래도 있지만 국화향 나는 가을에는 꼭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야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소년중앙 펜팔난에서 보고 경기도 파주의 소녀와 편지를 주고 받은 것이 아마 그 무렵일거야

그렇게 시간이 가서 교실에 다시 난로가 지펴지면 한 해가 갔어

오늘은 냄새얘기 많이했네

사진은 내 고향바다의 아침풍경이야

이번에 출장가서 찍었지

남쪽바다에는 벌써 봄이 왔는지 파래가 파랗게 자라 있었어

바다내음 얘기를 빠뜨릴뻔 했네

고향바다는 예나 지금이나 비릿하고 싱그러운 해초냄새가 났어

왠지 나는 눈으로 보고 귀로들은 추억보다 코로 맡은 추억이 더 생생하고 그리워

오늘이 보름이라 과연 달이 엄청 밝네

아!
냄새가 난다
오곡나물과 참기름으로 비빈 비빔밥 냄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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