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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19
[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19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2.10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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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인스타그램: photoly7)

 

오늘은 시간이 나서 예전에 찍은 필름이 들어있는 서랍을 뒤졌어

쓸만한 풍경사진이 있으면 스캔해서 '김도형의사진과인생' 에세이에 쓰려고 했던거지

그런데 서랍 깊숙이 먼지가 앉은 서류봉투가 있어서 봤더니 이십년도 더 된 옛날에 내 사촌형님이 한 번 읽어 보라고 건낸 원고였어

형님이라고 부르지만 나이는 아버지뻘이지

설인지 추석인지 그 언젠가에 차례를 마치고 서울로 가는 내 차에 던져주신 것이 기억나

서울로 온 나는 조만간 읽어보리라 생각하고 서랍에 넣어둔 건데 그걸 깜빡했다가 오늘에야 발견한거야

중편소설 분량의 글을 읽으며 참으로 무심했던 나를 책망했지

글의 내용은 네 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말로는 표현못할 어려움을 겪은 내 두 조카들의 얘기였어

네 번의 이혼은 모두 형수들의 귀책사유였어

형님의 아들 그러니까 내 조카 둘은 나하고 나이차가 두 세살 밖에 나지 않아

조카들이 큰집에 다니러 왔을때 함께 새총으로 참새를 잡으러 다니던 기억이 생생하네

그 해맑은 웃음을 웃던 조카들이 그런일을 겪으며 성장 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

벌어진 사건들을 여기에 죄다 옮기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안타깝네

앞으로 이어질 '연재-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의 큰 줄기는 초등학교때 나름대로 우등생이었는데 중학교 갈무렵 집에 우환이 생겨 공부에 흥미를 잃고 성적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어떤 계기로 사진에 흥미를 느껴 사진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것이야

그런데 형님의 글에 구구절절 녹아 있는 조카의 유년에 비하면 내 사연은 그저 무색할 따름이야

3년전에 돌아가신 형님께 미안한 마음이 크네

무슨 생각으로 형님은 그 장문의 글을 써서 내게 주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누구에게도 말못할 그 한맺힌 고생을 동생인 내게라도 속시원히 밝히고 싶었는지 모르겠네

내가 조금만 더 사려깊은 사람이었더라면 조금 늦게라도 그 글을 읽고 '형님 그런일이 있었습니까. 참 힘드셨겠네요' 라고 한마디 드렸어야 마땅했지

놀라운건 글의 내용만이 아니었어

옛날분이 어찌 글을 그리 잘썼던지
숨도 참으며 읽었어

"형님! 하늘에서는 부디 편안히 지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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