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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23
[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23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2.14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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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안정리 통영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안정리 통영 (인스타그램: photoly7)

 

고려대 캠퍼스에 개나리가 만발한 어느 날이었어

그 날은 노래지도자 과정에 입학한 이후 첫 개별 노래 오디션이 있는 날이었지

나는 그 오디션을 위해 연습을 많이 했어

노래강사를 배출하는 과정에 등록한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노래에 관해 한가닥씩 하는 사람들일꺼 아냐

그 사람들 앞에서 내 노래를 선보이는 첫 이벤트이니 만큼 평균은 해야 되었지

연습은 다리밑에서 했어

서울 상암동과 고양시 덕은동 경계에 향동천이 흐르는데 거기를 가로지르는 다리였지

왜 다리밑 이였냐면 그곳이 소리의 공명이 커서 노래를 하면 그 울림이 웬만한 콘서트장 못지 않았기 때문이야

폰에서 흐르는 MR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연습하는데 내귀에는 내가 노래를 너무 잘하는 것처럼 들려 자신감이 충만했어

노래는 한 곡만 부르도록 했는데 나는 평소에 제일 자신 있었던 김종환의 '백년의 약속'을 선택했지

이노래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꽤 높이 올라가는 노래야

나는 남자치고 음역이 높아

고음부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 같은 포스를 내뿜으면 좌중을 휘어잡을 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드디어 그 날이 와서 내 차례가 되어 단상에 올랐지

전주가 흐르고 노래를 한소절 하는 순간 뭐가 잘못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

두가지가 문제였지

하나는 내가 연습하던 키보다 한단계 낮은 키의 반주가 나와 노래에 힘을 줄 수 없었고 스피커도 노래방 스피커와 다른 강의실 강의용 스피커 였던거야

그 왜 있잖아 개그콘서트 코너 '고음불가' 딱 그거였어

내 필살기는 고음부에서 내지르기 인데 내 키와 맞지않는 노래를 하고 있으려니 짜증이 나더군

수업이 진행될수록 깨닫게 되었지

현장의 상황은 제각각이고 프로는 어떤 상황이라도 거기에 빨리 적응해야 된다는 것을

내 첫 노래 데뷔는 그렇게 밍밍하게 끝나 버렸지

학우들과는 나이를 초월해 일년간 진한 우정을 쌓았어

그 중에 특히 김형부, 김도형, 김인귀는 김씨 삼형제라 불리며 남다른 우애를 과시했지

김형부 형님은 진정한 싱어송라이터야

본인이 만들어 발표한 곡만 이십곡이 넘고 최신곡 '엊그제 같은데' 는 전국의 노래교실에서 히트를 치고 있어

김인귀는 KBS 전국노래자랑 중랑구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데 노래면 노래, 행사 사회면 사회, 못하는게 없는 재주꾼이지

요즘 나는 트로트 기타연주 연습에 열심이야

내게는 조그만 계획이 있는데 그건 바로 기타와 앰프를 들고 요양원이나 경로당에 찾아가서 노래봉사를 하는 거야

내 예명은 '뽕도'야
뽕짝의 뽕과 김도형의 도를 합친거지

말하자면 '뽕도의 찾아가는 노래교실' 이라는 타이틀로 전국을 누비는 날이 언젠가 올거야

삼십 오만원짜리 앰프도 하나 샀어 '큐브'라는 브랜드 인데 소리가 엄청나

노래에 소질이 있고 봉사에 관심있으면 뽕도 밴드에 합류해도 굳이 말리지는 않을께

어제처럼 비가오거나 하면 고려대 출신 친구에게 전화를 하는데 늘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어지지

"친구야 비도 오는데 고대 동문끼리 쐬주나 한 잔하자"

"야 평생교육원 출신도 동문이냐?"

"무슨 소리야? 나 이래뵈도 염재호 총장 직인이 선명히 찍힌 수료증 받은 사람이야"

아 참 어제 말한 내노래 제목은 '우리깊은사랑' 이야
 
음정불안, 사투리 작렬을 염두에 두고 듣는게 좋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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