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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24
[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24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2.17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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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강화도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강화도 (인스타그램: photoly7)

 

쬐깐한 차를 몰고 출장차 전국으로 좀 다녔더니 어깨죽지도 아프고 몸살기운도 있는듯 하여 오늘은 좀 일찍 퇴근했어

상암동에 내가 차를 대고 글을 쓰는 자리가 있지

평소에 퇴근하고 거기 도착하면 달이 보이는데 오늘은 아직 해가 지지 않았더군

목욕탕을 갈까 하다가 막걸리나 마시며 글을 쓰기로 하고 편의점에서 막걸리 한 병과 안주로 닭다리를 샀지

튼실한 닭다리를 뜯는데 문득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삽화가 떠오르더군

삽화는 어느 외국의 왕자가 이빨모양으로 한 입 베어 문 자국이 있는 닭다리를 맛이 없다고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장면이었지

그걸보며 나는 저 맛있는 것을 왜 버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점심시간 까지 꼬륵 거리는 배를 움켜잡고 있었지

아까 퇴근하는데 라디오에서 '그대 그리고 나' 가 나오더군

소리새의 노래인데 참 명곡이지

나는 이 노래를 들을때마다 떠오르는 사연이 있어

내가 직장 초년병 이었던 시절은 일본에서 부산을 거쳐 올라온 가라오케가 막 서울에 상륙했을 때였지

내가 근무했던 서울신문사 빌딩 근처 호텔의 꼭대기 층에도 가라오케가 있었는데 나는 거기서 대접을 좀 받았어

초기의 가라오케는 둥근 테이블 바깥에 손님들이 둘러 앉고 마스타는 테이블 중간에서 손님의 신청곡을 틀어주는 시스템이었어

위에 말한 대접은 별다른게 아니야

그 가라오케는 일본에서 온 비즈니스맨 손님들이 많았는데 내 노래에 감명?을 받아 우리 일행의 술값까지 내고 간다거나 맥주를 박스로 선사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는 것이었지

말하자면 가라오케에서 나는 이미 한류스타 였다고 할 수 있어

하하 농담이야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가라오케는 사라지고 노래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어

가라오케에서 외국인에게 그런 대접?까지 받았던 이력이 있는 나는 노래방에서 펄펄날았지

광화문 템버린 이란 별명도 그 때 얻었어

다른 사람 노래할 때 템버린 막무가내로 흔드는 사람 많은데 그러면 안돼

다른 사람이 반주에 맞춰 감정잡고 노래하고 있을 때 박자도 무시하고 흔들어대는 템버린은 공사판 소음과 다름없어

누군가가 노래를 하면 나는 최대한 그 노래의 운율에 맞게 템버린을 쳤어

템버린 소리는 들리는듯 들리지 않는듯 아련한 메아리 같은 존재여야 해

어디까지나 그 노래반주를 돋보이게 해야지 반주를 이겨먹으려 하면 안되지

나는 내가 참석한 노래방의 분위기가 한 번도 즐겁지 않은적이 없었다고 자부해

다음날 보면 왼손 엄지손가락 뿌리쪽에 퍼런 멍이 들어 있을 때가 많았지

원래 막걸리 한 병이면 간에 기별도 안가는데 오늘은 머리가 띵하네

노래 '그대그리고 나' 에 얽힌 얘기를 하려다 또 딴데로 새버렸네

2부는 내일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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