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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31
[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31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2.25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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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강화도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강화도 (인스타그램: photoly7)

 

서울, 서울을 가게됐어

초등 육학년때 친척 결혼식 참석차 아버지랑 서울을 가게 된거야

소풍날을 기다리는 것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설레었지

드디어 당일이 되어 고향인 고성에서 마산까지 나가 고속버스를 탔어

아마 동양고속 이었을거야, 그 버스

버스라고는 한 시간에 한 대씩 먼지 폴폴 나는 비포장 길을 달려 읍내까지 가는 버스를 타본 것이 전부인데 안내양 까지 있는 고속버스는 과연 고급이었지

차창을 스치는 낯선 고장의 풍경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구경하다 보니 다섯시간을 달린 버스는 어느새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어

제대로 된 옷이 있었겠나
입던 옷 중에 기중 깨끗한 옷을 입은 촌놈이 난생 처음 서울에 발을 디딘거야

예식장은 인사동 천도교 본당 근처에 있었어

서울은 서울이었어
높은 건물과 차들에 나는 압도당했지

예식이 끝나고 늦은 점심을 먹고 서둘러 마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어

버스가 두 번 휴게소에서 쉬었는데
그 중에 금강휴게소에 들러 아버지와 가락국수를 먹은 기억이 또렸하게 나네

잠깐 정차하는 시간에 급하게 먹었지만 그 알싸한 국수맛은 아직도 입안에 감돌고 있어

해발 오백미터 높이의 동네 뒷산에 올라 크레이터 망원경으로 아무리 살펴봐도 콧배기도 뵈지 않던 서울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말았던 것이야

서울을 다녀오고 나서 나는 왠지 마음이 훌쩍 더 커졌다는 느낌을 받았어

그 이후로 사십년이 넘는시간이 흘렀네

얼마전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출장을 가는 길에 일부러 금강휴게소를 들러봤어

눈이 오더군
진짜 눈이 왔어
그냥 멋져 보이려고 눈이 왔다고 쓰려는 것이 아냐

갑자기 개그 한토막이 생각나네

쉭쉭 소리를 내면서 주먹을 내지르며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녀' 라고 허풍을 치던 그 개그맨 이름이 뭐였더라

난 이 개그를 가끔 떠올리며 웃음짓곤 하지

또 얘기가 살짝 샛네

눈오는 풍경이 잘보이는 휴게소 창가에 앉아 국수를 먹었지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절로 나더군

지금 내 나이가 그때 아버지의 나이보다 더 많아

사람은 왜 나서 그리움만 남기고 떠나는 걸까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해보는데 눈에 습기가 배어들더군

눈이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해서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어

이게 오늘 얘기의 전부야
 
좀 싱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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