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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32
[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32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2.25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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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고성 경남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고성 경남 (인스타그램: photoly7)

 

내게도 다 계획이 있었어

이 에세이를 써보겠다고 결심했을때 글의 순서를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계획말이지

그런데 '내게도 다 계획이 있었어' 라는 말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아?

손흥민이 골을 넣으니 '역시 계획이 있었던 손흥민, 골!' 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있었고 시내버스에 '너도 다 계획이 있었구나' 라는 제목의 책광고가 붙어 있더군

그래 맞어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대사야

영화속 아버지 역할을 맡은 송강호씨의 대사였지

트럼프 대통령이 영화 기생충을 보지도 않고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탄것에 대해 시비를 걸었는데 유명 할리우드 배우가 당신이 바로 백악관의 기생충이라 했대나 어쨌대나

하루에 한 번씩 말이 새서 미안

위 사진은 내 아버지 사진이야

내가 고등학생때 SLR 카메라를 사서 사진의 길로 본격적으로 접어드려는 무렵에 찍은거야

이 사진은 고등학교 2학년 즈음의 이야기에 쓰려고 계획했는데 어제 아버지 얘기를 한김에 오늘도 마저 이어가기로 해 미리 선보이게 된거야

내가 고등학생때 시골 살림에 가당치도 않는 SLR 카메라 삼성 미놀타 XD5를 구입하게된 스토리는 나중에 자세히 나올거야

여하간 원하는 카메라를 구입한 나는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산과 들을 헤매고 다니며 사진을 찍었어

하루는 내가 어릴적 조개를 잡던 개천의 다섯번째 수문으로 촬영을 갔는데 거기에 아버지가 그물로 붕어를 잡고 계셨지

딱히 작품이라고 찍은 것은 아니었고 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아버지를 만나니 반가워서 한커트 찍었다고 할 수 있지

아버지는 그물질에 몰두하다 나를 발견하고 둑으로 올라오셨어

둑에 나란히 앉아 얘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와 오십여미터 떨어진 곳에 물새들이 한가로이 앉아 있었지

그건 내 아이디어가 아니었어

아버지가 갑자기 당신이 둑 밑으로 저 새들에게 다가갈테니 바로 밑에 이르면 내게 손으로 신호를 하라고 하시더군

말하자면 새들이 눈치 못채게 아래로 다가가서 위로 그물을 던져 새들을 잡겠다는 작전이었지

작전이 개시되고 아버지는 출발했어

아버지가 새들에게 완전히 다가갈때 까지도 새들은 그자리에 있었어

드디어 내 신호가 떨어짐과 동시에 아버지는 그물을 던졌지

이론상으로는 꽤 괜찮은 작전이었으나 새들은 바보가 아니었어

그물이 채 땅에 닿기전에 유유히 날아가 버렸지

허탈한 표정으로 우리는 웃었어

그 날 있었던 그 장면이 내가 일평생 아버지와 함께한 거의 유일한 둘만의 추억이었어

아버지의 산소는 둑이 내려다보이는 마을 뒷산에 있어

언젠가 산소에 성묘 갔을때 ''아버지, 옛날에 함께 새를 잡으려고 작전을 펼쳤던 일이 기억 나십니까'' 라고 물었던 적이 있었지

대답은 없고 산새들만 표롱표롱 날아다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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