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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33
[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33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2.25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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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인스타그램: photoly7)

 

휴일이면 가까운 강화도라도 가서 촬영을 하는데 오늘은 가지 않았어

왜냐하면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이었거든

내 딸 대학 졸업식이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어 사진이나 한 장 남기자고 휴일인 오늘 학교에 갔지

나는 아침부터 바빴어

목욕탕에가서 이발하고, 차를 세차하고, 일요일 문여는 꽃집을 수소문해 꽃다발을 사고, 사진관에서 가운과 학사모를 대여했지

미세먼지도 없이 화창한 날씨에 잘 마치고 다녀와 집근처서 저녁까지 먹고 이제 집필실?에 앉았어

5년 전 입학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졸업을 했네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제법 차가운 캠퍼스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문득 내 대학 졸업 때 생각이 나더군

이미 이 얘기는 전에 한차례 했지만 연재 시작하고는 처음이니 들어보시게

나는 대학재학 시절에 꼭 언론사 입사에 성공하고 졸업한다는 계획을 세웠지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잖아

매미소리가 귀청을 찢는 여름의 산사에서 독하게 공부를 했지만 결국 그 해 가을에 있었던 몇 차례 시험에 미역국을 먹었지

그러다 보니 졸업이 다가왔어

졸업식 날 찍은 두 어장의 사진은 참 우스꽝스러워

가운도 입지 않고 옆사람에게 빌린 학사모만 쓰고 사진을 찍었더라구

졸업장만 챙겨 허겁지겁 고향집으로 와 그길로 통영 인평동의 사글세 방을 얻어 들어갔지

통영 인평동에 방을 얻은 것은 내 나름대로 계획이 있어서였어

거기에 통영수산대학교가 있었거든

그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를 계속하며 스크랩된 전국 각지 신문의 모집공고를 접하기 위함이었지

그런 이유도 있었지만 홀어머니가 힘들게 뒷바라지 했는데 취직도 못한 백수의 모습을 고향 동네 어르신들에게 보여 줄 용기도 없었던 거였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압박감에 가위 눌리는 꿈을 자주 꿨어

그 때 고통스러운 나날의 주옥?같은 묘사는 나중에 다시 등장할거야

결국 1990년 4월 30일 서울신문 1면에 내이름이 났어

공채시험에 합격했다는 공고가 난거지

그래서 그 해 5월초에 짐싸들고 서울로 올라왔는데 바로 그 날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사기?를 당한일이 있어

이 얘기 참 재밌는데 순서상 이것도 나중에 등장할거야

그렇게 서울생활이 시작되고 어느덧 추석이 다가와서 명절을 쇠러 고향에 내려갔지

근동에 시집간 누님이 추석이라고 친정에 와서 내게 하는 말이 너는 왜 졸업식에 엄마를 못오게 했냐고 타박을 하더군

엄마가 내 졸업식에 가려고 옷도 한 벌 샀다는 것이었어

추석을 쇠고 서울로 돌아오면서 내가 참 옹졸했다는 생각을 했지

그 때 졸업식에서 부모님께 학사모를 씌워서 사진을 찍던 즐거운 표정의 졸업생 중에 과연 몇이나 제대로 취직을 해 졸업을 했겠냐 이거지

내 졸업식에 어머니를 참석조차 못하게 했으면서 딸 졸업식에 가려고 아침부터 호들갑을 떤 내 모습이 우습구먼

그래도 폰에 저장해둔 어머니 사진을 뛰워 학사모 쓴 손녀의 모습은 보여드렸어

긴 하루가 지나고 별들이 돋았네

샛별이 유난히 밝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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