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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40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40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3.05 0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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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횡계 평창(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횡계 평창(인스타그램: photoly7)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 한시간 전에 일어났어

나는 지금 대관령 횡계에 있어

내일 월요일 강원도 몇 군데의 지자체를 방문하는 출장이 잡혀서 하루 일찍 출발해 오늘 종일 촬영을 했지

강행군을 하고 횡계에 숙소를 잡았는데 아 글쎄 내일 입을 비즈니스복을 챙겨놓긴 했는데 깜빡하고 안가져온 거야

지금의 내차림은 영락없이 들일하러 나온 시골 이장님이야

이거 큰일났다 싶어 길가던 어르신께 여기 옷파는 가게가 있는지 물었는데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더군

새벽 세시에 서울서 출발해 종일 먹은거라고는 빵쪼가리 몇개 뿐이어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저녁부터 먹자하고 순대국집으로 들어갔어

순대국집 여사장님께 다시 물어보니 터미널 근처에 하나로마트가 있는데 거기에서 옷가지를 파는듯 하다고 하더군

순대국 한그릇과 정선막걸리 한 병을 해치우고 부랴부랴 마트로 갔어

과연 마트에 그런 코너가 있긴 했는데 파는 옷들이 지금 내가 입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

그래도 꼼꼼히 살펴보니 그 중에서 제법 무난하게 입을 만한 바지가 있더군

윗도리는 반팔 등산복 남방에 조끼를 입었기에 외투만 걸치면 될듯 했고 문제는 바지였는데 이런거라도 확보했으니 한숨 돌린거지

그래도 1만 9천원짜리 고급바지야

어제 말한대로 오늘은 내 차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이런 돌발상황이 생겨서 그냥 잡담이나 해야겠어

사진작가인 나는 한가지 신조가 있는데 현장에 나가면 뭐라도 하나 건진다는 거지

오늘의 수확은 대단했어

새벽 여명이 터올때 여기 도착했는데 대관령 목장 비탈의 나무들에 상고대가 피어 있더군

나는 이 목장 비탈의 소나무들을 좋아해

그동안 여기서 좋은사진 많이 찍었지만 오늘은 정말 괜찮았어

서울서 새벽에 출발해서 달려온 사진작가에게 선사하는 자연의 선물인듯 해

오늘 찍은 사진은 순차적으로 보여줄께

대관령에서 아침촬영을 마치고 진고개를 넘어 주문진으로 갔어

진고개 정상에는 아직 녹지않은 눈이 장관이더군

주문진 지나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니 영국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가 그토록 기똥차게 찍었던 해수욕장 watch tower가 있어서 나도 한커트 찍어봤어

바람이 센 날이라 파도가 거칠어 삼십초 롱타임 노출을 줘서 찍으니 바다빛깔이 참 아름답게 찍혔어

오늘 비로소 갤럭시 울트라 일억화소의 위력을 확인했지

갤럭시 울트라에는 렌즈가 네개 있는데 일억화소로 찍을수 있는 렌즈는 광각이야

어제도 얘기했지만 나는 망원렌즈에 특화?된 사진작가인데 왜 하필 일억화소가 광각에 붙었냐 이거지

위 사진은 재작년 겨울 강원도 철원에서 갤럭시 노트 8로 찍었어

어느 주말 서울을 출발해 연천을 지나 철원까지 촬영을 간 날이었지

예보에 눈이 온다하기에 간건데 철원 대마리에 도착하니 눈은 커녕 쨍쨍하기만 했어

한바탕 촬영을 하고 차 등받이를 뒤로 제끼고 쉬고 있는데 어디서 평소에는 들을 수 없었던 낯선 소리가 들려오고 있어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니 세상에! 수 백마리는 될 듯한 기러기들이 내 차위로 날고 있었어

다급한 맘으로 순식간에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손에 들고 있는 것은 큰 카메라가 아니라 핸드폰 이더군

풀프레임에다 최고의 화소를 자랑하는 카메라와 현존 최고의 렌즈로 손꼽히는 칼자이스 렌즈가 세팅된 채로 있었는데 그 순간에 무의식적으로 손이 간것이 핸드폰 이었으니 폰카가 얼마나 생활속에 습관화 되었는지 새삼 다시 느꼈지

그런데 사진을 찍어보면 피사체에 따라 오히려 폰카의 묘사가 작품을 더 잘 살려주는 경우도 많아

굳이 대문짝 크기로 인화할 일이 없다면 요즘 폰카도 창작활동에 있어서 그 성능이 차고 넘치게 좋아

특히 갤럭시 일억화소로 찍은 사진은 선예도가 장난이 아냐

적어도 요즘 카메라에 관한한 연장탓은 할 수가 없어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해 먼길을 달려왔고, 윌정사를 두 번 왔다 갔다 했고, 동해 바다까지 다녀온 내 차 69거 0561 올 뉴모닝은 아까 진고개를 넘어 횡계로 다시 올때 쌩똥을 쌌어

차를 고개 중간에 잠깐 세우고 설경을 찍고 있는데 타는 냄새가 나더군

엔진이 눌러 붙었나 하고 걱정했는데 숙소에 도착해 점검해보니 별 이상은 없는 듯 해서 일단 안심인데 내일은 또 어떨런지 모르지

배기량 1000cc 경차가 카몌라와 삼각대, 기타와 악보집등 여타 잡동사니를 싣고 그 가파른 고개를 올라오기가 힘들었던 거지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던 횡계시내 광장옆 커피숍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백평은 되어 보이는 카페에 나 혼자 있네

또 인스타 글자수 제한에 걸려 더 안쓰지네

안녕 내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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