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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43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43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3.06 0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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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예단포 영종도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예단포 영종도 (인스타그램: photoly7)

 

회사 근처에 나쁜(?) 동네 형이 한 분 계셔

그 형님은 예전에 신문사를 같이 다녔던 선배야

신문사 재직시절에 특종기자로 이름을 날린 분인데 정년퇴직을 한 후에 내가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 근처에 거처를 구했어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이후로 거의 매일같이 전화가 와

술마시자는 전화지

선배의 주량은 경이로워
매일 막걸리 열 병 가까이를 기본으로 드셔

둘이 술로 어울릴때마다 죽어나는 것은 나야
사실 어제도 점심때 부터 같이 막걸리를 마셨어

웬만하면 피하려고 하는데 어제는 내가 아쉬워서 만났지

그 형님의 인맥이 워낙 탄탄해서 영업적으로 내가 도움 받을 일이 좀 있었거든

너는 임마 부탁할 일 있을때만 나오냐고 당연히 한소리 하셨어

나는 아직 제대로 된 주당이 아니라서 막걸리 세 병만 마셔도 만취상태에 이르지

어제도 세 병 가까이 마신것 같네

제주도가 고향인 그 형님하고는 재미있는 추억이 하나 있어

90년대 초반 그러니까 내가 입사한 초기에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와 부인 라이사 여사가 내한해 노태우 대통령과 제주도에서 정상회담을 한 적이 있지

선배와 나는 여성지 취재를 위해 제주도로 출장을 갔어

출장 첫날밤에 우리는 회담이 열렸던 호텔에서 주변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가려고 호텔 마당을 가로질러 가는데 어둠속에서 '어이 거기 비켜, 비켜' 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났어

나는 그게 무슨 소리가 싶어서 소리 나는 쪽으로 가보았지

그랬더니 '아 진짜 비키란 말이야' 하는 소리가 또 들렸어

도대체 누가 무엇때문에 반말 찍찍하며 그런 소리를 하나 하며 더 다가가 보았지

세상에! 마침 그 때 티비 중계 카메라가 회담이 막 끝난 호텔의 전경을 생방송으로 비추고 있는데 내가 다가가서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었던 것이었어

카메라맨에게 한소리 들은 것은 물론이었지

사건은 다음날 벌어졌어

전화기에 불이났지

당연히 나를 어제 티비에서 봤다는 전화들이었지

페레스트로이카를 주창하며 소비에트 연방을 해체한 고르바초프가 우리나라에 와서 정상회담을 하는 장면은 아마 대다수의 국민이 티비로 지켜보고 있었을 거야

그 화면에 내 얼굴이 수박통만하게 나왔으니 얼마나 웃기는 일이었겠냐고

각설하고

위 사진은 내가 아끼는 사진이야

영종도 예단포에서 강화도 동막해변 쪽을 찍은 건데 해질녘의 노을을 받은 구름이 산마루에 아름답게 걸려 있어

이런 장면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행운이었지

나중에 여러분들의 인생샷을 찍을때도 사용할 명품 중의 명품 칼자이스 밀버스 85밀리 렌즈로 찍었는데 색감이 참 볼만해

어제는 만취상태에서 그래도 시를 한 편 올렸더군

나름대로 시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 사진을 쓴다고 썼는데 술깨고 보니 좀 별로였어

더 멋진 사진도 있었는데 아쉽더군

그래도 그렇게 술취한 와중에도 시를 종이에 옮겨적고 그것을 다시 인스타에 쳐서 올린 성의가 참 가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 연사 힘차게 외치고 싶어

코로나로 어수선한 나날이지만 이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가 여러분들께 조금의 위안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보람된 일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이 연사 다시 한 번 힘차게 외치고 싶어

쩝, 너무 오버했네.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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