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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46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46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3.09 0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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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서산 충남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서산 충남 (인스타그램: photoly7)

 

사람이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새라도 만나야지

그래서 오늘은 아침 일찍 철원 대마리에 갔어

철원 대마리에는 참새, 까치, 기러기들이 하루 종일 날아다니며 포즈를 취해주지
오늘은 새끼를 낳은 어미개까지 출연해 볼만한 사진들을 건졌어

오늘 사진은 다음주에 시리즈로 보여줄께

그제 교통사고로 죽을뻔 했던 얘기 1편을 소개했고 오늘은 그 2편이야

강 모 라는 내 친구가 있어
이 집 형제들은 빼어난 미남들이야

특히 그 친구 큰형은 실제로 충무로에서 제작한 영화에도 출연한 배우야

그 형하고 나하고 둘을 100명의 청중앞에 세워놓고 둘 중 누가 더 미남이냐는 투표를 하면 아마 50대 50 정도 나오지 않을까 싶네

지금부터 얘기할 사건이 일어난 때는 2004년 가을이었어

그 당시 친구는 경남 남해 미조항에서 수협관련 일을 하고 있었어

그 때 남해로 출장을 갈 일이 있어서 그 친구를 찾아갔지

당연히 싱싱한 회를 안주로 술을 마셨어

소맥 폭탄주를 마셨는데 둘다 많이 취했지

술자리가 파하자 우리는 내가 숙소를 잡아둔 상주 쪽으로 가서 한 잔 더하기로 했어

남해 미조와 상주는 차로 한 삼십분 거리야

친구가 하는 일 중의 하나는 미조항에서 서울까지 횟감용 활어를 실어 나르는 것인데 그럴 때 몰고 다니는 트럭을 어디서 가져 오더니 타라고 하더군

아! 그 술이 문제야
맨정신이라면 왜 그 차에 탔겠어

내 공포는 차가 출발하자 마자 시작됐지

지금 거기의 도로사정이 어떨지 모르지만 그때만 해도 왕복 2차선 이었어

낮에 상주서 미조로 갈 때 보니 이탈하면 바로 수십미터 벼랑을 굴러 바다에 떨어지는 겁나는 도로였어

캄캄한 밤에 친구는 그 도로를 시속 백킬로 정도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어

나중 보니 그게 일종의 주사였지

순식간에 술이 깨면서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무서웠어

처음에는 천천히 가자고 타일렀어
그러나 친구는 속도를 더 올렸어

내 공포는 극에 달했고 나는 욕을 하며 세우라고 소리쳤지

친구의 눈을 봤는데 어떤 광기가 서려 있었어

더 미치겠더군

안그래도 세상살기 싫은데 이참에 함께 죽자고 결심하고 덤비는듯 했지

좁은 2차선 꼬부랑 밤길을 시속 백킬로로 달리는 트럭이 내는 소리도 공포를 증폭 시켰어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온갖 생각이 들더군

사랑하는 딸을 더 못보고 죽을수 있다는 것이 제일 억울했지

아무리 고함을 지르고 욕을 해도 친구는 표정변화 1도 없이 폭주했어

내가 만일 '본 아이덴티티' 라는 첩보영화의 주인공 제이슨 본 쯤 되면 친구를 제압하고 운전대를 낚아챌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도 못하고 그냥 내 목숨을 친구손에 맡겨둔 꼴이었지

여차하면 바다에 빠져 물귀신이 될 수도 있는 다급한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손잡이를 잡은 두 손에 힘을 주는 것 밖에 없었어

그런데 캄캄한 길을 십분쯤 달렸을 때 전방에 불빛들이 보였는데 갑자기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어

친구에게 저기 보이는 술집에서 한 잔 더하고 가자 했지

그제서야 차를 멈추었어

나는 차에서 내리자 마자 112에 신고를 했어

경찰들이 왔지

그러나 운전중에 적발된 것이 아니면 처벌할 수 없다고 하더군

나도 음주 공범인데 경찰 신고까지 한것으로 보아 내가 얼마나 무서운 공포에 떨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거야

친구에게 한마디 던지고 택시를 불러 숙소로 왔어

그 한마디는 '앞으로 내 너를 다시 만나면 성을 간다' 였을거야 아마

아!
글을 쓰다보니 또 열받네

그러나 누가 누구를 탓하겠어 그 차에 탄 내 잘못이지

트럭을 갖고 나타났을때 음주운전하지 말고 택시타고 가자고 했으면 그 죽을 뻔한 해프닝도 없었을텐데 말이야

여태까지 그 친구의 교통사고에 관한 얘기가 없는걸 보니 그 날 이후 음주운전은 안하는 모양이야

세월이 많이 지나도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면 오금이 저려와

친구에게 늦었지만 이 한마디는 꼭 해주고 싶어

친구야 그 때 한잔 더 하고 가자고 했을때 차 세워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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