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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48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48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3.10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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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통영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통영 (인스타그램: photoly7)

 

차라리 나를 '구라 김' 이라 불러줘

왜 이렇게 할말이 많은거야
벌써 연재한지 오십회가 되어가네

이게 다 여러분들의 격려 덕분이야

아까 집필실 부지에 차를 대고 잠깐 집에가서 밥을 먹는데 서가에 꽂혀있는 박경리의 소설 '토지'가 보이더군

누가 나보고 그동안 읽어본 한국의 소설중에 뭐가 최고냐고 물으면 단연 '토지' 라고 대답하겠어

나는 21권으로 된 토지를 두 번 읽었어

21권 짜리 소설을 완독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지만 나는 단숨에 읽었어

삶이 힘든 사람 토지 한 번 읽어봐

나도 토지를 읽을 무렵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때 였어

물론 그 소설이 삶에 관한 명쾌한 답을 주는 것은 아니야

비록 소설이지만 그 속에는 기구하고 혹독한 시련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백명이나 등장해

그 인물들의 사연들을 읽다 보면 내가 겪고있는 힘듦이란 한낯 지푸라기 보다 가벼운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지

소설을 읽으며 박경리 선생님을 정말 존경하게 됐어

지금부터 내가 박경리 선생님을 만나 뵈었던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해

내가 서울신문사에서 근무할 때였어

그때가 박선생님이 소설 토지를 완간할 무렵이었지

박선생님은 기자 안만나 주기로 정평이 났었어

토지 완간에 맞춰 기획기사를 써야 되는데 박선생님의 마땅한 인물사진이 없어 내가 사진을 찍으러 당시 박선생님이 머물던 원주로 가게됐지

사전 약속은 당연히 안되니 무작정 갔던거야

내비도 없을때라 물어물어 일단 집을 찾아놓고 근처 가게로 가서 캔음료 한통을 샀어

나는 그 캔음료로 재미를 한 번 본적이 있어

지금 서울신문 편집국장으로 있는 후배와 내가 초년 시절에 한조가 되어 경기도 어디로 비전향장기수 할아버지 한 분을 인터뷰 하러 갔어

도착해 보니 기자들을 만나주지 않아 타사 기자들은 돌아가고 없더군

우리도 인터뷰는 글렀다는 생각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관리인이 나오더니 할아버지가 만나 주시겠다고 하니 기다리라는 거야

우리는 웬 떡이냐 하면서 좋아했지

과연 얼마 있으니 할아버지가 나오셨고 꽤 오랜시간 충실한 인터뷰를 할 수 있었어

그 분이 왜 그당시에 이슈가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는 일종의 특종을 한 셈이됐지

일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관리인이 말하더군

영감님이 당신들을 만나준 것은 사들고 간 캔음료 한 통 때문이었다는 거야

아무리 취재로 왔지만 노인을 만나러 오면서 캔이라도 한 통 사들고 오는 성의가 고마웠다는 것이었지

그 때의 작전을 다시 한 번 박선생님께 써먹으려 한거야

초인종을 눌렀어

선생님이 빼꼼 내다보시며 누구냐고 묻더군

나는 그 때 기지를 발휘해 통영 출신의 기자인데 선생님 사진 한 컷 찍으러 왔다고 했지

손에 깡통을 든 나를 잠시 바라보시더니 들어오라고 하셨어

허참
문학담당 기자들이 그토록 들어가 보고 싶어했던 선생님댁 거실 진입에 바로 내가 성공한것이었어

그 때 찍어온 사진은 대문짝만 하게 실렸고 칭찬을 좀 받았지

얼마 전 팬의 입장에서 통영 산양면 선생님의 묘소에 다녀왔어

묘는 생각보다 소박했어

이 세상에 그토록 위대한 작품을 남기고 가신 선생님께 절을 하며 경의를 표했지

통영 간김에 내 친구 준열이도 만났어

고등학교때 친구인데 둘은 추억이 참 많아

준열이는 지금 거제시청에서 모범 공무원으로 28년째 봉직하고 있어

우리는 충무김밥을 먹고 함께 추억을 쌓았던 곳으로 드라이브를 했지

달아공원도 가고 산양면 연명리도 갔어

고성에 볼일이 있는 나를 준열이가 태워줬는데 옆차선에서 만개한 매화나무를 실은 트럭이 달리고 있더군

얼른 창문을 내리고 폰으로 한컷 찍었어

봄은 바야흐로 통영 개별화물 트럭에 실려 빠른 속도로 북상하고 있었어

와우! 써놓고 보니 꽤 근사한 표현이군

오늘 얘기는 이걸로 끝이야

봄이 통영에서 맹렬히 북상하고 있으니 코로나 종식도 머지 않았어

희망을 가지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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