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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51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51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3.13 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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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대마리 철원 (인스타그램-php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대마리 철원 (인스타그램-photoly7)

 

이제야 이 사진을 선보이네

나는 이 사진이 참 마음에 들어

내가 그토록 흠모하는 핀란드 출신의 사진작가 팬티 사말라티가 새와 사람이 조화되는 명작사진들을 남겼지만 이 사진도 사말라티의 사진 못지 않다는 생각이야

까치 세마리가 나무에 앉아있고 어머니 한 분이 마실을 나가는 순간이 잘 포착되었어

사진은 철원 대마리에서 찍은건데 나는 서울을 출발해 연천을 거쳐 철원 대마리에 이르는 촬영코스를 좋아해

지난번에는 대마리에서 아침 촬영을 마치고 화천을 지나 춘천까지 갔었지

춘천 천전리 소나무길을 찍고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왔어

오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점심을 먹었는데 휴게소에서 밥을 먹고나면 나는 늘 엄청난 갈등에 시달려

그 갈등은 과자를 디저트로 먹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야

이상하게도 휴게소에서 밥을 먹으면 과자가 그렇게 땡길 수가 없어

과자를 먹으면 꿀꽈배기나 맛동산 둘 중에 하나를 먹지

문제는 운전을 하며 과자를 입에 대면 한봉지를 다 먹어치우는데 있어

밥도 배불리 먹었는데 과자까지 한봉지다 먹으면 살뺀다고 아무리 설쳐봐야
무슨 소용이냐는 거지

나는 과자만 입에대면 어릴적 생각이 나

가게집 아들이었던 나는 과자를 입에 달고 살았어

과자 과잉섭취의 댓가는 초등학교 사학년 무렵에 나타났어

양쪽 모든 어금니에 충치가 생긴거지

이빨이 가장자리만 남고 속은 충치가 먹어 밥공기 처럼 텅비어 있었어

간혹 치통이 있었는데 그 아프기가 상상을 초월했지

한 번은 초등학교 사학년 수업시간에 치통이 와서 여자아이들 있는데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엉엉 울었어

지금 내 어금니는 모두 의치야

과자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초등학교때 간혹 선생님이 교육청 전달사항으로 학생들에게 불량식품을 사먹지 말라고 하셨지

그 얘기를 들을때마다 나는 얼굴이 달아올랐어

왜냐하면 바로 그 불량식품?을 우리 가게에서 팔았거든

우리 가게에서 판 대표적인 불량식품 중에 하나가 비닐에 담겨진 음료었어

물에다 색소와 설탕을 섞은 음료였는데 맛은 기가막혔어

그러나 그때 내 어린 생각에도 그것이 결코 건강에 좋지는 않을듯 했지

어른들은 꼬마인 내가 과자를 먹는 것을 보면 '묵는기 남는기다'라고 했어

그 말이 맞아

과자봉다리 팔아서 남기는 돈이 얼마나 되겠어
내가 먹어 치우는 것이 결국 남는거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집이 가게를 하지 않았다면 내가 사진을 못했을거야

이 얘기는 나중에도 나오겠지만 필름이나 인화지를 사려면 돈이 필요한데
나는 우리 가게에서 선의의 삥땅을 조금 쳤어

선의의 삥땅이라
참 근사한 말이네

아버지는 눈치채셨지만 묵인하셨지

그럼 그 묵인도 선의의 묵인이라 해야 되겠네


빨리빨리 진도를 빼서 내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한 고등학교 시절까지 가야되는데 할말이 이렇게 많으니 어쩌면 좋겠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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