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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54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54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3.17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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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대광리 연천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대광리 연천 (인스타그램: photoly7)

 

70년대 말 어느해에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했어

졸업식은 교실 사이의 칸막이를 터 임시로 만든 강당에서 열렸고 후배들의 송사에 이어 내가 답사를 했지

저 밑 어디엔가 글이 있을거야

내가 오학년때 육학년 졸업식에서 송사를 읽었던 얘기

답사는 뭔가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송사만큼 신경쓰이는 것은 아니었어

그냥 읽기만 하면 되었지

졸업식의 전반적인 기억은 희미하지만 내가 6년 우등상장을 받았던 것과 어머니가 전교 어린이 회장이었던 아들의 졸업식에 막걸리 한 말을 이고 온것은 잊히지 않아

내가 굳이 졸업식에서 상을 받고 전교어린이 회장 이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은 내일부터 이어질 중학교 이야기의 전개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지

그 졸업식날 한가지 후회되는 일이 있었어

식을 마치고 각자 교실로 돌아간 우리는 졸업장을 받자마자 집으로 갔어

나는 교문을 나설때 정들었던 교실을 한 번 돌아봤지

그런데 교실에서 담임이셨던 진기련 선생님이 창너머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셨어

이건 레알이야

글을 재밌게 쓰자고 꾸며낸 것이 아니라는 얘기지

교실로 돌아가서 '선생님 그동안 잘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를 드렸으면 얼마나 좋은 그림이 되었겠냐만 그냥 집으로 가버린 것이 지금도 많이 아쉬워

큰형님과 큰누님 같았던 선생님

순수했던 친구들

초칠로 광을 냈던 삐걱이는 교실 마루

학교 뒷산에서 캐와 화단에 옮겨 심은 진달래

도르레 줄에 매달린 두레박으로 길러 마시던 우물물

짓궂은 아이들이 철봉으로 상처를 내놓은 플라타너스 나무

도시락을 데워먹던 화목난로

낡은 등사기로 밀어 글씨가 보일락말락 했던 쪽지 시험지

'능력있는 인간' 이라는 글씨가 쓰여진 교문의 아치

여선생님의 옷에서 나던 희미한 향수내음

교실에 검은천을 가리고 일년에 한번씩 봤던 반공영화

풍금반주에 부르는 아이들의 노래소리

'학교종이 땡땡땡'의 바로 그 쇠 종소리

뭐 하나 그립지 않은 것이 있을까

포근한 어머니의 품같은 학교였어

모교는 폐교된지 오래됐어
다른 용도의 건물로 바꼈지

얼마전에 가보니 플라타너스 나무는 그대로 있었어

내가 운동장에서 뛰놀던 모습을 지켜 보았던 그 나무

두 팔로 감싸고 눈을 감았어

월요일 아침 운동장 조회때 교복처럼 입고 다니던 하늘색 체육복을 입고 열중쉬어 차려를 외치던 김도형이 보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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