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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56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56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3.19 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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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탄현 파주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탄현 파주 (인스타그램: photoly7)

 

그런 아수라 반에서도 시간은 흘렀어

친구도 생겼지
읍내에 사는 재봉이었어

하루는 얘들이 하도 떠들길래 재봉이와 일을 꾸몄지

재봉이 바지속 엉덩이에 얘들 몰래 두꺼운 책을 넣고 가짜로 떠든 재봉이를 불러내어 빳따를 치는 연극이었어

바지안에 책이 들었으니 빳따 소리가 오죽 컷겠냐고

재봉이는 연기도 잘했어

내리칠 때마다 억억 소리를 질렀지

그러나 그런 기발?한 계책도 하루 지나니 도로아미타불이 되었어

내가 중학교 다니는 동안 선생님께 딱 한 번 칭찬을 받았지

미화부장 이었던 재봉이와 게시판 꾸미기에 나섰어

재봉이의 감각은 정말 대단했지

우리는 방과후에 시내에서 종이와 나무를 사와 아래로 길다란 카렌다 같은 학습란을 만들었어

나는 그런걸 엄두조차 내기 힘든데 재봉이는 뚝딱 만들어 버리더군

그 후 학급미화 평가에서 우리반이 1등을 했대나 어쨌대나

누구나 중학생이 되면 이성에 눈을 뜨는데 나도 예외가 아니었어

나는 중학 시절 그것과 관련한 두가지 에피소드가 있어

초등학교를 같이 졸업하고 여자중학교에 진학한 한동네 친구로 부터 여중의 한 여학생을 소개 받았어

편지 교환이 시작되었는데 우편을 통한 것이 아니고 친구가 전달해 주었지

아직 얼굴은 못본채로 그렇게 몇 번 편지를 주고 받던 중에 한학년 선배가 날 찾아왔더군

와서 하는 말이 너 MS 아는냐고 했지

안다고 했더니 자기가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진 여학생이니 나보고 손떼라고 하더군

걔에게 더 다가가고 싶은데 MS가 자꾸 내 얘기를 한다는 것이었지

선배는 앞으로 내가 MS에게 연락하지 않으리라 믿는다는 말을 남기고 갔어


그 때 그 선배에게 OK목장 결투 신청을 못한 것이 한스럽네

얼굴은 못밨지만 마음속에 막 사랑?이 싹트고 있었는데 학년이 깡패라고 허무하게 뺐기고 말았어

두번째는 재봉이 누나 얘기야

재봉이에게 연년생 누나가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그 누나가 어느 날 나를 찾아왔더군

재봉이가 사는 읍내와 우리집은 십리쯤 돼

나는 일요일 이었던 그날 집 뒷 산의 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

눈크고 얼굴이 하얀 왠 여학생이 우리 밭으로 다가오더니 김도형이가 맞냐고 묻더군

맞다고 했더니 본인은 재봉이의 누나라는 거야

도무지 있을법 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선채로 그냥 우물쭈물 하고 있었지

누나는 재봉이와 친하다고 들었는데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라는 말을 남기고 곧 산을 내려갔어

지금 만약 그런일이 벌어지면 '어이쿠 누님 이 더운날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갑시다. 시원한 사이다 한 잔 하러' 라는 말을 하고도 남았겠는데 그 나이의 내 주변머리로 어떻게 그럴수 있었겠어

다음날 학교에서 재봉에에게 '어제 네 누나가 왔다 갔어' 라고 한마디 한 것이 전부였고 그 뒤로 그 일은 잊혀졌어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가고 나서야 그 때 재봉이 누나가 단순히 동생과 잘 지내라는 한마디를 하러 온것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비로소 들더군

그럼 뭐땜에 왔냐고(?) 나도 몰라

재봉이와는 중학교 졸업하고 소식이 끊겼어

매미가 울어대는 초여름의 날씨에 비포장 십리길을 와서 산에까지 올라와 나를 만난 이유가 진정 무엇이었을까

재봉이에게 내 인상착의를 전해듣고 관심이 생겨 나를 한 번 만나러 온 것은 아닐까

나중에 듣고 보니 MS와 재봉이 누나는 여중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예뻤다고 하더군

사진은 지난 주말 파주 탄현에서 찍은거야

자유로를 타고 연천쪽으로 가고 있는데 들판의 수로에서 물안개가 피더군

그걸보고 달려갔는데 가까이 가니 별로였어
 
마치 고향의 둑방길을 걷는듯 추억과 향수에 젖어 걸어가는데 갑자기 후두둑 하며 오리가 날더군
 
연사로 순식간에 그 모습을 포착했지

사실 아까 낮에 인스타그램에서 또 내 계정을 차단했더군

'좋아요 반사'를 신나게 하고 있는데 차단 메시지가 뜨는거야

도대체 활동을 하라는 얘기인지 말라는 얘긴지 모르겠더군

여하간 내 어쭙잖은 글과 사진에 많은 격려와 응원 보내줘서 고마워

신이 나니까 옛날일이 막 떠오르고 있어

중 고등학교 얘기는 사실 오래하고 싶지 않아

좋은 기억들이 별로 없어

조만간 본격적인 사진 얘기에 불이 붙을거야

기대해 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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