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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공포에 ‘달러 킹의 귀환’…美 자본시장 달러 사재기
코로나19 공포에 ‘달러 킹의 귀환’…美 자본시장 달러 사재기
  • 류정현 기자
  • 승인 2020.03.19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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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본시장에서 달러 사재기가 한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이른바 '달러, 즉 현금이 왕(Dollar King)'이라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코로나 위기에 살아 남는 유일한 안식처는 달러 현금 뿐이라는 것이다. 위험자산인 주식은 물론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미 국채와 금까지 팔아 치워 달러 현금을 쌓아야 생존할 수 있다.

오는 11월 재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공포에 질려 국민에게 1인당 1000달러 현금 살포를 선언했지만, 전혀 먹혀 들지 않고 있다. 지급될 현금만 2500억달러에 달하지만, 유동성 경색이 일어나는 금융시장에서 그 규모는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결국 현금 살포에 반짝 올랐던 뉴욕 증시는 다시 폭락했다. 뉴욕증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로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3년 넘게 쌓아 올린 '트럼프 랠리'가 코로나 위세에 불과 몇 주만에 증발한 셈이다.

◇ 달러 사재기: 18일(현지시간)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달러 사재기가 더욱 거세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 금융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며 현금만이 중요해졌다고 보도했다.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코로나 리세션(침체) 공포에 바닥에 바싹 웅크린채 일제히 자산청산에 나섰기 때문이다. 

코로나 공포는 위험한 주식을 가장 먼저 공략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 지수는 3년 넘게 만에 2만선 밑으로 내려 앉았다. 불과 한 달만에 다우 시총이 1/3이 사라졌다. 코로나는 항공업, 외식업, 금융업, 소매업 등 업종과 종목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항공사 알라스카에어그룹은 38% 폭락했고 외식업체 다덴레스토랑은 25% 밀렸다. 항공기제조업체 보잉은 26% 추락했고 씨티은행은 거의 20% 가까이 폭락했다.

WSJ는 이날 증시가 '궤멸'했다고 표현하면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세계경제 침체를 투자자들이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보여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팔 수 있는 거의 모든 자산을 내던졌다"고 평했다.
 

실제 채권시장에서도 투자적격 채권과 미 국채까지 매도세에 휩싸였다. 하지만 1개월 만기로 거의 즉각적으로 현금화할 수 있는미 국채의 수익률은 이번주 초 0.31%였지만 이날 장중 0.01%까지 떨어져 수년 만에 최저로 밀렸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고 수익률 급락은 가격 급등을 의미한다. 현금으로 통용되는 초단기 국채수요가 그만큼 막대하다는 얘기다.

금도 지난 12월 이후 최저로 내려 앉았다.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4월 금선물은 전장 대비 3.1% 급락한 온스당 1477.90달러를 기록했다. 마켓워치는 "코로나 공포에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까지 청산하는 움직임이 일었다"고 전했다.

결국 이 모든 자산 청산은 달러 강세를 불러왔다. 이날 달러는 3주 만에 최고로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인덱스는 1.9% 뛰었다. 

기업과 학교가 문을 닫고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중동 전세계 인구가 코로나로 인해 칩거에 들어갔다. 당장 월세를 내고 회사를 유지하려면 달러를 사재기할 수 밖에 없다. WSJ에 따르면 보잉, 힐튼호텔 등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 마저 만일의 사태를 위한 준비했던 대출을 끌어 쓰기로 결정했다.

◇ 이머징, 저금리+환율 급등 이중고 : 코로나로 인해 시작된 달러 강세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킹달러가 바이러스에 직격탄을 맞은 세계경제에 새로운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머징마켓은 코로나로 인한 내수 부진에 더해 달러 강세로 인한 자국통화 가치 급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 달러는 세계 최대의 기축 통화고 세계 경제는 달러에 기반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러 흐름에 기업은 물론 정부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달러로 표시된 채권의 수익률이 급등하면 자본조달 비용이 막대해지기 때문이다.

이머징의 딜레마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징 각국은 내수 부진으로 금리를 내려 수요를 촉진해야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금리인하는 자국 통화의 약세를 불러온다. 달러 강세를 더욱 부추긴다. 이머징은 금리를 인하하면서도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한 것이다.

싱가포르 소재 TD증권의 미툴 코테차 시니어 이머징마켓 전략가는 "달러 급등은 이머징에 새로운 충격을 가할 것"이라며 "달러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를 압도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달러 강세는 세계경제의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은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급격한 달러 강세는 세계무역 성장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 확산한 지난 45일 동안 이머징에서 유출된 자금은 300억달러에 달한다.

[Queen 류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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