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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2월호 -포토 에세이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2월호 -포토 에세이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0.04.1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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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2월호

지하철에서 보는 세태

사람들이 붐비는 지하철은 세상살이의 축도가 아닐까. '질서는 편하고 아름다운 것.' 그러나 박재삼 시인은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이기주의가 팽배해가는 세태를 지하철에서 발견하곤 가슴아파한다. 나보다 남을 먼저 위할 줄 아는 사람들. 그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도덕의 사각지대에 사랑의 꽃을 피운다.

1991년 2월호 -포토 에세이1
1991년 2월호 -포토 에세이1
1991년 2월호 -포토 에세이2
1991년 2월호 -포토 에세이2

 

몇달 전에 지하철 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고 있다가 겪은 일이다. 거기에는 의자가 놓였는데, 서너사람이 앉아 기다리고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내가 앉은 옆 자리에는 서른 살쯤 된 부인과 서너살된 아들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거기 조금 있다가 한 예순살쯤 된 아주머니가 짐을 내려 놓으며 앉으려고 하니까 거기에 먼저 앉아있던 애가 '여기는 우리 자리'라고 하면서 막은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 또 애가 너무어려서 그 부인은 그래 그래, 같이 좀 쉬었다가 가자꾸나, 했다. 그런데도 그 애는 막무가내로 안된다고 하면서 때밀어내는 것이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 옆에서 보고만 있던 내가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그러면 못쓰는 거야. 여기가 어째서 너희네 것이냐,고. 그랬더니 그 애의 어머니는 창피했던지(아이를 나무랄 생각은 미처 못하고)당장 그 애를 안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그것은 애를 너무 오냐오냐하고 기르다가 보니 집안에서 하던 버릇이 바깥에 나와서까지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이것은 개인주의라는 것이 너무 팽배하다 보니, 공중도덕이 완전히 망각된 사태가 아닌가 보여진다. 애는 물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처지여서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그 애를 키우는 부모가 가정교육이 되는 것은 하나도 가르치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사례가 된다. 애를 너무 귀엽게만 여기고 '금이야 옥이야'로 키운 구체적인 보기를 보는 것.

젊은 어머니는 옛날과 달라 고등 교육도 충분히 받았으려만, 그냥 애가 귀여운 나머지 가정에서부터 막 놓아 키웠다는 것이 된다. 사실 이런 가정주부가 우리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가.

그런 것이 급기야는 좋은 학교에 보낸다는 것에만 정신이 집중되어 있고, 우선 도덕을 지킨다는 덕목은 안중에도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 그런 아이만 잔뜩 키워 세상은 날이 갈수록 성적 좋은 아이만 장땡이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애들이 많아져 간다면 큰일이라고 본다.

이런 것이 차츰 남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의 인간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자기만 제일이지 남이야 전봇대로 이빨을 쑤시건 말건 상관할 것이 뭐냐는 것이다. 엊그제 신문에서 기획물 시리즈 중에 어느 한 대목을 보았는데, 가령 국민학교에서 도시락도 자기 반찬만 챙겨 먹고 옆의 동급생과는 나누어 먹을 생각을 아예 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 그렇게 세상 인심이 야박해졌는가 싶어 한심한 생각부터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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