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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2월호 -이슈 인터뷰/불혹에 시집낸 고(故) 박인환 시인 큰아들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2월호 -이슈 인터뷰/불혹에 시집낸 고(故) 박인환 시인 큰아들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0.04.12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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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2월호

박세형

'고독한 단독자'시인의 길로 운명처럼 들어선 남자

'목마와 숙녀''세월이 가면'등의 시로 우리에게 몹시도 친숙한 시인 박인환. 그는 31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지만 그가 떠나기전 남겨 두었던 아들이 또한 시인이 되었다. 지금 그의 나이가 벌써 42세. 불혹의 나이를 넘기고서야 아버지가 지워준 멍에를 벗어던지고 과감히 '단독자'로서 설 수 있었던 박세형씨의, 결코 시인이 되고싶지 않았던 날들의 기록을 들어보았다.

1991년 2월호 -이슈 인터뷰/불혹에 시집낸 고(故) 박인환 시인 큰아들
1991년 2월호 -이슈 인터뷰/불혹에 시집낸 고(故) 박인환 시인 큰아들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한 시대를 풍미하던 시인 박인환의 생애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인의 아들로 태어났기에 문학을 하기까지 오히려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40대의 남자가 펴낸 처녀시집에 대해 늦도록 얘기를 나누었다.

박세형. 원래는 정치가를 꿈꾸었으나 결국엔 시를 쓸 수밖에 없었던 남자. 절대 문학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보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표현대로 '운명처럼' 문학을 해야만 했던 남자. 그래도 아직 직업시인은 아니며 기업체의 중견사원일 뿐인 그런 남자를 명동에서 만났다. 그의 선친이 50년대 코트깃을 날리며 시를 읊던 그 거리에서.

"내게 있어 아버지란 단어가 주는 느낌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모더니스트 시인으로서의 자랑스러운 아버지. 그러나 다른 하나는 오로지 자신의 문학만을 위해 살다갔을 뿐, 가족들을 돌보지 않았던 무정한 모습의 아버지가 그것입니다"

31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남편을 대신해 갖은 고생을 하며 3남매를 키워낸 어머니. 어려웠던 학창시절. 고통스런 순간이 닥쳐올 때마다 '과연 문학이 무엇이기에, 시가 무엇이기에' 하는 회의를 떨칠 수가 없었다.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한, 탄탄한 다리로 땅을 밟고 살아야 한다는 그의 생활인으로서의 자각은 이때 벌써 시작되었다. 그래서 그는 문학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학 시절의 은사이자 선친 박인환 시인의 친구가 되는 분 앞에서 '아버지가 시를 썼다고 해서 아들까지 시를 쓰라는 법은 없지 않느냐'며 당돌하게 말대꾸를 했던 것이 그러나 나이 40이 넘은 지금까지 두고두고 가슴에 맺힌다는 그.

아버지를 존경은 하지만 아버지와는 좀 다른 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반발의식이 지난 20년간 박세형씨를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생활인의 모습으로 살도록 했다. 그러나 28년간 우정을 유지해 오던 친구로부터 '넌 왜 글을 쓰지 않느냐?'라는 말을 어느 순간 듣게 되었을 때, 그는 불현듯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의 잃어버린 첫사랑을 다시 되찾는 것과 같은 순수한 몸부림이요, 열정이었다. 그렇게 쓰여진 시들 가운데서 72편을 모으고 추려 펴낸 것이 예문사에서 발행한 '바람이 이렇게 다정하면'이다. 

"전문적으로 시를 써왔던 사람은 아니지만 억눌려있던 제 정서가 폭발적으로 분출된 표현이 바로 이 시들입니다. 시를 추리고, 추린 시들을 다시 편집하고, 부족한 것은 또 보충하는 이런 과정에서 비로소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문학이란 정말로 좋은 것이로구나''문학은 나의 구원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소박한 그러나 매우 진지한 깨달음이었다. 그는 비로소 '시인의 아들'에서 '시인'으로 홀로서기를 한 것이다. 

"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아버님의 시는 분명히 마음을 움직인다고 믿습니다. 그런 아버지로 인해 생겨난 제가 또 자랑스럽습니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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