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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14좌 완등 논란 그후 ‘오은선 대장과 함께 설산 오르다’
히말라야 14좌 완등 논란 그후 ‘오은선 대장과 함께 설산 오르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2.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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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니 원망도 서운함도 부질없더라…
3월에 환경보호 캠페인으로 에베레스트 등반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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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묻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많았다. 그러던 중 오은선 대장이 소속된 블랙야크에서 주최하는 ‘오은선과 함께하는 한국명산 14좌’가 새해에도 이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 행사는 오은선 대장의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을 기념하고 우리나라 명산을 하나씩 오르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10월 북한산을 시작으로 계룡산, 금정산, 팔공산, 무등산까지 5좌를 쌓은 한국 명산 14좌 팀은 2011년 1월 청계산, 2월 취서산, 3월 도봉산을 차례로 올라가 오는 11월 제주도 한라산 등반을 마지막으로 한국 명산 14좌 도전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른 아침 6좌 도전지인 청계산 초입 옛골에 도착하니 전국 각 지역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림잡아도 400명은 넘어 보이는 사람들 사이로 작은 키에 다부진 몸매를 가진 오은선 대장이 눈에 띄었다. 그녀 주변에는 이미 악수와 사진을 요청하는 이들로 북적였다. 산에 오르기 전 몸을 푸는 시간. 뻣뻣하게 몸을 푸는 기자와 달리 오은선 대장은 사소한 동작 하나도 꼼꼼하게 스트레칭하는 모습이었다. 주변 사람들을 자상하게 챙기는 모습에서는 나도 모르게 ‘언니’라고 부를 뻔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언니 같은 느낌….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그녀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산을 닮고, 산처럼 살고 싶다
이날 산행은 청계산 옛골에서 시작해 매봉-석기봉-이수봉-옛골로 돌아오는 약 7.5km의 코스였다. 오은선 대장이 회색 베레모를 쓰고 있었음에도 알아보는 사람은 많았다. 서너 발자국을 못 가 이곳저곳에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힘들거나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먼저 인사하며 다가서는 그녀. 혼자보다는 둘이 더 낫다고 했던가. 늘 곁에서 응원하는 이들과 함께하기 때문인지 그녀의 표정은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굉장히 맑고 건강해요. 건강한 정신에서 몸과 마음도 건강해지고 좋은 에너지가 나오니까요.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호응해준 덕분이죠. 그들의 힘이 바로 대한민국의 힘이 될 것 같아요.”
행렬 앞쪽에 서서 부지런히 발을 옮기는 오은선 대장.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평소에도 주말이면 지인이나 산악회 사람들과 산을 오르는 그녀는 주중에는 혼자 뒷산에 오르거나 중랑천 근처를 산책하곤 한다. 지금껏 수많은 산을 오른 그녀에게 어느 산을 가장 좋아하는지 묻자 주저 없이 북한산을 꼽는다.
“제 첫 산행이 북한산 인수봉이었어요. 그래서 북한산은 저에게 모산(母山)이에요. 저를 키워준 산이니까요. 그냥 멀리 있어도 늘 푸근하고 좋은 곳, 가슴을 뛰게 하는 그런 산이죠. 특히 하얀 눈이 덮인 겨울에 오르는 것이 가장 매력적인 것 같아요. 또 제가 흰색을 워낙 좋아하거든요(웃음).”
그러고 보니 그녀가 오늘 입은 등산 잠바도 흰색이다. 흰옷이 나오자마자 마음에 들어 바로 구입했다며 살짝 미소짓는 모습에서 순간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무엇을 샀고 내일은 뭐할 거다’라고 재잘재잘 수다를 늘어놓는 그런 허물없는 친구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함께 산을 오르며 느낀 것은 오은선 대장이 그 누구보다 산을 사랑하고 산을 많이 닮아 있다는 점이다.
“산처럼 살고 싶어요. 산은 늘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사계절이 있고 또 많은 변화가 있죠. 그런 변화들을 꿋꿋하게 인내하고,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새가 울고 겨울이 되면 또 봄이 오고. 그 안에서 무수한 일들이 일어나지만 여전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받아들이잖아요. 세상을 살면서 산에서 그런 것들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산을 닮고 싶고 산 같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에요.”
사람 사이에도 좋아하면 닮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듯 산을 좋아하는 그녀도 그러했다. 산처럼 살고 싶다 했지만 이미 많은 세월을 인내하고 도전하면 살아온 그녀가 아니던가. 그녀를 보면 산이 떠오르고 산을 보면 그녀가 생각나는 것은 이제 하나의 공식이 되어버린 듯하다.


마음에 쉼과 용기를 주는 방법, 독서
오은선 대장은 “평소 특별히 하는 일은 없지만 늘 바쁘다”고 말한다. 그 와중에도 쉬는 날이면 시간을 쪼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드라마는 채널을 돌리다가 어쩌다 한두 번 보는 정도다.
“이혼이나 불륜이 주를 이루는 드라마가 한창 나오던 시기부터 잘 안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는 늘 재미있게 본 것 같아요. 원정을 갈 때면 함께 가는 스태프가 챙겨오는 개그콘서트 영상을 꼭 봐요. 한국에서 쉬는 동안 TV로 볼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인데, 산에 올라가기 전에 볼 때가 가장 재미있는 것 같아요.”
틈틈이 책도 읽으려고 애쓴다는 그녀. 특별히 장르를 정해서 읽기보다는 일상에서 한 템포 쉴 수 있는 책을 골라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읽는다.
“최근에 본 건 시집이에요.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틈날 때마다 보려고 노력하죠. 책을 볼 때는 내 마음에 와닿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주로 마음을 비울 수 있는 책을 읽는데 코드가 안 맞는다 싶으면 바로 내려놓기도 해요(웃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법정 스님의 책이다. 스스로 “두 번 읽는 책은 거의 없다”고 말하지만 법정 스님의 책만은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밑줄도 긋고 책 모퉁이도 접어두면서 되새김질하는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다. 법정 스님의 책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책이라면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는 그녀의 생각을 바꾸는 큰 계기가 된 책이다.
“3∼4년 전쯤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에서 모든 선택의 여지가 나에게 달려 있다는 구절을 읽고서는 그다음부터 남 탓을 안 하게 됐어요. 모든 책임이 전부 나에게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죠.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나의 선택에 의해서 모든 현상이 벌어진 것이잖아요. 세월이 한참 지나도 그때 내용은 인상 깊게 남아 있어요. 그리고 스토리가 짧잖아요. 글자도 크고 책도 얇고(웃음). 장황하다고 많은 뜻이 담겨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녀의 말을 들으니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로버트 폴검의 말이 떠올랐다. 지나고 보면 우리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어린 시절에 배운 간단한 것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그녀도 책을 읽으며 그런 것을 느꼈을까. 복잡한 삶의 자물쇠를 여는 것은 의외의 단순한 진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베레스트 등정으로 환경운동 돕고 싶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오르니 어느새 돌문바위 앞에 다다랐다.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외는 스님 옆으로 있는 돌문바위는 두 개의 돌이 서로 기대어 서 있는 모양으로 돌과 돌 사이를 통과하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일행의 권유로 그녀도 돌 사이를 세 바퀴 돌며 소원을 빌었다. 평소 자신만을 위한 소원은 잘 빌지 않는다는 그녀. 과연 무슨 소원을 빌었을지 궁금했다.
“3월쯤에 에베레스트 등반을 준비하고 있어요. 제가 최근 도네이션을 시작한 NGO단체가 있는데 그곳에서 우리나라 황사의 진원지인 중국 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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