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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60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60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3.25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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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고성 경남 1983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고성 경남 1983 (인스타그램: photoly7)

 

자 오늘이 되었으니 오늘의 얘기를 해야지

사진은 내가 유년기를 보냈던 고향마을의 전경이야

우리집은 산 바로 아래 있어서 안보여

사진을 촬영한 곳은 지맛등이라고 불리는 집 뒤 낮은 야산의 정상이야

저기서 내 제자(?)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크레이터 망원경으로 달표면 관찰을 시켜줬지

재봉이 누나가 날 찾아온 곳도 바로 저기야

저 길의 끝에 읍내가 있는데 거기서 여기까지 온거지

재봉이 누나 글을 쓰고나서 제보가 들어왔는데 그 누나는 재봉이와 연년생이 아니고 세살 터울이라 하더군

나에게 관심이 있어서 온것이 아닐 확률이 더 커졌지

나는 어릴때 이 산의 언덕에서 마을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졌어

이사진은 저 길이 포장되기 전에 찍은 귀한 사진이야

한시간 마다 지나는 시간버스가 먼지를 내며 오고 있네

나는 읍내 중고등학교 6년을 자전거나 저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했어

바짝 마른날 자전거를 타고 가다 버스가 지나가면 검은 교복에 먼지가 뽀얗게 앉았지

고등학교 일학년때인가 나는 멀쩡한 자전거를 팽개치고 한동안 버스만 타고다닌 적이 있어

산뒤쪽의 마을에서 먼저 버스를 타고 오던 여고생과 눈이 맞았기 때문이지

주소를 교환하고 펜팔이 시작되었어

우리동네 버스 정류장은 우리 가게 바로 앞이야

그 소녀가 차에서 내려다보면 가게안이 적나라하게 보였지

어느 주말에 나는 파리똥이 까맣게 앉은 더러운 진열대를 하이타이를 푼 물로  깨끗이 닦았어

그걸 본 아버지는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고 하셨지

그 소녀와의 펜팔은 고등학교 졸업때 까지 간간히 지속되다가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연락이 끊겼어

이름이 황 뭐였는데 편지글을 참 잘썼지

조용필을 너무 좋아해서 질투가 좀 났던 기억이 있어

저 빨간버스를 보니 우스운 추억이 하나 생각나네

겨울방학이 가까운 몹시 추웠던 어느날 밤에 친구 한 명과 읍내의 변두리에서 집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기다렸는데 버스가 오자 그놈이 차를 세우려고 발을 든거야

추우니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로 그짓을 한거지

그런데 기사님이 그걸보고 열받았는지 그냥 가버리더라구

아 놔, 그 추운날 밤에 십리길을 꾸역꾸역 걸어서 집에 왔지

"야이노무 자슥아 와 손놔두고 발을 들고 지랄고"

이 말을 친구에게 몇 번은 했을거야

위 사진은 Fujica 라는 이름의 카메라로 찍었어

아마도 후지필름에서 만든 카메라인듯 한데 그래도 일종의 일안리플렉스(SLR) 였어

렌즈교환식이 아니고 50밀리 렌즈가 고정되어 있었지
 
사진관에서 빌려서 찍던 올림푸스 EE3 에서 벗어나 드디어 본격적인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된 그 서막을 연 카메라였어

내일부터는 당분간 그 카메라로 찍은 내 초기의 사진들을 보게 될거야

여기에 쓸 사진 열댓장 가량을 카메라로 복사촬영 하고 있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더군

어떤 초보운전자가 차 뒤에 '당신도 처음에는 초보였다' 라는 글을 써붙이고 다니는걸 본적이 있어

초기 사진들에서 초보티가 많이 났어

그러나 좋은 사진을 위한 고민과 열정은 많이 배어있었지

전에 얘기 한 번 했던 시니컬한  직장 전 동료와 얼마전 술을 한 잔했어

무슨 말끝에 여기에 글쓴지 이제 두달이 되어 간다고 하니 깜짝 놀라며 뭔 놈의 글을 그리 오래 쓰냐고 하더군

글쎄 뭔놈의 별것도 아닌 글을 이렇게 오래쓰고 있을까

그래도 최소한 한 달은 더 써야될듯 한데 인친 여러분! 인내를 갖고 조금만 더 응원해 주시길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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