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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61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61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3.25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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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고성 경남 1983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고성 경남 1983 (인스타그램: photoly7)

 

어느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못보던 오토바이가 한 대 마당에 서있더군

아버지께 웬 오토바이냐고 물으니 당신께서 논에 다닐때 타려고 샀다는 것이었어

그 얼마 후 아버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논에 가시다가 넘어져서 경미한 찰과상을 입었는데 그뒤로 오토바이를 쳐다도 안봐서 그것은 오롯이 내것이 됐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Fujica 카메라를 사서 본격적인 사진촬영을 하려는 순간 생각지도 않은 오토바이가 생겨 기동력이 엄청 좋아지게 된거지

검은색 카메라 가방을 어깨에 격자로 매고 오토바이를 타고 나서면 폼 좀 났었어

물론 가죽자켓과 바지를 입고 할리 데이비슨을 탄 사람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사실 그 오토바이는 배기량 50cc의 낡디낡은 고물이었어

그래도 달리는 데는 문제가 없어서 신나게 타고 다녔지

어느 날 옆동네 사는 조카가 누님께 말했다더군

친구들에게 창피하니 외삼촌 제발 그 오토바이 좀 타지 말게 해 달라고

그런게 어딨어, 나는 더 열심히 뽈뽈거리고 다녔지

위 사진이 바로 그무렵 찍은 사진이야

저 길은 우리동네에서 바다가 있는 이웃마을로 이어진 길인데 밭갈이를 마친 부부가 집으로 돌아가는 목가적인 풍경이야

남편은 쟁기를 지고 먼저가고 있고 부인은 소를 몰고 가고 있네

난 저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죽을뻔한 사고를 만난적이 있어

영화 기생충의 송강호씨가 또 한마디 할것 같네 "도형아 너는 도로위에서 죽을뻔한 일이 참 많구나"

내가 송강호씨와는 고향과 생김새가 비슷해서 위 문장을 거의 똑같이 말할 수 있는데 들려줄 방뻡이 없네

어느 날 해거름녘에 석양의 바다를 찍으려고 오토바이를 타고 저 길을 따라 가는데 과속을 좀 했어

산마루에 걸린 해가 금방 질것 같았거든

저 길은 사진에 저래 보여서 그렇지 경사도가 꽤 있는 길이야

길의 중간에는 도랑이 있어서 그위로  콘크리트 다리가 놓였지

그런데 속력에 탄력이 붙은 오토바이의 앞바퀴가 그 콘크리트에 튕귀는 바람에 공중에 솟구쳤다가 자갈길에 굴렀어

비포장 도로라 콘크리트에 면한 흙과 자갈이 비에 패여 있었던 것이었지

얼굴 반쪽이 자갈에 갈렸고 어깨에도 상처가 났어

그 와중에 카메라를 살펴보니 솜으로 안감을 댄 가방 덕분에 무사하더군

그렇게 잠깐 쓰러져 있었는데 마침 택시가 지나가다 나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데려다 줬어

가톨릭 의대를 졸업하고 경남 고성읍내에서 서울의원이라는 작은 병원을 운영하던 원장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나

참 친절하고 고마운 분이셨는데

치료를 마치고 다음날 학교에 갔어

하루 아침에 얼굴 반쪽을 갈고 나타난 나를 본 친구들의 반응은 다양하더군

너 신세 망쳤구나
너 그얼굴로 장가는 가겠냐

등등의 멘트들이 쏟아졌지만 진씨성을 가진 읍내출신 한 친구의 한마디는 내가 관뚜껑을 닫을때 까지 잊을 수 없어

그 말은 바로 "그 미남얼굴이 왜 그 지경이 됐니" 였어

난 그말듣고 그 친구 존경하기로 했지

동가홍상,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어차피 한마디 할꺼면 신세 망쳤느니, 장가는 다갔네 라는것 보다 얼마나 멋진 멘트냐 이거지

나도 이글을 쓰면서 느낀건데 내가 글속에서 은근슬쩍 내자랑하는 버릇이 있네

그냥 새겨듣길 바라네

그래도 고등학교 다닐때 한인물 한건 사실이야

앗 또 자랑질이네 ㅎ ㅎ

내심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흉터는 남지 않더군

오늘은 새벽 세시에 일어나 동자를 지어먹고 춘천 소나무길을 찍고 왔어

위 글에서 '동자'라는 말은 밥을 지어 먹는다는 뜻이라 하는데 명작중의 명작 소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야

여하간 새벽밥을 먹고 간 보람은 있었어

아름드리 소나무가 터널처럼 늘어섰는데 그 속으로 강아지 두마리를 앞세우고 산책하는 할아버지 한 분의 실루엣을 멋지게 포착했지

오늘 아침 춘천에서 사진을 찍으며 사십년 전 사진에 열정을 불태우던 학생 김도형을 만났어

이놈이 나를 보더니 대뜸 '형님 한 사십년만 기다려보슈 그때되면 내가 인스타그램 스타가 되어 있을거요' 라고 하더군

당돌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지만 일단  열심히 해보라고 했어

아! 사십년이 흐른 지금 그 패기있던 김도형은 어디가고 '구라김'만 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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