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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63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63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3.25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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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고성 경남 1983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고성 경남 1983 (인스타그램: photoly7)

 

그토록 바라던 카메라와 확대기를 장만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진주까지 가서 현상과 인화 약품을 사왔지

현상액은 코닥 D76 이란걸 사용했고 정착액은 메이커가 뭐였는지 모르겠어

현상액과 정착액을 겉봉의 지시대로 물과 희석해서 흑백필름을 현상하고 드디어 인화 준비에 돌입했지

내 암실은 사랑방이었어

참고로 그 사랑방의 구조는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의 여닫이 문이 있고 다른 면에는 돼지우리와 소 외양간이 붙어 있었어

그 방에서 잠을 자면 소위 말해서 소 돼지와 함께 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

우리집 돼지는 신기하게도 새끼를 낳으면 기본이 스무마리였어

동네 사람들이 신기해 했지

돼지새끼 받는 일은 내가 도맡아 했어

낮에 출산하면 얼마나 좋아

우리 돼지는 꼭 초저녁에 시작해 밤을 새웠어

어미 돼지 옆에서 비료부대 몇장을 깔고 누워서 반쯤 졸고 있다가 어미가 끙끙 소리를 내면 깨서 새끼를 받았지

방금 나온 새끼는 헝겊으로 닦아주고 가위나 펜치로 이빨을 잘라줘야해

뾰족한 이빨로 어미젖을 빨면 어미가 젖을 안줘

나중에 전개되는 얘기에 나오겠지만 용하디 용한 그 어미돼지 때문에 나는 대학공부를 할 수 있었어

돼지 얘기가 너무 길어졌군

다시 사진 인화 얘기로 돌아갈께

밤이되자 그 사랑의 방문을 낮에 사온 검은 천으로 막고 빨간색 오촉짜리 등을 켰어

인화지는 빛을 보면 검게 타버리지만 적색등은 괜찮아

인화지 현상과 정착액도 필름의 그것과 같아

확대기 옆에 상을 펴고 그 위에 현상액, 물, 정착액을 담은 세개의 다라를 놓았지

인화할 필름을 캐리어에 꽂고 노광을 주었어

첫 인화라 정확한 노광 데이터가 어디있어, 그냥 감으로 준거지

노광된 인화지를 현상액에 담궜어

아! 이렇게 황홀할 수가

차라리 그건 마술이었어

흰 백지 위에 서서히 피어나는 영상, 그것의 감동은 이루 말할수가 없었지

여러분은 운이 좋아

앞으로 3년 내에 점당 1억원을 호가하는 유명 사진작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김도형의 초기 흑백 사진을 지금 감상하고 있으니

뻥같지만 3년내에 내 사진 점당 1억은 실현 가능성이 충분해

팔리든 안팔리든 '호가'는 1억이라 부를 수 있잖아

말장난 해서 미안해

위 사진의 모델들은 사랑하는 내 고향 후배들이야

창작열에 불타는 나를 위해 기꺼이 모델을 해줬지

지금은 다들 중년에 접어들었어

나는 내 초기 사진들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네

앞으로 초기사진 몇 개가 더 나오다가 대학얘기로 넘어 갈거야

내 별거아닌 스토리 응원해 줘서 고마워

춘분이 지나니 일곱시가 되어도 날이 훤하네

날파리도 벌써 날아다니네

아! 그 새끼 돼지들 참 귀여워서 사진으로 찍어 둔것이 있을텐데 한 번 찾아봐야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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