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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65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65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3.26 0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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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고성 경남 1983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고성 경남 1983 (인스타그램: photoly7)

 

아래 얘기는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올린적이 있는데 연재가 진행되는 지금쯤 꼭 나와야 해서 다시 올려

사진은 세 장을 첨부했으니 잘 감상하길 바래

영화 시네마천국은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꼬마 토토가 나눈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아름답게 그렸지

내가 꼬마때 고향마을에 벙어리 홀아비가 한 분 계셨어

나이는 내 아버지 또래였는데 나를 그렇게 귀여워 하셨지

토토가 알프레도에게 그랬듯 나도 그 분을 내 아버지 보다 더 따랐고 동네 어르신들은 그 분이 돌아가시면 내가 상주 노릇을 해야 된다고 할 정도였어

어제 얘기에 내 고향집 사진을 썼는데 아직도 그 집 창고 벽에는 그 분이 나를 위해 소나무를 짜서 만든 꼬마 지게가 걸려있어

내가 커서 사진에 막 취미를 붙일 무렵 시골사람 치고 큰 키에 속하는 그 분은 내 전문 사진모델 이었지

하루는 아침에 우리집 소를 몰고 그 분과 함께 마을 뒷산의 우리밭에 올랐어

산의 공제선에서 소로 밭을 가는 사람을 실루엣으로 촬영하는 것이 그날의 컨셉이었지

그날 찍은 사진이 위 첫번째 것이야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고성 경남 1983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고성 경남 1983 (인스타그램: photoly7)

 

두번째 사진은 우리 가게앞에서 찍은 포트레이트야

포즈를 잡고 앉아계신 모습이 지금봐도 굉장히 포토제닉 하시네

세번째 사진은 우리 가게 안에서 찍은거야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고성 경남 1983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고성 경남 1983 (인스타그램: photoly7)

 

가게의 창은 서향이었는데 해질 무렵이면 햇살이 비껴 들어와 사진촬영에 더할 나위없는 채광이 이루어지지

얼마후 얘기가 나오겠지만 그당시 우리 가게 안에서 찍은 사진을 여기저기 출품하여 상도 제법 받았어

내 아버지는 내가 대학 일학년 여름방학때 돌아가셨는데 그 이후로 이 분은 우리 논 밭일 많이 하셨어

물론 삯은 지불했지만 내가 무사히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던 것도 일정부분 그분 덕분이라고 할 수 있지

먼당(산마루)에 있던 밭에서 엄청나게 큰 콩단을 지고 좁은 산길을 잘도 내려오시더니 세월앞에서는 어쩔수 없었어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는 알프레도의 강권으로 토토가 로마로 영화를 배우러 가지만 스무살의 나는 부산의 대학으로 사진을 배우러 갔지

내가 마을을 떠난 뒤에 어머니가 노쇠해진 그 분의 빨래를 해드린다는 얘기가 들려오긴 했는데 어느날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전갈이 왔어

장례식에 참석하려고 고향에 가려는데 어머니 말씀이 어딘가에 살던 조카가 모시고 가서 장례식 자체가 없으니 오지말라고 하시더군

여름방학이 되어 그 분이 살던 오막살이 집의 마루에 걸터앉아 옛일을 떠올려 봤어

내가 꼬마일때 그 단칸방에서 같이 밥도 많이 먹었지

반찬은 김치와 간장이 주를 이루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밥이 맛있더군

그 분의 숫가락은 삼분의 일 정도 이빨이 빠졌는데 그것으로 밥을 드시던 모습이 생생하네

하늘을 보며 나직이 말했지

김남도씨, 어딘지 모르지만 거기서 편안히 주무시고 계신가요

대답은 없고 장맛비가 주인 잃은 장독대를 적시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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