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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67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67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4.01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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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고성 경남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고성 경남 (인스타그램: photoly7)

 

오늘은 두 개의 사진을 올렸어

영감님 한 분과 창고 사진인데 무슨 사연이 전개될 것인지 궁금할거야

몇 년전에 고향근처로 출장을 갔다가 서울로 오는 길에 일부러 고향마을에 들러봤지

묵혀놓은 가겟집은 근처사는 누님이 문을 잠가놓아 들어가 볼 수 없었고 내 어릴적에 뛰놀던 창고 앞 마당에 가보았어

나는 내 유년 대부분의 시간을 이 창고 마당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저 마당에서 축구와 야구를 비롯한 온갖 놀이가 펼쳐졌지

추석이 되면 동네 콩쿨대회도 열렸어

저 마당에서 있었던 가장 최근의 기억은 2015년 2월 내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야

서울서 장례를 마치고 유해를 모시고 고향 선산으로 가는데 마을에서 저 마당에 분향소를 차려 놓았더군

나는 그저 이웃의 몇사람이 분향소를 찾겠거니 했는데 아! 정말 감동적인 일이 벌어졌어

거의 모든 마을 어르신들이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러 나오셨더군

반백년 동안 우리 가게의 고객이기도 했던 그 사람들의 은혜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모르겠더군
 
사진의 영감님은 내 고모부 되는 분이야

아버지 사촌 누이의 남편이시지

창고뒤에 고모부의 밭이 있었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거의 매일 마당에서 야구를 했지

타석에 서서 공을 쳐 창고 지붕을 넘기면 홈런이었어

나는 타석에만 서면 홈런을 날렸지

수비하는 얘들이 공을 찾으러 고모부의 콩밭을 들쑤시고 다니면 고모부는 콩떨어진다며 야단을 치셨어

그정도의 야단에 기죽을 우리들이 아니어서 매일같이 콩밭을 드나드는 통에 고모부님이 속 좀 끓이셨지

 

세월이 지나고 내가 사진을 시작했을때 두루마기를 멋지게 차려 입은 고모부님이 하루는 읍내 장에 가려고 우리 가게앞 승차대기실에서 차를 기다리고 계시더군

차가 이제나 저제나 올까하고 내다보는 모습이 저 유명한 프랑스 사진작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돌아보는 노인'과 느낌이 비슷했어

눈치 못채시게 가게안에서 유리창을 통해 찍었는데 순간포착이 잘되었네

그제 선보인 김남도씨의 포트레이트도 저 승차대기실에서 찍었지

그날 밤 창고 마당을 둘러보면서 공기의 감촉을 느껴보았어

어릴적에 느끼던 익숙한 감촉이었지

멀리서 컹컹 개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 반가운 옛날의 별빛이 마을에 쏟아지더군

"야이노무 자슥들아 콩밭에서 안나오나"

고모부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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